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화영 Apr 08. 2024

쉿.  그  입 좀 다물라

엄마한테 물어보지 마

 정도일 줄은  몰랐다.

효자 남편은  엄마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들인 동시에~  

미주알 고주알 엄마와 상의하는 아들인 것을 .


십년즈음  되었으면  조금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와 내 의견이 다를 때마다

그는 어머니의 편에 서서 나를 보았으니.

내가  남편에게 듣기 싫어하는 말은

"엄마한테 물어보고"

     

결혼 후 월세에서, 전세,

그리고 처음으로 집을 마련할 때이다.

전화기를 붙들고 하루에도 몇번이고 부동산을 왔다갔다 발품으로 우리가 살 집을 알아보던 나는, 평소 눈여겨 보던 아파트 단지에서 괜찮은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던 중이었

 

 

그런데 우연히 B부동산에 전화하던 날 .

공인중개사는 짝 놀라며 아직 인터넷에 올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냐며 따끈한 매물이  들어왔음을 내게 알렸고, 요즘 말로 '타이밍 지렸다'할 정도로  그건 내가   매물이었.  


하지만 예상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의 견이었다.


어머니가  돈을 보태주는건 아니지만  평소 어머니의 견을 잘  따르는 남편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갑자기 중립기어를 넣고   '둘이서 잘 해결해보라'는 희대의 망언을 남기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며 남편에게 대노했지만. 좋은 의도로 걱정하는 어머니의 진심은 알고 있었으니.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내 의견을 말씀 드린 후  결국 우리가 살 집을 사기로 결정을 내렸다.  


안다. 집을 사기 전에는 신중에 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 내가  여러 부동산을 오가 오랜시간  발품으로  정보를 캐지 않았던가.

   

결국  우리는 작은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평수를 조금 넓혀 드디어 자가 집을 갖게 되었고.  몇 개월 후 내가  아파트는 처음 가격에서 1억이 더 올랐다.

 

하지만 남의 편인 남편은   아파트가 1억 오르는 건 오른 것도 아니라는  망언을 남기더니.  그 후로 1억이 더 오르니 그제서야  잠잠해졌다.



동물 행동학자의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의사소통 신호는 송신자와 수신자 쌍방이
서로 이익을 얻도록 진화한다

예를 들어 병아리는
길을 잃거나 추우면 큰 소리로 삐악거려
어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데
이 소리는 보통 어미를 부르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어서
어미는 병아리를 제 둥지로 데려온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인 유전자> 중에서

 

우리집 둥지에서 여전히 예전 둥지를 향해 삐악거리는 병아리에게  나는 이렇게 경고하고 싶다.  

 

"이제 그 입 좀 다물라... "


작가의 이전글 8만6400번의 행운이 기다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