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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영 Mar 24. 2024

8만6400번의 행운이 기다린다

내카드를 남편에게 주지말자



저녁 메뉴로 신랑이 좋아하는 마라탕을 먹기로 했다.

배달이 안되는 가게라 남편이 직접 마라탕을 사 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내 개인카드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얼마전 백화점에서 발급받은 새 신용카드를 그에게 주었고 남편은 차를 타고 식당으로 출발했다.

    

잠시 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우리 집 거실이나 현관에 자기 카드 떨어져있어? "


'방금 웃는 얼굴로 내 카드를 직접  받아간 사람이 뭔 소리래.. '

당연히 우리집 거실, 현관 어디에도 내 카드는 없었으니.

남편은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 아마 차 안에 떨어졌을거라며  전화를 끊었고. 잠시 후 뜨끈한 마라탕 봉지를  손에  들고 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묻지 않았다. 이미 카드의 행방은 그의 얼굴표정에 드러났으니..


그렇다. 그는 내 카드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것이다.  주차장을 중심으로 가게 주변을 다 둘러봐도 내 카드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며 내게 카드분실신고를 하라 전했고, .

   

아무런 경계 없이 그에게  새 카드를 건넸던 나는 30분만에 불쾌한 기분으로 카드 분실신고를 해야만 했다.  


   표정은 잔뜩 일그러졌다.  카드 재발급일까지 며칠이나 걸릴지,  내일 당장  아이편에 결제해야 할 학원비며, 그동안 체크카드로 써야 할 불편한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치며 짜증이 올라왔다.  마라탕을 먹는 동안에도  남편이 눈치를 살피든 말든  매운 마라탕처럼 그에게 따끔한 폭풍 잔소리를  토해내고 싶었다.

   

'오늘 하루는 정말 기분 나쁜 날이구나'

 하루를 망쳤다 여기며  안방에 들어오니 책상 위 '팀페리스'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오늘 하루를 내게 최고의 날로 만들고 있는가?"


그의 책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8만 6400이라는 숫자를 떠올리라고 써 있었다.   매일 우리에겐 8만 6400초가 주어지고. 내게 가장 좋은 날을 준비할 기회가 8만 6400번이나 된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럼 내가 직접 찾아봐야겠어!'

이제와서  카드를 어떻게 겠냐며 남편은  쓸데없는 짓이라 했지만,  나는 아파트 주차장부터 가게 앞까지 남편의 동선을 확인한 후,  차 키를 들고 현관을 나섰다. 남편의 말처럼 무모할지라도  내가 직접  찾아보고 싶었다.

  

어스름한 저녁,  마치 탐정이 현장 증거물을 수색하듯  남편의 동선 그대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식당주변 주차장, 그리고 식당에 이르는 길 좌우를 살피며 천천히 그러나 빠르게 걸었다. 속으로는 주문을 외듯 이렇게 외쳤다.


'카드야, 제발 그 곳에 있어라. 그 곳에 있어라...'


그렇게  가게 앞에 도착하기 50미터 전,  골목에 떨어진 보라색 카드 하나를 발견했다. 그렇다! 내 카드는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듯  처량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깨끗한 새 카드가 순식간에 헌 카드처럼 더러워지긴 했지만  분명히 내 카드였다.    

   

한  카드를 지갑 넣으며  절로  감사기도가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계속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   오늘 하루는 기분 나쁜 날이 아니었어.

정말 감사하고 기쁜 날이었던거야 ,  감사합니다♡"


'우리에겐 매일 8만 6400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팀페리스의 문장처럼 행운은 언제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게 분명한 듯하다.   마치 보물찾기하듯  스스로 찾고 발견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각자의 행운 말이다 ..


앞으로는 남편에게 이 보라색 카드는 절대 건네주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내일도  8만6400번의 새로운 기회가 주어짐을  꼭  기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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