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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영 Feb 11. 2024

결혼생활은 평행선이다

 


결혼 초반, 남편을 왕처럼  대하면 남편도 아내를 공주처럼 대한다는 박애주의자 지인의 얘길 듣고서 매일 남편에게 팔첩반상을 제공하며 왕처럼 대접했다. 물론 성격차이로 싸우는 날도 있었지만 집밥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식사준비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왕과 공주는 커녕 왕과 신하의 관계로 변해갔다.

남편은 결혼 후에도 설거지나 청소 등의  집안일은 바깥일을 한다는 이유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으니. 집안일도 육아도 전적으로 나의 몫이 되었다. 아마도 그는 어릴적부터 어머님께 왕처럼 귀한 대접을 받은  아들이기 때문이리라. 혹시 남편의 애칭은 귀남이었을지도..  (지금도 어머니는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귀를 쫑긋 기울이시고  아들을 볼 때마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그래서  어머니가 보시기엔 지금도  마냥 예쁘고 세상 멋진 아들이겠지만. 그는  본인이 먹을 것을 차리거나, 먹은 것도 치우지 않는  조선시대  이기적인 남자의 본보기로.  한결같은 그 모습은 강산이  변할때도  십년을 변치 않았으니..  나는 점점 그의 옆에서 분노하는 아내가 되어갔다.


그러다 어느날부터는   내가 바뀌었다.  

'아, 그는 이런 사람이지..' 하며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고,  이해할 수 없는 그를 통해  그러려니 하는 법을 배워갔다. 적막한 새벽을 tv소리로 깨우고 , 이부자리 한번 정리않고 일어나는 그의 일상에 대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조율만  뿐.  



대신 나는 여러가지 내가 좋아하는 일로 취미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것은 카페에서 커피마시는 일이 되기도 , 내가 보고 싶은 전시회나 영화보기, 산책하기, 쇼핑하기가 될 수도 있고. 나만의 글쓰는 책상을 가지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들로 채워가고 있.



물론 쇼핑처럼 어느정도 소득과 지출의 발란스를 맞춰야 하는 건 온전히 마음껏 누릴 없지만.. 미동없는 남편에게 애처로운 모드로 내가 원하는 생일 선물이나 현금을 부탁하기보다 남편 모르게 주식투자를 한 수익으로 내가 원하는 가방을 살 정도는 되었다. ​​


결혼은 높은 산 정상에 이르기 전,  편히 쉴 수 있는 베이스 캠프라지만, 나에게 결혼생활은 마치 눈보라치는 궂은 날이었던 것처럼 또 다른 누군가는 오늘도 시댁문제 ,  남의 편의 생활습관, 성격차이 등으로 결혼유지가 아닌  이혼을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결혼 후에도  내 책상을 유지하는 현명한 사람이라야 매 순간 어떤  삶의 고비가 오더라도 지혜롭게 살아가지 않을까.


"소설가 이순원은 여자들이 결혼 전 쓰던 책상을 친정에 두고 집안에 남편의 책상만을 놓는 것에 의문을 표한다. 자신만을 위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상징하는 책상을 왜 엄마들은 가지지 않는 거냐고. 그는 소설에서도  "어쩌면 한 집안에서의 엄마의 권리는 그 책상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의 책상을 가진 아내들은 대개 이혼해도 잘 살것 같은 여자들이다"


<인생을 바꾸는 결혼수업ㅡ남인숙 >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쓸쓸하고 외롭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기적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더욱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사람의 관계란 그렇게 얽히고 설킨 감정들이 하나로 모였다가 다시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그러려니 할 일의 연속이다.


며칠전 유퀴즈에 출연한 이혼전문변호사님의 주옥같은 말씀을 기록으로 남기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출처: tvn 유퀴즈 230화


인간은 이해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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