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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그 입 좀 다물라

엄마한테 물어보지 마

by 원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효자 남편은 엄마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들인 동시에~

미주알 고주알 엄마와 상의하는 아들인 것을 .


십년즈음 되었으면 조금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와 내 의견이 다를 때마다

그는 어머니의 편에 서서 나를 보았으니.

내가 남편에게 듣기 싫어하는 말은

"엄마한테 물어보고" 였다

결혼 후 월세에서, 전세,

그리고 처음으로 집을 마련할 때이다.

전화기를 붙들고 하루에도 몇번이고 부동산을 왔다갔다 발품으로 우리가 살 집을 알아보던 나는, 평소 눈여겨 보던 아파트 단지에서 괜찮은 매물이 나오길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B부동산에 전화하던 날 .

공인중개사는 깜짝 놀라며 아직 인터넷에 올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냐며 따끈한 매물이 막 들어왔음을 내게 알렸고, 요즘 말로 '타이밍 지렸다'할 정도로 그건 내가 찾던 매물이었다.


하지만 예상 못한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어머니의 고견이었다.


어머니가 돈을 보태주는건 아니지만 평소 어머니의 의견을 잘 따르는 남편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갑자기 중립기어를 넣고 '둘이서 잘 해결해보라'는 희대의 망언을 남기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며 남편에게 대노했지만. 좋은 의도로 걱정하는 어머니의 진심은 알고 있었으니.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내 의견을 말씀 드린 후 결국 우리가 살 집을 사기로 결정을 내렸다.


안다. 집을 사기 전에는 신중에 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 내가 여러 부동산을 오가서 오랜시간 발품으로 정보를 캐지 않았던가.

결국 우리는 작은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평수를 조금 넓혀 드디어 자가 집을 갖게 되었고. 몇 개월 후 내가 산 아파트는 처음 가격에서 1억이 더 올랐다.

하지만 남의 편인 남편은 아파트가 1억 오르는 건 오른 것도 아니라는 망언을 남기더니. 그 후로 1억이 더 오르니 그제서야 잠잠해졌다.



동물 행동학자의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의사소통 신호는 송신자와 수신자 쌍방이
서로 이익을 얻도록 진화한다

예를 들어 병아리는
길을 잃거나 추우면 큰 소리로 삐악거려
어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데
이 소리는 보통 어미를 부르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어서
어미는 병아리를 제 둥지로 데려온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인 유전자> 중에서

우리집 둥지에서 여전히 예전 둥지를 향해 삐악거리는 병아리에게 나는 이렇게 경고하고 싶다.

"이제 그 입 좀 다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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