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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무엘 Oct 04. 2021

노사관계 변화는 현실자각에서 시작한다.

노사관계의 발전여부는 현재 노사관계에 대한 정확한 수준을 인식에서 시작합니다. 


A사의 노사관계는 1987년 한국내 민주화 투쟁의 바람을 타고 노조가 설립된 이후 30여년의 이상의 노사관계 역사가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1997년 당시 IMF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여느 다른 회사와 같이 90년대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정리해고, 희망퇴직 등 포함)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당시 해당 인력구조 조정을 강행했던 회사와 극렬하게 저지 투쟁을 했던 노동조합으로 인해 당시 노사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고 자타가 평가하곤 합니다. 총론적으로 해당 인력구조 조정 대립 투쟁 전, 후 A사의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렇다면 지난 30여년 동안 노사관계가 점차 발전했을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지난 30여년 중 5~6년을 제외한 나머지는 기간은 매년 파업과 같은 노사분규가 있었고 심지어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적 노동운동’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고 그런 노사관계를 갖고 경영하는 경영진/사용자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도 있어 왔습니다. 

이처럼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는 여전히 A사의 노사관계 수준이 결코 높지 않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수준에 이르기는 뭔가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정작 A사의 내부 직원들은 과거 대비 현재의 노사관계가 발전했는지, 나빠졌는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크게 두가지 의견이 있다고 합니다. 


다수의 일반적 시각은 점차 노사관계가 과거 대비 많이 발전했고 계속 좋아지고 있다라는 ‘노사관계 발전론’이 오히려 더 퇴보했다는 ‘노사관계 퇴보론’보다 더 우세한 분위기입니다. 

겉으로는 평온해지고 이전보다 쟁의행위가 줄어든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면에는 과거 대비 노사관계가 현격하게 좋아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점차 악화되었다고 보는 ‘노사관계 퇴보론’ 시각도 있습니다. 


먼저, 노사관계 발전론적 시각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노사관계를 잘 관리해왔고, 선방해 왔고 그것을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회사 전체 경영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동안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가 거의 매년 있어 왔지만 그것은 대부분의 자동차산업의 메이저 회사에서도 경험했을 정도로 과도기적이고, 산업 특성상 노사관계가 원래 취약한 부분이기에 그다지 신경 쓸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동안의 노사관계가 더 나빠졌다는 근거도 없고, 특히 지금 현재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평가도 별로 없다고 믿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 노사간 갈등/대립적이고 언어적, 폭력적 물리적 마찰 및 점거 농성 등의 대치 상황 등이 자주 발생한 것에 비하면 오늘날은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과거 대비 노사관계는 많이 발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런 긍정적 평가를 높게 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노무관리 방식이 그다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노무관리 방식 자체에 대한 변화와 혁신의 이유를 찾을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절박함이 없으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오늘의 노무관리 방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음은 노사관계 퇴보론적 시각 입장입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심화될수록 노사관계도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노사간은 갈등관계보다는 협력적이고 상생적 관계로 진행되어 가는 경향들로 수렴되는 일반적 추세입니다. 

더구나 대기업들의 경우 조직내 세대간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해관계가 달라지게 되고, 특히 베이비부머, X세대에서의 노사 치열한 갈등, 대립 경험을 한 계층이 고령화되는 상황등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노동조합 내부 조직력과 단결력도 과거와 달리 점차 약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양적성장전략에서 기인한 단기성과중의적 관리 방식, 과정보다는 결과 우선주의적 사고, 직원들보다 회사나 조직 우선주의에 따른 관리 방식과 맥락을 같이 하는 노무관리방식이 지난 20년 이상 고착화 되면서 점차 조직내 노조 및 활동가측의 주도권과 현장권력이 더 우세해지고, 반면에 회사의 관리체계(공조직)가 시나브로 약화되는 형국으로 이제는 노측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사실상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노사관계가 악화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이 현장에 인정받고 성장하기 위해서 선택 가능한 길이 두가지 길이 있는데 노조 활동가로의 길로 갈 것이냐, 조장, 반장 등의 현장관리자로의 길을 갈 것이냐는 선택 상황에서 전자인 노조 활동가로 가는 길의 더 선호되어지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노조 및 노동운동 측면에서 보자면 긍정적인 현상이라 볼 여지도 있습니다.). 결국 회사의 인사 노무관리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현상은 그만큼 현장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가 낮다고 볼 수 도 있으며 노사관계가 퇴보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노사관계나 노무관리는 정량적이 아닌 정성적 관리로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에 측정하고 평가하기가 힘들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측정되지 않으면 관리가 안되고, 관리가 안되면 개선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즉, 현재의 노사관계에 대한 측정이 되어 지금이 몇 점 수준인지, 앞으로 기대하는 합리적 노사관계 수준을 몇 점으로 볼 것인지, 그 합리적 수준이라는 것이 구체저으로 어떤 양상인지 등을 알아야만이 과감한 변혁, 딮체인지(Deep change)를 하던지 아니면 개선을 하던지 판단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사관계 발전 또는 노사관계 악화의 평가 근거는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만약에 A사가 2019년, 2020년, 2021년 최근 3년간 임단협 협상 무분규 타결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파업이 있었던 2018년과 비교시 2019년, 2020, 2021년이 노사관계가 더 발전한 것일까요?

또한 2022년도는 임금 협상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2022년에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가 일어나면 다시 노사관계가 악화된 것일까요? 또는 2022년에 파업이 없고, 다시 2023년에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면 좋았던 노사관계가 갑자기 나빠기게 된 것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파업의 여부만을 두고 노사관계를 수준을 단순 평가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노사관계는 매우 정성적 특성이 강해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노사관계 경쟁력 또는 노무관리 경쟁력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별로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업의 노사관계 및 노무관리 관련 발전/퇴보 여부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여러 측면으로 접근해보자고 합니다. 

 

첫째, 사용자(경영진)의 노사관계 및 노무관리에 대한 철학 존재여부입니다. 

회사 경영자(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진정한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여부입니다. 노동법상으로 부득이 노조를 인정은 하지만 내심 없었으면 좋은 존재, 경영활동에 방해되는 존재, 그래서 마치 노조를 적처럼,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존재, 회사의 경영활동에 늘상 반대하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는 지 여부입니다. 결국 노사 파트너십관이 명확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다수 직원들에 대한 사용자(경영진)의 직원 인식관입니다. 

과거 양적성장 시대에서는 회사 경영진/관리자는 직원들의 명령, 통제,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적정한 통제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다수의 직원들이 관리망에서 벗어나 ‘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에 전체 직원들을 통제 관리하는 정책, 프로세서 시스템에 묶어 두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통제, 관리적 직원관에서 벗어나 이제는 직원들을 믿고 그들의 자율성을 더 존중해주듯  ‘자율과 신뢰의 대상’을 보는 직원관/ 종업원 인식관을 갖추어야는 여부입니다. 바로 애자일 조직이 되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 바로 ‘신뢰와 자율’입니다. 

 

셋째, 단기 또는 중장기 노무관리 전략의 유, 무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노무관리 전략이 존재하고, 그 전략을 임원, 팀장 등 보직자 이상의 리더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노무관리에 개입되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전략이 있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노사관계 수준을 설정하고 현재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입니다. 전략은 현재의 수준에서 기대하는 수준으로 가는 길에 꼭 필요한 지도(map)와 같습니다. 

상당수 한국 기업들의  경우 명시화된 노무관리 전략서 또는 노무관리 철학, 노무관리 운영 방침 등이 제대로 갖추어진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기인한 판단기준이기도 합니다.  

 

넷째, 집단적 노사관계 활동과정에서의 노사간 상호간 신뢰와 성숙도가 판단기준이 됩니다. 

과거 대비 노사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단체협상, 노사협의회 및 현안 이슈 등을 얼마나 더 세련되고 품격 있게 진행하는가 문제입니다. 노사 협상장에서의 폭언, 욕설 등이 난무하는지 아니면 합리적이고 품격 있게 협의 하는가가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노사간의 입장 차이가 첨예한 현안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해결방법을 양자간의 힘 대결 또는 물리적 마찰이 수시로 발생하는 수준이거나 반대로 고용안정위원회, 임금체계개선위원회, 근무제개선위원회 등 같은 별도 노사협의체제를 만들어 그 속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풀어가는 게 일반적 수준인지, 어떤 방식의 비중이 많고 적은지에 따라서도 노사관계 수준을 측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째, 회사 공조직(관리 보직 체계)이 제대로 책임과 역할을 하느냐 마느냐입니다. 

노무관리의 기본은 경영층의 고민과 전달할 경영상황이 현장까지 회사의 공조직 라인을 통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되느냐 여부입니다. 그 소통의 매개자가 바로 조직의 리더들이며, 회사의 관리체계가 제대로 살아 있느냐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현장관리자(조장,반장, 계장 등) 조직’입니다. 바로 이들 현장관리자가 현장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느냐 않느냐가 해당 조직의 노무관리 성숙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현장 관리자 조직이 바로 서지 않으면 절대 노무관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으며, 이는 단지 특정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제조업 어디서라도 통하는 상식입니다. 

 

여섯째, 다수 조합원들의 대회사에 대한 신뢰도 수준입니다. 

현장 조합원들의 도덕적 해이(morale hazard) 좋아지고 있는지 악화되고 있는지를 두고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합원들의 의식과 행동이 ‘글로벌 시민의식’을 갖추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개인적이고 이기주의적 사고와 행동(예, 일은 적게, 돈은 많게, 고용은 무조건 길게 등)이 그 평가의 기준이 됩니다. 노조 선거, 쟁의행위 찬반투표, 임단협결과 찬반 투표, 대의원 선거 등 이러한 조합원들의 투표라는 참정권을 통해 그들의 회사 경영활동(경영진, 리더십, 관리 시스템, 임금 및 복지지원,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한 신뢰 또는 불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다른 예로서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매년 실시하는 조직문화 또는 리더십 진단 점수를 통해서 조직내부 안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직원들이 회사나 조직내부에 대한 진단평가하는 점수나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참고하여야 한다. 


일곱째, 노동손실일수 등의 노동쟁의의 발생빈도와 쟁의행위 양태 수준입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기업의 노사관계 수준을 측정할 때 정량적 지표로서 사용하는 파업, 잔업/특근 거부, 점거농성, 폭력시위 등의 횟수나 강도가 해당됩니다. 그런 쟁의행위의 누적적  결과로서  회사의 매출손실 또는 노동손실일수 등으로 측정이 가능합니다.  

l  노동손실일수 : 노사분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


여덟째, 외부고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외부 고객은 입장에서 A사처럼의 노사분규가 잦은 회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결코 좋을리 을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 고객들은 총파업시기에 출고한 제품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제품 전체에 대한 불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안이나 내용을 갖고 노사간 갈등, 대립 투쟁을 장기화 할 경우 그 회사 및 회사 제품에 대한 안티정서를 형성하는 뛰어넘어 이제는 SNS 등을 통해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언론기사나 SNS등에 나타나는 해당 기업의 노사관계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여론에 대한 빈도수를 등을 통한 측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아홉째, 향후 ESG경영을 통해 노사관계 수준도 측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 중 대표적인 것이 최근 ESG경영입니다. 지구온난화를 필두도 탄소중립이 중요해지면서 환경이슈(Environment)가 나오고, 직원들의 인권 및 공정한 보상 혜택, 노사간 합리적 협상관계 등의 사회적 이슈(Social), 투명 경영과 신뢰성을 강조한 기업 지배 구조 이슈(Governance) 등으로 총괄되는 비재무적 부문의 경영활동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의 필수요건이 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업의 노사관계 부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세세한 평가 지표들을 통해 노사관계 수준을 측정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상기 9가지 측면으로 접근하면 최소한 현재의 노사관계가 과거 대비 발전했는지 퇴보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기준점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상기 9가지로 노사관계 측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였지만, 여전히 그 특성상 정성적인 특징이 강한 관계로 정량적, 정성적 측정 지표 개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1,3,7 항목은 노사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한 것 같고, 5,6 항목은 퇴보한 것 같고, 나머지 4,8 항목은 기존과 비슷하고, 9번 항목은 여전히 평가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막연히 수준 측정이 어렵다고 해서, 손놓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특히 노사관계 수준 측정에  대한 각 기업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이나 지수를 개발하는 등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노사관계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과 측정치가 나와야만이 ‘제대로된 노무관리 전략’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제한된 자원을 선택과 집중함으로서 노사관계의 악화방지 또는 현행유지, 개선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변화의 출발은 현실자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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