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괜히 한심해지는 날
나는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야 겨우 3달 차이기에
아직도 시간 배분을 잘 못 할 때도 많고
놓치는 일들도 많다.
평소엔 그래도 나름 플랜을 가지고
하나씩 하면서 가는데
이 시프트는 이상하게
처음부터 뭔가 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오늘은 좀 뭔가 이상한데?
하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지 않은가.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잠도 애매하게 자서 애매한 시간에 일어나
버스를 탈지 우버를 탈지
둘 다 애매하게 떠버렸고,
아침에 산 커피는 매일 같은 커피임에도
맛이 없었다.
리포트를 받기 전 환자에 대해 공부하는데
이상하게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가 꼬여버린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우왕좌왕 엉망진창 그런 시프트였다.
내가 맡은 A환자는 이상하게도
밤보다 안 좋아져서 리포트와 상태가 달랐고.
환자가 치매가 있어서 자꾸 일어나려고 했다.
제일 어려운 환자가 바로 말도 잘 되고
oriented 한 것같은데 사실은 off 한
점점 시간이 지나며
아 내가 착각한 거였구나 할 때인데
그런 환자였다.
계속해서 벨을 눌러가며 이렇게 저렇게 말을 하고
나는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며 일을 해서
뭔가 멘붕이 와서 정신없이 일해야만 했다.
그다음 환자 B는 전날 밤 간호사가
수면제를 평소보다 많이 주고
아침에 줘버려서 내가 확인하러 갔을 때는
너무 졸려하고, 눈도 잘 못 뜨는 상태였다.
전날 낙상사고가 있었어서 이게 낙상의 여파인지
아님 그냥 환자가 약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님 다른 증상이 생긴건지
확인도 제대로 못할 만큼 어려웠다.
산소포화도가 82%까지 떨어져서
급하게 산소를 달고,
의사 노티를 하면서 기다렸다.
그리고 피검사 오더를 받았는데
환자 양팔 양다리에 멍이 심하게 있고
CHF 때문에 혈관을 도저히 못 잡아서
수간호사를 부르고
겨우겨우 피검사를 해서 넘겼다.
드레싱도 바꿔야 하는데
환자 보호자가 계속 의자로 옮겨서
멘붕이 왔다.
바꾸려고 하면 다시 의자에 가있고,
침대로 환자를 다시 옮기고
급한 일이 생겨서 다녀오면 다시 의자에 있고
서로 기분이 상하는 일의 무한반복이었다.
환자보호자는 환자의 재활과 회복을 위해서
계속 움직이게 하고 싶다고 하는데,
환자가 숨도 잘 못 쉬고 계속 오늘 오전에 상태가 안 좋았는데
계속 의료팀 도움 없이 옮기려고 하니까
전날 낙상사고 때문에 더 불안해진 나는
계속 보호자에게
상태 안정이 확인된 다음에 옮겨줘 제발
하면서 계속 확인해야 했다.
환자 다리 전체 드레싱을 해야 해서
다른 간호사랑 같이 하려고 했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시간이 안 맞아서
결국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했고
다음날 출근하는 내가
다시 또 책임지는 걸로 하며 정신이 없었다.
차팅은 밀리고 쉬는 시간도 제대로 못 가졌다
일을 하는 중간중간에
집에 돌아오면서 진짜 현타가 많이 왔다.
아 나는 왜 아직도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지
일한 지 그래도 어느 정도 됐는데
버디시프트하듯 왜 이렇게 동료한테
매달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디시프트를 같이하는 동료 간호사가,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많이 도와준다 해도
내가 내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멘탈이 나간걸 보고
나를 많이 도와준 간호사가
"그래도 다 끝났고,
사고 없이 해야할일 다 했으니까 된거야."
했을 때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내일 같은 환자를 다시 받으니까
내일은 진짜 제대로 해야지
그리고 중간중간 내 체크업을 하면서
정신 차려서 일을 해야지
환자에게 미안하고
동료에게 미안하고
나한테 화가 나는 그런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