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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Apr 02. 2024

딸의 F감성은 F감성 아버지 덕.

우리 아빠는 사기 캐릭터.

엄마가 늘 내게 하곤 하는 말이 있다.

"너는 너희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그런데, 살아가면서 느낀다. 아버지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성향은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사람들은 말한다. 얼굴은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그러니, 나는 두 분의 좋은 점을 적절히 닮은 것 같다.


오늘 내가 누구를 닮았느냐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나의 감성적인 면모가 어디로부터 생겼는지, 오늘에서야 알 것 같아서였다. 물론, 이건 나만의 착각일 수도. 핑계일 수도 있지만.


내가 하루종일 찍은 꽃사진 1


나는 아빠의 감성을 많이 물려받은 것 같다.

날이 맑으면 맑아서 행복하고, 흐리면 흐려서 슬픈 사람이 바로 나다. 그리고, 꽃이 피면 활짝 펴서 행복하고, 꽃이 지면 꽃이 져서 슬퍼한다. 내가 봐도 나이에 맞지 않게 감수성이 과다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가족 단톡에 아버지가 보내준 꽃 사진을 보고 깨달았다.


"아, 나의 이런 감성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렇다고 우리 아버지가 여성적이냐? 그렇지 않다. 젊은 시절 힘이 좋으셔서 도망간 송아지도 맨손으로 잡았다고 소문이 자자했더랬다.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경제능력이면 경제능력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분이셨는데, 섬세한 감성까지 갖추고 계신 분이다.


평생을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고 존경스러워하며 살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생각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수많은 또래의 남자들을 만나곤 하는데, 아버지 같은 사람은 절대 없을 것 같다. 혹은 있더라도 나와 만나지진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나의 요즘 생각이다.


내가 하루종일 찍은 꽃사진 2


가정적이고, 한결같고, 우직한 분.

과연 이렇게 사기 캐릭터 같은 남자가 또 있을까? 나는 없다고 본다. 있다고 하더라도 나와 만나지느냐가 문제인데, 그럴 확률이 희박할 것 같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빠를 한결같다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기념일마다 항상 아내와 자녀에게 늘 선물을 해주곤 하셨다. 다 큰 지금도 기억하는 건 내가 다섯 살쯤이었나? 어린이날이라고 아빠가 여동생과 나에게 빨간색과 노란색의 원피스를 각각 사주셨다. 보통은 엄마가 할 법한 감성 있는 선물을 딸들에게 해주셨다. 그리고, 꼬맹이었지만 그 원피스가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지금까지도 기억한다. (나는 다른 건 다 잘 잊는다. 평소에 생각이 많아서 어제 뭘 먹었는지 겨우 기억하는 정도? 대화 한번 해본 사람 얼굴은 다음에 보면 기억을 못 한다.) 이런 내가 저리도 오래된 일을 기억하는 건 분명 내게 소중한 기억이었던 거다.


그리고, 입학식, 생일 등등 일 때마다 아버지는 늘 꽃을 선물해 주셨다. 나 포함 나와 같이 등교하던 동네 친구에게도 꽃을 사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멋지게 보였다. 지금도 너무 멋진 분이지만. 엄마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는 훨씬 더 크고 화려한 꽃다발을 선물하곤 하셨는데, 지금도 기억난다. 아빠는 꽃 선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봐 온 아버지 모습 때문일까?

아버지만큼 다정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촌 언니나 오빠는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 우리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운 분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버지 친구들도 아버지를 조금 강한 분이라고 알고 계신데, 사실 딸인 나는 아버지만큼 다정한 분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혼날 때는 눈물 콧물 쏙 빠지도록 혼내는 분이고 정말 무서운 분이라 알아서 잘 행동했기 때문에 혼날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아버지의 다정한 모습을 크게 느끼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그렇다.


올 겨울이 길어서일까? 아버지가 꽃을 좋아하는 분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가족 톡에서 아빠가 보낸 사진을 보며, 다시 느꼈다. 아버지는 꽃을 좋아하고, 꽃피는 봄이나 예쁜 꽃을 보면 늘 이렇게 우리에게 사진을 보내준다는 걸. 다시금 아버지의 감성에 놀라는 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꽃을 보내는 아버지를 보며,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을 만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과 연락하며 알았다. 나와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대화가 통하고 성향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걸. 그렇다 보니, 나와 닮은 아버지를 보며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더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평생 다정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눈이 높아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항상 사랑으로 키워준 부모님이 계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덕분에, 어떤 면에서는 어머니를 닮아 여자이지만 조금 남성적인 면을 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정한 사람을 만나면 되겠지. 없으면 어쩔 수 없고... ㅎㅎ


내가 글을 쓰고, 예술을 좋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것이 왜 그런가 했는데 오늘에야 그 궁금증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아버지 자랑을 많이 하게 되었지만 사실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만큼 평생 멋진 분이셨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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