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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Mar 27. 2024

'시어머니방석'선인장과 '며느리밑씻개' 풀

Ray & Monica's [en route]_136


내 곁의 선인장          


우리 부부가 머물고 있는 곳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의 남쪽, 북위 24.1도에 위치해 있는 라파스이다. 열대와 아열대를 가르는 북위23.5도의 북회귀선에 가까운 만큼 사막 식물이 주를 이룬다.     

이 집의 주인은 옥스나르Oxnar와 옥스나르의 어머니, 재클린Jacqueline이다. 재클린은 몇 년 전 대지 500여 평에 달하는 이 집에서 Vivero California라는 식물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정원사인 재클린과 어머니를 대신해 이 정원을 관리하고 있는 옥스나르와 함께 정원의 식물들을 공부하면서 선인장에 대해 더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선인장은 주로 아메라가 대륙이 원산지이다. 그중에서도 이곳 멕시코는 종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선인장의 한자는 '仙人掌'이다. 신선의 손바닥이다. 중국인이 선인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짐작할 수 있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선인장은 불멸의 신선으로 여겨질만했을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선인장과에 속하는 선인장 종은 약 2,5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선인장들은 주로 열대, 아열대의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물이 없는 곳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연 강우량이 20mm 이상은 되어야한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생존의 기술을 연마한 것이다.     

금호선인장이 원처럼 둥근 모양을 한 것은 많은 물을 저장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 선인장의 스페인 이름 'Cactus barril dorado'을 영어로 번역하면 'golden barrel cactus'이다. 'barrel'이 액체를 담는 용기인 만큼 이 선인장의 물 저장 능력을 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다른 선인장들도 장기간 가뭄에서도 충분히 살아 남을 수 있을 만큼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두터운 다육질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 선인장의 표면은 수분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큐티클이라는 왁스층으로 덮여있으며 CAM(Crassulacean Acid Metabolism 크라술라세안 산 대사)광합성을 한다. CAM은 수분 손실이 많은 낮이 아니라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물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슬에서도 빠르게 습기를 흡수할 수 있다. 이것은 선인장이 가혹한 조건을 견디는 몇몇 기예들이다.     

멕시코가 원산이 식용 선인장인 노팔(Nopal 가시배선인장)은 원주민들의 식량원 역할을 담당했고 멕시코의 국장 디자인에도 도입된 문화적 상징이기도 하다. 제주 월령선인장군락지의 부채선인장은 이곳 노팔선인장 씨앗이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가 싹을 내어 군락을 이룬 것으로 학자들이 추측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각국의 해안 선인장 군락지들도 같은 이유로 보고 있다.     

밤에 짙고 달콤한 향기를 내며 단 한 번 꽃을 피우는 달빛 선인장, 셀레니세레우스 그랜디플로러스(Selenicereus grandiflorus)를 생각하면 낭만적이 된다. 나무나 바위에 착생하는 이 선인장은 낮에 향기 없는 꽃으로 나비나 새를 유혹하는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밤에 향기로 나방이나 박쥐를 부러는 전략을 택했다.     

꽃이 핀 금호선인장의 사진을 찍고 있는 아내에게 재클린이 물었다.     

"이 선인장을 멕시코에서는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 아세요?"     

궁금증이 극대화 되기를 기다렸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시어머니방석(Cactus asiento de suegra, mother-in-law's cushion)선인장으로 불러요. 며느리가 미운 시어머니를 가시 많은 이 둥근 선인장에 앉히고 싶었던 마음을 이름으로 표현한 거지요."     

그 설명은 들은 아내가 비슷한 맥락으로 이름이 붙여진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을 소개했다.     

"여름에 작은 분홍색 꽃을 피우는 이 풀에는 가시가 가득해요. 화장지가 귀하던 시절 며느리가 못마땅했던 시어머니가 이 풀로 뒤를 닦도록 했다는 설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고부간의 관계에는 동서양에 비슷한 정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정원이 떠나갈 듯 함께 웃었다.     

초야선인장(Choya cactus)은 선인장이 죽고도 그 줄기의 아름다움으로 정원에서 혹은 레스토랑의 테이블 위에서 여전히 뼈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태양계에 생명이 존재하는 유일한 행성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신비에 경탄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로 다른 생명체들을 유익과 무익으로 평가해왔다. 우리가 무익한 것으로 판단한 어떤 생명이 또 다른 생명에게 절대적으로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다. 결국은 그 사이클 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어떻게든 우리에게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유익할 수밖에 없다.     

IPBES(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 플랫폼)에 따르면 생물다양성 손실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상당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수십 년 내에 최대 100만 종이 멸종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이 행성에 약 810만 여종이 살고 있다는 추산의 1/8에 해당한다.     

극단적인 환경 속에도 3천만 년 동안이나 어떻게든 살아남았던 선인장조차도 멸종의 위기에 처했다. 작년 4월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이 학술지 네이처 플랜츠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세기 중반에 전체 선인장의 60%가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추정했다. 모든 선인장종이 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의해 거래가 제한되고 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불법채취와 밀수가 성행하고 있다. 또한 농지확장, 산불 등으로 인한 서식지 손실, , 가축방목, 오프로드차량증가도 선인장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고 있다.     

이 행성에 만약 인간만 남는다면 우리는 그 외로움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고독으로 사멸하게 될 것이다.   

#선인장 #멕시코여행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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