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tif Apr 10. 2024

우리 형제의 화해 비결은 '토탈 이클립스'

Ray & Monica's [en route]_141


멕시코의 개기일식     


#1

     


4월 8일, 멕시코 서부에서 시작되어 미국을 지나 캐나다 동부를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이 진행되었다.     


개기일식은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 위에 위치해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이다. 이는 낮에 태양이 사라지는 현상을 목도할 수 있는 기회이다.     


북미에서 가장 먼저 개기일식이 시작된 멕시코의 시날로아주의 마사틀란을 비롯해 두랑고주, 코아우일라주 등 개기일식 경로상에 있는 지역들이 차례로 최대 4분 30초 동안 대낮이 암흑으로 변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와 아내가 머물고 있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의 라파스(위도 24.14172, 경도 -110.29814)는 태양의 91%가 가려지는 부분일식을 볼 수 있었던 곳으로 이웃 사람들 대부분이 이것을 화제로 삼았다.   

  

라파스는 9시 49분에 일식이 시작되어 11시 5분에 최고 상태에 달하고 12시 32분에 끝난다는 천문대의 발표를 숙지하고 아내와 나는 미리 집 밖 공터로 나가 하늘의 변화를 관찰했다. 2시간 43분 동안의 일식현상 동안 태양이 초승달처럼 변하는 진귀한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달이 태양을 가장 많이 가린 11시 5분 전후 30여 분간 태양이 먹구름에 가리어진 때처럼 어두워진 낮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천문학 앱인 Star Walk에 따르면 개기일식이 같은 위치에서 다시 일어나려면 평균 385년이 걸리고 한국에서는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경 강원도 북한과 고성 일대에서 개기일식을, 서울은 부분일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2     


일식 관찰을 위해서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태양관측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빛의 양을 줄여주는 적절한 ND(Neutral Density) 필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구할 수 없었다. 집 앞 공터에서 아내는 선글라스를 활용해 잠시 태양을 바라보는 정도로, 나는 카메라의 조리개를 최대한 줄이고 셔터스피드를 높이는 방식으로 간간이 사진 몇 장을 찍는 정도로 일식의 진행을 관찰하고 있었다. 30여 분이 지났을 때 한 남성이 X-ray 필름을 가지고 다가와 우리에게 내밀었다. 공터 옆에 자동차 수리센터를 운영하는 분이었다.     


"이것을 두 겹으로 접어서 사용해 보세요."     


병원에서 검사용으로 찍은 필름으로 상이 없는 검은 옆부분을 두겹으로 접어서 태양을 보니 비로소 제대로 보였다. 자신은 일을 해야 하니 충분히 사용하고 돌려달라고 했다. 이 필름을 사용해 일식이 진행되는 경과도 제대로 촬영할 수 있었다.     


일식이 끝난 과일 한 봉지와 함께 필름을 전하러 갔다. 형제가 순박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았다. 필름은 주었던 분은 동생 Ricardo이고 형은 Eduardo라고 했다. 저희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이 엑스레이 필름은 의료용으로 누군가가 불편하셔서 찍은 것 같은데?

"(동생) 형님의 무릎관절 사진이에요."     

-지금은 필름 대신 주로 디지털 사진으로 출력하거나 모니터에서 판독하는데 필름인 것을 보니 시간이 상당히 지났긴 했지만 완쾌되셨는지요?

"(형) 물론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일을 하지요. 7년 전에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다쳤던 거예요."     

-형제가 함께 일을 하신 것은 얼마나 되셨나요?

"(동생) 형님은 64세로 45년 동안 이 일을 하셨어요. 전 형보다 5살 밑이에요. 5년 뒤에 제가 형님에게 합류했으니 함께 일한 지가 40년이 되었네요."     

-40년이나 갈라서지 않고 함께 일하셨다니 대단한 형제애입니다. 함께 일하다 보면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을 수 있을 텐데..."

"(동생) 제가 형님에게 배워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자동차는 계속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해요. 함께 차를 고치는 세월은 함께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함께 궁리를 하니 대부분의 고장은 더 싶게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려운 고장도 더 빨리 고칠 수 있었으니 참 좋아요.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지요.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사과하는 거예요. 사과를 해도 상대는 금방 화가 풀리지 않아서 여전히 감정 섞인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함께 화를 내면 사과가 소용없게 되므로 그때 그것을 참는 것이 중요해요."     

-참는 것이 항상 어렵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과했잖아,라고 목소리를 올리기 마련인데...

"그래서 사과후에는 바로 귀머거리가 되어야 해요. 잠시 귀를 막는 것보다 빨리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이 형제의 화해 비결은 개기일식(total eclipse)처럼 감정을 어두운 상태로 잠시 잠가 두는 것이었다.     



#개기일식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작가의 이전글 6개월의 고민을 1분 만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