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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법자이자 계율까지 어긴 부부의 지구촌 유랑

Ray & Monica's [en route]_296

by motif Feb 08. 2025

루이스와 알렉스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한 달 전, 한 부부가 이 숙소로 들어왔다. 그 부부의 라이프 스타일은 부드럽고 성숙하다.


그들의 목소리는 낮고, 상대가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을 만큼 상대의 말을 경청한다. 부엌일은 늘 함께 한다. 함께 부엌에 들어가고 함께 부엌을 나간다. 역할 분담이 자연스러워 성문화된 규약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더 좋은 습관으로 여겨지는 것은 종종 마주 앉거나 나라히 앉아 긴 시간 대화한다. 낮 시간 정원의 큰 나무 아래에서나 저녁시간 푸에고 화산이 마주 보이는 옥상에서 나누는 대화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루이스와 알렉스 부부이다.


루이스는 이곳 과테말라 안티구아 태생이며 알렉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이다. 부부는 최근 7년 동안 프랑크푸르트에서 살았다. 그러나 아주 느린 안티구아의 속도로 살던 루이스는 인구도 많고 바쁜 대도시의 삶에 현기증을 느꼈다. 아침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역으로 돌진하고 너무 많은 약속을 소화해야 하는 일이 참기 어려운 스트레스였다. 루이스의 이런 압력을 알아차린 알렉스가 먼저 안티구아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수입도 더 많고 좀 더 화려하고 편리한 프랑크푸르트 대신 작년 12월에 안티구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과테말라로 돌아온 첫 달은 태평양의 바닷가 마을 엘 파레돈(El Paredon)의 해변에서 마음을 회복했다. 


7년 동안 떠나있던 안티구아로 돌아오자 마냥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집도 없고 넉넉한 수입은 과거 일이 되어버렸다.


루이스는 취직 대신 본인의 관심사였던 목조각을 배우고 있다. 우선은 조각품에 색을 입히는 일로 시작했다. 나무로 조각된 작품에 페인트를 칠하고 부드러운 사포로 연마한 다음 다시 색을 입히는 몇 번의 작업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피부 톤을 입히게 된다.


알렉스는 다행히 온라인과 전화로 할 수 있는 일을 얻었다. 그러므로 이 부부의 낮 시간 풍경은 주로 회랑의 소파에 마주 앉아 루이스는 조각 작업을 하고 알렉스는 노트북으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입은 줄었지만 독일보다 물가가 저렴한 과테말라이므로 생활을 지속 가능할만하다. 


루이스에게 이 도시 거의 모든 골목은 성장기의 기억이 각인된 곳이다. 그 골목들이 그를 아침이면 바삐 기차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속에서 느낀 불안과 압력을 자연스럽게 해소해 주었다. 종종 올라가는 아구아 화산이 가까운 산 크리스토발 엘 알토(San Cristóbal El Alto) 고지대 마을에서 이 도시를 내려다보노라면 온몸을 감싸는 선선한 공기가 세상의 근심을 지워주기도 한다.


알렉스는 프랑크푸르트에서보다 한층 밝아진 모습으로 인형 목각 작업을 하고 있는 루이스의 모습을 보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고향을 떠나온 것에 대한 보상으로 느껴진다.


루이스와 알렉스가 처음 만난 것은 13년 전 안티구아에서였다. 당시 루이스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었고 알렉스는 16세기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모습으로 박제된 이 도시로 휴가를 온 여행자였다.


한 커뮤니티에서 만난 두 사람은 바로 사랑에 빠졌다. 서로의 사랑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님을 확인한 두 사람은 루이스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동거에 들어갔다. 알렉스는 독일로 돌아가는 안정된 생활 대신 타국에 남는 불안정한 사랑을 택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알렉스는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저축으로 생활하면서 안티구아에서 빈민을 위한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 NGO 단체를 돕는 봉사의 시간을 살았다. 


루이스와 알렉스는 모두 생물학적 성과 법적인 성이 남성이다. 그들이 알렉스의 고향인 프랑크푸르트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혼을 위해서였다.


과테말라는 낙태와 동성 결혼이 엄격하게 금지된 나라이다. 2017년 이 법을 더 강화하는 내용의 5272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었고 이 법안은 '가족이라는 의미 안에서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라는 것을 더욱 명확히 하는 이 법안은 5년간의 논란 속에서 표류하다가 2022년, 압도적인 찬성(찬성 101표, 반대 8표, 기권 51명)으로 통과되었다. 이로써 낙태는 오직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만 허용되고 동성 간 결혼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낙태의 경우 기존 최대 3년의 형량에서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늘어났으며 낙태 시술 의사와 낙태를 도운 이에게도 처벌이 내려지도록 했다. 동성 간 결혼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학교에서 이성 간 결혼 외의 다른 결혼 형태에 대해 가르칠 수도 없도록 했다. 


며칠 전에는 루이스와 알렉스가 아침 일찍부터 영념을 하느라 바빴다. 점심때 루이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셨다. 루이스는 귀걸이까지 하고 말쑥하게 단장한 다음 부모님을 맞았다. 식사를 마친 부모님은 루이스와 알렉스 삶의 형편을 구석구석 살폈다. 아내가 나라에서도 허락하지 않는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 부모님의 용기를 칭찬했다. 


그제 아침에도 두 사람은 무척 바빴다. 알렉스는 계피와 정향을 넣어 고추와 토마토를 갈아 양념을 만들고 루이스는 소고기와 함께 마늘과 양파를 끓여 육수를 만들었다. 점심때 루이스의 친구들이 왔다. 페피안(Pepián)을 나누며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부모와 친구들이 루이스와 엘렉스의 결혼을 축복하지만 과테말라에서 동성 배우자와 사는 일은 독일에서와 달리 범법자의 삶이고 가톨릭과 개신교도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곳에서 이웃들의 시선에는 하나님의 계율을 지키지 않은 자로 낙인찍힌 삶이다. 아내가 루이스에게 왜 둘만의 집으로 이사하지 않는지 물었다.


"우리도 여전히 민지와 같은 여행자의 마음입니다. 언제까지 안티구아에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남미로 갈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브라질이 될지도요."


남미는 동성 간 결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다.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가 법적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오늘 루이스가 다시 목각인형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을 시작한 지 3주가 흘렀다. 내일 피부색을 입히는 것으로 작업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이 첫 작업물을 판매하는 대신 소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성당의 것이 될 것이라고... 결국 이 아기 목각인형은 마구간의 아기 예수로 어느 성당의 벽감에서 스트레스 속의 사람들을 이완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때 이 아기 예수는 범법자이자 계율까지 어긴 자신을 낳은 어머니, 루이스를 어떻게 맞을지 궁금하다.


#동성부부 #안티구아 #과테말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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