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넛버터B Aug 31. 2023

산타의 진실과 마주할 시간

더는 미룰 수 없기에


산타를 믿는 사람만 산타한테 선물 받는 거야.
(이 말이 오래도록 문제가 될 줄이야) 



"엄마, 친구들이 산타는 없대. 분명히 내가 작년에 산타할아버지 왔다 가시는 소리 들었는데!"


10살 아들 녀석이 여전히 산타를 믿었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하며 굳이 설명해 주지 않은 세월이 쌓여 이제 꽤 커버린 아들인데도 올 해도 여전하다. 


"올 해는 이 레고 받고 싶다."


기념일 찬스를 다 쓴 아들은 새로운 레고를 크리스마스에 받겠다고 중얼 거린다. 


"학년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산타를 믿지 않게 될 거야. 그래서 선물을 못 받게 되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마. 엄마가 대신 사 줄 테니까."


"아니, 나 산타 믿을 건데. 지금도 믿는데."


우회적으로나마 표현해 봤자 아이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배운 적이 없다. 육아는 늘 처음이고, 또 처음이다.







산타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책 한 권을 만났다. 목차에 그토록 궁금하던 "산타"에 대해 묻는 아이의 질문이 있었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고. 해당 파트를 읽었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건. 산타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있다고 치더라도 1년 중 울지 않고 착한 일만 하는 아이는 없기 때문에 산타에게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아이는 없다. 정도.


응? 그래서 뭐. 이렇게 아이한테 이야기하라고? 이 외에도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들을 써 놓았다. 그러나 그게 답이 될 수는 없었다. 두 번을 읽고 세 번을 읽어 나름의 해석을 한다. 이제 조금은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 줄지 그려진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가 놓고 간 선물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은 따듯하게 실망하길 바라면서 편지를 적어 보려 한다.





Merry Christmas. 아들.


오늘은 어떤 선물을 받았니? 산타에게 소원을 빌었던 그 선물을 받았니?

엄마는 어린 시절 산타할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부모님이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선물을 사주셨어서 큰 아쉬움음 없었지.


그런데, 엄마는 말이야. 요즘 산타를 믿는단다. 

만약 산타가 사람과 같은 형태라면, 아이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겠지.

만약 산타가 요정과 같은 존재라면,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어딘가에 있을 테니 믿는 수밖에.

너는 어때? 지금 산타를 믿고 있니? 

 

사실 엄마는 네가 산타에게 선물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너는 감정에 솔직해서 꽤 자주 울었고, 매 순간마다 착하지는 못 했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었거든. 


그래도 네가 얼마나 바르고 따뜻한 아이인지, 배려가 많고, 웃음이 많은 아이인지.

이 또한 엄마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

그래서 엄마는 산타 대신 선물을 준비해 왔어.

네가 산타에게 선물 받을 가치가 있다는 아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거든.


가짜(?) 산타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많이 실망했을까?

아들이 조금은 따뜻하게 실망하길 바라.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행복해했던 순간들은 모두 진짜였을 테니까 말이야.

너무나 너무나 사랑한다. 아들.



2023년 크리스마스, 

산타를 믿는 엄마로부터.







Photograph source - pixabay


작가의 이전글 4. 바니바니 당근!당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