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향한 다른 욕심
집 값 올랐다고 괜히 소고기 사 먹었네.
롤러코스터도 아니고. 무슨 집 값이. 동네 애호박이 계절 따라 날씨 따라 금값이었다 똥값이었다 그러는 것도 아니고. 아니 정말 무슨 "집 값"이 이렇게 이럴 수가 있을까.
집 값이 고공행진 하던 시기. 다행히 집이 있었다. 손에 만질 수는 없는 돈이었지만 우리 집은 소고기를 꽤나 사 먹었다지. 남들이 좋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았고. 남편이 행복해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마는. 몇 달 사이에 집 값이 말도 안 되게 쭉쭉 올랐다가 슝슝 내려가니. 집이 단순이 사는 곳만은 아니오 투자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구나 싶었다. 부동산 시장이 이제는 좀 안정기가 된 걸까. 누군가는 마음이 편할 테고 또 여전히 누군가는 마음이 불편할 테다.
오르든 내리든 대체 이 집이 얼마란 말인가. 의식주가 기본이라고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데. "주"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 아무리 화폐가치가 떨어졌다지만. 집 값이야기를 하면 어찌 된 게 "억"이 우습다. 매매할 때면 몇 천씩을 깎아주는 것도 참 아이러니다. 몇 천원도 아니오 몇 천만 원씩을 말이다.
어느 날 따져보니 집 안에서 주로 앉아있는 공간은 한 평 정도 였고, 그러면 한 평에 얼마인고 하니 절로 "헉" 소리가 났다. 그저 쾌적하고 안락한 기본적인 삶을 원할 뿐인데도 비싸도 너무 비싸진 집 값 때문에 "집"을 가지고 싶다는 것이 때론 "욕심"으로 비난받기도 하는 듯하다.
코로나 시대를 시작으로 집이 참 다르게 느껴졌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집이 먹고 자는 공간 이상의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평당 가격이 "헉"소리 나는 집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서 한 편으로는 좋았다. 이 비싼 집을 두고 어찌 밖으로 그리 나돌아 다녔을까. 코로나 시대는 전에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가서 돈을 안 쓰니 집에 돈을 쓰게 되는 건 모두 똑같은 심리일까. 인테리어 업계는 호황이었고 각자의 집들은 눈부시게 화려해지는 듯했다. 집만 화려해졌을까. 집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물건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없었던 게임기, 소리가 기갈나는 스피커. 이건 또 무엇인고. 이동식 TV. 전에 집에선 필요치 않았던 스피닝 자전거 등등. 나열하자니 입이 아프고 손가락도 아픈 지경이다. 집에서 노는 것도 참 재미있었고, 편안했고, 편리까지 했다.
코로나시대가 끝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이 엉망이다. 물건의 사용기한은 그것이 고장 날 때 까지가 이니라 사람이 싫증 났을 때라는 것. 마음이 변해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라는 것. 꿈뻑꿈뻑. 현실을 맞닥뜨린 건 나 혼자였다. 아이들도 남편도 사는 데는 열광했지만, 그 이후의 관리와 이별(?)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주 일부의 물건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이사 오기 전 사전점검을 하러 이 집에 처음 왔다. 베란다며 팬트리며 수납공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4인가족이 살기에 이 정도면 됐다고. 그런데 안 쓰는 물건들이 자꾸 팬트리로 들어갔다. 그렇게 팬트리가 가득 차더니 베란다에 수납공간을 더 만들어 거기에도 들어갔다. 사람보다 물건이 더 많은 게 "집"이라곤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이게 얼마짜리 집인데. 진정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으니. 무언가 잘못된 것 아닌가. 20평에 살아도 30평처럼. 30평에 살아도 40평처럼. 살 수는 없을까. 공간이 곧 "돈"이 되어버린 시대 아닌가. 평 당 수 천만 원짜리 집을 더 누리고 활용하고 싶다는 색다른 "욕심"이 생겨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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