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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 헤아림 Feb 17. 2024

아직은 가면 벗을 용기가 없나봐

그 때의 편지를 열어볼 자신이 없는 나

2년전 가을 받았던 편지.

그 편지가 다시 떠오르는 글귀를 발견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데도 

나에게 하고 있는 말 같아서

지레 움찔거리고 겁을 먹는다.


오늘 발견한 글은 이렇다.


"진정한 자아를 찾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기를

가면을 쓰고 남탓만 하는 인생은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거야.

아무도 너를 감옥에 가두지 않았어.

[중략]

니가 더이상 댈 핑계가 없거나 무기력하거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만

그저 다시 착한 사람인냥 거룩한 사람인냥 가면을 쓰고

가련하게 있었을 뿐...

너에게 가면을 벗을 힘이 생기길 바래. 

[중략]

가짜 자아, 거짓 자아, 거대 자아를 벗고

진짜 너로 살기를 간절히 기도해"


그 때 받았던 편지를 축약해 놓은 것만 같은

한 상담사의 글에 나 혼자 마음이 움찔댄다.

큰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말이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프니까 묻어두고 싶었고

모르는 척, 없던 일인 척 하고 싶었지만

나만 아는 내면 세계에서는

여전히 그 편지의 글귀들이 가장 큰 간판처럼

내 앞을 버티고 있다.


물론 A4 3장에 달했던 편지가 제대로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자극했던 단어들이 있었다.


"가면" "가짜 자아" "거짓 자아"

이런 단어들이 나오면 

나를 심하게 검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존재 전부가 가짜이고 거짓인 것 같아 괴로워진다.

내가 모든 관계를 가면쓰고만 대하고

진심도 없고, 진짜 내 모습으로 대한 적도 없는 것 같은 확대 해석을 하게된다.


세상에 내 모습을 드러내기 두려워 가면으로만 세상을 사는 듯 싶어서..

비겁하고 어른답지 못한 어린애가 된 것 같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가면이 나에게 씌워져 있을 수 있으니...

때로는 그 가면으로 다른 사람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을까봐 두렵다.

내가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편지를 받고서는 수치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발기발기 찢긴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게 단단한 사람은 아닌데,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묻어두었다. 편지를 한 번 그 이상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 글이 무서웠다.

내가 정말 그 글에 쓰여진 사람 같을까봐 무서웠다.


그리고 이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그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하는 증거가 되는 감정일까봐

또 두렵고 무섭다.



오늘 발견한 글 귀를 통해

내가 나의 가면을 두려워하고 무서워 하고 있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가면을 벗어버린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구나를 알았다.


어른이 되는 것은 

가면을 벗는 일인 걸까.


그렇다면 어른이 되면

나는 그 편지를 다시 열어볼 용기가 생기게 될까.


아직은 가면을 벗을 용기도

어른이 될 용기도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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