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내 삶에 패턴과 규칙들. 지켜야 하는 중요한 역할과 자리들이 있다.
내가 누군가의 사업장에 동료로서 들어간다는 것이 무조건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닐 텐데, 오늘 면접에서 이상하게도 그렇게 들려 불편하고 불쾌했다. 나를 배려해 주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감정들이 느껴지고 센터를 맞춰주지 못하는 내가 잘못한 게 있는 것처럼 저자세를 취해야 할 것만 같아졌다. 함께 하려면 내가 무조건 맞춰줘야 할 것 같은 부담.
건네는 질문들에 어버버 거리면서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내 모습도 만났다. 괜히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 같은 내 모습에 스스로 위축되기 시작하고 대화 말미에는 알 수 없는 부끄러움, 수치심 같은 것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미세함 숨소리, 비언어에서 느껴지는 못마땅하고 탐탁지 않다고 여기는 듯한 느낌들이 나를 괜히 주눅 들게 만들고 내가 나의 자격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실력이 없나?' 이렇게 구차하게 굴 필요가 없는데 자기 연민 고리에 빠져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기도 했다. 어딘가 모르게 관계의 구성이 동등하지 못하고
나의 존재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감각이 살아있었고 처음부터 관계의 구성이 이렇게 흘러가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스스로 대견하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이대로 상대방에게 맞춰가게 된다면 나의 것을 충분히 시도해 볼 기회를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과거의 나라면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무조건 맞추겠단 태도를 가졌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내 감정과 생각을 딛고 일어나서 아닌 건 버리고 맞는 건 수용해서 성장의 기회로 삼자는 태도를 가지겠다는 '내'가 생겼다.
나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마구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상대가 취할 수밖에 없었던 태도들도 이해한다.
자신의 사업을 한다는 건 애정이 있는 일이고,
그만큼 안전한 사람을 고용해야 할 책임을 느낄 테니까.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하면 된다.
상담학회 1급 수련을 시작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나는 다시 상담자로서 1살이라고.
나는 성장해 갈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점점 완성되어 가는 모습으로 살아갈 테다.
잠깐 기분은 언짢았지만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난다.
나를 스스로 비관하고 나의 능력 없음을 묵상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소리에 속지 않는다.
내가 가야 할 길에 필요한 것을 발견하도록 도운 사건이라 여기며
더욱 발전하기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하면 되고 할 거고 해낼 거다.
사람을 돕고 가정을 돕는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