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음을 글에 쓸어 담는다.
글을 쓰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다고 느낄 때 브런치를 찾아온다. 대단한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버리니 오히려 이 공간이 편해졌다. 브런치 작가에 지원했을 때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지원해야 하는 것 같아서 잔뜩 부풀어 있었는데, 그 부담이 크다 보니 잘 찾아지지 않았다. 그럴듯한 글감이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시간이 좀 흐르고 위에 가졌던 기대들은 사라지고, 긴 글을 솔직하게 끄적일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브런치를 다시 찾아왔다. 아무도 안 보는 글은 아닌데 나 혼자 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부담이 없고 편안하고 솔직해지는 곳. 많은 관심은 아니어도 누군가는 슬며시 본다는 게 위로가 되는 신기한 공간이다.
오늘도 오르락내리락 복잡했던 마음들을 글에다 쓸어 담는다. 누군가에 대해 의심스러운 마음도 들었다가, 관계를 그냥 놓아버리고 싶은 피로감도 느꼈다가, 다가올 독서모임에 대한 긴장감이 싫어서 도망가고 싶어지기도 했다가, 아이들과 복닥이다 너무 지쳐버린 이 하루.
편히 누워 몇 글자 적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목요일부터 새로운 독서모임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독서모임인데 이름을 첨 거창하게도 지었다. 맘 헤아림 가족학교 라니. 시간이 지나 좀 부끄러움과 스스로 웃기단 생각을 했다. 나름 포부가 있었던 건데 너무 오버했다 싶은 마음에 잠깐은 숨고 싶기도 했고.
아무튼 오랜만에 온라인으로 진행을 하려고 하니 긴장도 되고,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이 비확실성이 불안으로 다가온다.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는데 진솔한 나눔들에 고마우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잘 끌고 갈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져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 도움이 전혀 안 됐다 욕먹을까 봐 두려워서, 돈을 낸 만큼의 유익이 없었다 말할까 봐 걱정돼서 좀 머리가 아프다.
사실 선정란 책이 이미 너무 좋아서 걱정할 필요도 없이 흘러갈 텐데, 그런 믿음이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에 큰 자리를 잡고 앉은 불안함 때문에 계속 동동동 마음을 구른다. 근데 이런 모습도 그냥 나 인걸.
오늘 낮에 오해받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브런치에 글을 썼다. 그럴듯하게 마음을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젠장. 내 마음이 딱히 정리된 건 아니네 싶다. 마음의 문제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어딘가 스스로 어색해지고 얼어버렸다는 걸 느낀다. 반응하고 싶지 않고, 숨어있고 싶고, 그러면서 내 삶의 주제인 소외감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더 상처를 받을까 봐 나를 보호하고 싶은 동기가 작동한 건데 이걸 너무 몰아세워서 억지로 나를 괜찮은 척 만들고 싶진 않은 것 같다. 나도 갑자기 돌을 맞은 거긴 하니까. 큰 돌까진 아니어도 작은 돌멩이도 아픈 건 아픈 거니까. 잠깐은 웅크려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