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한우만 100만 원어치 사는 시댁
첫 추석, 정육점에서 긁은 카드값
결혼 전, 나는 친정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에 한우라는 고기가 놓여있던 적을 본 적이 없다. 한우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즉 내가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접하게 된 고기의 일종이다. 그만큼 식비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철저하게 아끼며 사시던 부모님이시다.
그럼 그동안 살면서 내가 먹었던 수많은 고기는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살다 온 동물이었을까.
2015년, 결혼하고 첫 명절이었다. 명절 전 날, 음식을 해야 한다며 아침부터 온 가족이 모여 마트를 가는 것이 남편 집안의 문화라고 했다. 8시부터 하나로마트에 모였다. 잡채, 꼬치, 전 등의 식재료를 샀다. 다음으로 동네에서 소문난 정육점에 갔다. 시어머니께서
"미리 주문한 것 좀 줘보세요."
라고 말하니 사장님은 포장한 고기를 남편의 손에 쥐어 주었다.
"카드~"
어머니께서는 남편에게 카드를 달라는 손짓을 하셨고 남편은 본인의 카드를 어머니에게 넘겨주었다.
“띵동”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68만 원"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고기만 68만 원어치를 주문한 내역이었다.
"올해는 양이 또 줄었네. 이것도 모자라~"
다음 날, 시댁의 식탁에는 어제 주문한 한우갈비가 양념된 모습으로 올라왔다. 나는 적어도 10만 원어치는 먹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내 인생에 68만 원어치의 고기를 본 적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비싼 고기라 그런지 맛은 있었다. 점심쯤 되어 시댁 식구들과 바이바이하고 나와 남편은 친정집을 향했다.
차에 타자마자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물었다.
"근데, 매번 명절 때마다 고기를 이만큼씩 사드셔?"
"어~ 매번 거의 100 안되게 나오는 것 같은데?"
"그럼 이 돈은 자기 혼자 내는 거야?"
"아니, 둘째랑 나눠서~"
휴...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음 달 카드값이 고기로만 68만 원 나갈 뻔했다.
같은 서민 출신이지만 시댁과 우리 집의 문화는 하늘과 땅 차이다.
명절에도 우리 집은 한우를 사본적이 없다. 먹어서 똥 되는 것으로 68만 원 쓰느니 아껴서 다른 곳에 쓰실 부모님이시다. 우리 집은 그동안 호주산, 미국산 불고기면 충분히 행복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신혼 초반에는 시댁에 거의 매주 주말에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모둠회와 한우는 기본이었다. 저 돈은 어디서 날까 궁금했지만 물어볼 용기는 안 났다. 그렇게 식비며, 생활비며 꾸밈비 등을 아끼지 않으시고 본인들을 위해 과감하게 펑펑 쓰시는 것 같았다.
반대로 우리 친정집은 갈 때마다 김치, 나물, 호주산 불고기였다. 가끔은 닭볶음탕 정도.
(시댁도 친정도 전혀 부자가 아닙니다. 아주 평범한 서민임.)
조금씩 시댁의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굳이 우리 친정 부모님처럼 사실 이유가 있을까라고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식들 잘 키웠고 이제는 돈 쓸 일이 크게 없는데, 저렇게까지 아껴서 김치만 먹고사는 것이 맞는 걸까?
천 원 한 장에 벌벌 떨던 나도 돈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자린고비 정신으로만 사는 것은 큰 후회가 밀려올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천 원 한 장, 만원 한 장을 고민 고민하고 쓰고 있다. 하지만 정말 써야 할 때는 좀 더 좋은 것으로,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물가도 많이 올라 한우 68만 원 가지고는 택도 없다. 100만 원어치는 기본.
정답은 없다. 시댁이 옳은 것도, 친정이 옳은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가난한 마인드에서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