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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Nov 19. 2023

엄마는 왜 좋으면서 부정적으로 말할까

애증의 친정엄마


며칠 전, 회사일이 너무 바쁜 날, 새벽 6시에 일어나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하루종일 일하다가 집에 도착하니 저녁 7시였다. 토털 12시간은 집 밖에 있었던 셈이다.


평소 7시 반부터 5시까지 아이를 맡기는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 일을 하고 와야 하는 나는, 가기도 전부터 친정엄마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고 엄마에게 어떤 기쁨을 줄 수 있을지부터 곰곰이 생각했다.

첫 번째 엄마는 요즘 입을 외투가 마땅히 없어 보였다. 옷을 잘 사시지도 않을뿐더러 관심도 별로 없으시다. 그런데 마침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도 있고 뭘 입고 가나 고민하시는 것 같았다.


하필 그 무렵 나도 너무 입고 싶었던 무스탕 코트가 있어 눈에 아른거리던 중 인터넷으로 지르고 말았다.
그런데 왠지 모를 엄마 생각에 본래 같았으면 사고 다음 날 바로 게시했을 옷을 입고 나가지 못했다.

'엄마가 종일 아이 봐주시는데 이 옷 엄마 드릴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추운 겨울날 늙으신 엄마는 마땅한 외투 한 벌도 없는데 자식인 나는 멋을 부리겠다고 예쁜 무스탕 코트를 입고 다니는 것이 마음이 허락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이 등하원 도와주시느라 매일 우리 집에 오시기 때문에  친정엄마는 우리 집의 살림살이를, 특히 어떤 것을 새로 샀는지를 단번에 아실 수 있었다.


그래. 그럼 아쉽지만 엄마에게 내 무스탕 코트를 드려야겠다 결심했다.


그래서 새벽 6시에 나가는 그날 엄마가 오시자마자 내 무스탕 코트를 보여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입어 보시고는 너무 잘 어울린다며, 비싸 보인다며 좋아하셨고 그날로 나는 내 무스탕코트와 작별 인사를 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분명 아이를 돌보느라 저녁도 차리기 귀찮으실 텐데 뭐라도 사다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육회를 주문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밥을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연락드렸다.

엄마 집에 도착해 보니 육회는 풀지도 않은 채 덩그러니 식탁에 놓여 있었고 아이는 친정엄마가 이것저것 넣고 비빈 밥을 먹고 있었다.
순간 좀 짜증이 났지만 한번 꾹 참고 엄마에게 말했다.

"육회 시켰잖아. 얼른 이거 먹자. 그거 그만 먹이고"

열심히 육회 포장을 풀어 식탁에 세팅했다.
풀어보니 육회 따로 비빔밥 따로 세트였다.
한 입 먹어보니 육회가 사르르 녹았다. 육회를 시킨 이유는 딸내미가 육회를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고 친정엄마도 오케이 하셨다.

"빨리 이 밥에 비벼먹자."  하고 육회를 밥에 넣어 비비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딱 봐도 시원찮구먼. 영양가가 하나도 없게 김이랑 풀만 넣어놨네."

라고 하셨고

"밥도 다 식었어. 차가워. 이런 걸 어떻게 애가 먹냐."

라고 하시며 본인이 온갖 잡다한 반찬으로 만든 밥을 여전히 내 딸에게 먹이고 계셨다.

분명 내가 육회 시킨다고 했을 때 좋다고 했던 엄마이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루종일 너무 힘들었는데 엄마에게 미안해서 내 코트도 드리고 육회까지 배달시켰던 나다. 내 힘듦보다 엄마의 힘듦이 죄송스러웠기에 나름 노력했던 나다.


순간 너무 화가 치솟아 올랐다.


"평소에 엄마 밥 많이 먹으니 오늘 같은 날은 영양가는 없어도 그냥 외식으로 때우는 거지. 얘도 맨날 먹던 거보다 이게 더 맛있을 수도 있는거야."

라고 말하며 아이 입에 육회를 넣어주었다.
그런데도 계속 구시렁거리시며 이거 먹여 아이가 배가 차겠냐는 둥 밥이 차갑다는 둥 나 들으라고 중얼중얼거리시는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내가 신경 써서 사온 걸 가지고 맛없느니 영양가가 없느니 하면 듣는 나는 기분이 어떨 거 같아? 그럼 앞으로 배달 안 시킬 테니 엄마가 한 밥 먹어."

이해를 해보려 해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엄마는 내가 가끔 외식이나 배달을 시켜드리면 그 집 음식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거면 집 밥이나 실컷 드시지 외식하자고 하면 엄청 좋아하시면서도 도대체 왜! 그렇게 맘에도 없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건지. 왜?

나는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 내 무스탕 코트. 나도 입고 싶었고 육회는 평소 자주 먹는 음식도 아닌, 나름 특별식이라고 생각하고 주문한 음식이었다.

나는 엄마처럼 딸의 노고를 무시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휴.

마음속에 천불이 끓어올랐지만 또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는 건 왜지....


엄마가 신경 쓰여 카톡을 보냈다.


"저녁 잘 챙겨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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