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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Nov 25. 2023

비자발적 퇴사가 설렐 줄이야

마흔인데 퇴사라니


사람들은 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한다고 하면 지금 직장보다 더 특별한 뭔가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의 퇴사에는 특별한 뭔가는 없다.

거기에 자발적 퇴사가 아닌 비자발적 퇴사이다.

하지만 비자발적 퇴사임에도 나는 10년 전부터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의 최대치를 10년 보았고 그 후는 일부로 그려보지 않았다.

일을 하는 내내 이 일이 나에게 적합한지, 이 일을 할 때 내 가슴이 뛰는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만약 단 1%라도 가슴이 뛰거나 적합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본격적으로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했었다.

10년을 일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이 일에 내 인생을 걸어야겠다는 가슴 뜀은 없었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받지 못했다.

나는 이 일에게 10년이라는 기회를 주었고 비정규직으로 사는 10년 동안 온갖 수모와 별별일(알면 다침)이 다 있었지만 그 1%의 동기부여를 위해 참고 견뎌냈다.

당장 내년부터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수입은 없어지고 남편의 수입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큼지막한 리스크가 있음에도 나는 이 일에 대해 끝끝내 남은 내 삶을 바칠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20대 때 멋도 모르고 정규직 시험을 보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정규직이었으면 앞으로 20년은 더 할 수 있는 직장을 자발적으로 퇴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평생직장을 얻었는데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쉽게 그만두지 못했을 것이고 불행하게도 하루하루를 억지로 버텨가며 한 번뿐인 인생을 하고 싶지 않은 일의 노예로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 합리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참 다행인 것은 분명하다.

10년간 그토록 간절히 동기부여를 얻고자 했지만 얻지 못했던 건 정말 내 길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월급 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니 조금만 더 버티고 다녀볼까도 했지만 이제는 정규직으로 변경해 줄 테니 제발 좀 다녀달라 해도 '절대! 네버! 제발 그 말만은!'이고 외치고 싶은 마음상태까지 와버렸다.


그래서 이제, 다시는 내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게 두지 않으려고 한다.

돈 때문에 억지로 끌려다니는 인생, 그만두려고 한다.

(그렇다고 믿는 구석이 있는 금수저이거나, 남편 월급이 엄청난 것도 아닙니다.;)


나이 마흔에 무모하다. 그래, 무모하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마인드셋 할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볼 것이다.


단 급하지 않게,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함께 보내고 싶었던 자녀와의 시간을 보내며, 바쁘다고 내팽개친 가족의 식사를 챙겨주며 그렇게 소소하게, 천천히 나의 삶을 재정비할 것이다.

드디어 퇴사가 한 달 남짓 남았다.
퇴사가 이렇게 설렐 줄이야..
마지막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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