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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aka 도깽이 엄마 Jun 24. 2021

입덧과 역류성 식도염

겪어 본 자만이 알것이다...

유독 그 전주부터 햄버거를 엄청 먹었다. 평소에도 종종 즐겨 먹기는 했지만 그렇게 며칠에 한번씩 시켜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1주일에 3번 이상을 나는 햄버거 세트를 시켜서 먹고 있었다. 햄버거를 시켜 먹기 전 어딘가 모르게 속이 살짝 울렁거리는 거 같다가도 햄버거를 먹으면 다시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렇게 한 주를 보내고 그 다음주 산부인과를 갔다. 나는 워낙 성격이 아둔한 성격이라 혹시 임신일까를 의심해서 간 것은 절대 아니다. 분명 임테기에서도 임신이 아니라고 했는데 한달 반 가까이 생리를 하지 않는 것이 혹시나 부인과 소견의 병명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산부인과를 찾았던 것이다.


병원 방문 후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산모수첩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그러자 남편은 요즘은 이런 수첩도 임신 전에 미리 주냐며 어디서 받았냐고 묻는다.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임신도 하지 않은 여자에게 산모수첩을 주던가? 나의 임신 소식을 들은 남편은 많이 좋았는지 그 길로 조퇴를 하고 집으로 오면서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놓으라며 외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마침 금요일기도 했고 이 모든 일에 어안에 벙벙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 열심히 맛집을 찾아 서촌에 위치한 스위스 레스토랑을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잔뜩 시켜 놓고 먹는데 갑자기 고기 냄새가 확 비려 목구멍에서 넘어가질 않았다. 분명 그날 점심때도 제육볶음이 잔뜩 들어간 만두를 맛있게 먹었는데 갑자기 고기 냄새가 역겨워 졌다. 심리적인 걸까? 임신이라는걸 확인한 후 갑자기 고기 냄새가 역한 듯 입덧이 시작되는 건 왜일까? 분명 난 임신 6주 차인데 그럼 점심으로 먹었던 그 제육만두도 그리고 전날 먹었던 햄버거도 역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렇지 않았고 임신이라는걸 알고 난 그날 저녁부터 난 입덧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친정 엄마는 10달 내내 입덧을 했다는데 그거에 비하면 내 입덧은 그렇게 심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입덧은 정말 힘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계속 무언가를 먹어야 속이 울렁거리지 않는 “먹덧” 또 친정 엄마 같은 사람은 끊임 없이 구토를 하는 “토덧”에 시달린다 한다. 친구 중 한 명은 칫솔만 들어가면 구역질을 하는 “양치덧”에 시달렸으며 침 냄새가 역해서 침 삼키는 것이 곤욕스러운 “침덧” 외에도 모든 냄새에 민감해 지는 “냄새덧”도 있다 한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입덧은 위에 나열한 것들이 아닌 다른 종류의 흔한 입덧이었다. 나는 빈속에 항상 속이 울렁거렸다. 그래서 빨리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배달 앱을 열어 고르고 있자니 이 사진을 봐도 울렁 저 사진을 봐도 속이 울렁거렸다. 그렇게 20분 정도 고민하다 드디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해서 결제를 하려는 순간 분명 1분 전까지도 맛있어 보였던 사진인데 한번 더 보고 있자니 속이 다시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영락없이 다른 메뉴를 골라야 했다. 그러기를 수 차례 반복 어떤 날은 1시간 가까이 음식을 고르다 지쳐 잠들기도 했고 빠르면 40여분 만에 음식을 시켰다. 하지만 막상 그 음식이 오면 정확히 3숟가락 정도 먹고 다시 울렁임에 시달렸다. 어느 날은 2시간 가까이 메뉴를 고르다 지쳐 엉엉 울기도 했다. 그날도 3시간 가량 메뉴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회식을 마친 남편이 들어왔다. 순간 너무 울컥해 엉엉 울었고 자기가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는 남편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늦게 온 남편 탓이 아닌데 남편은 마치 자기 탓인 마냥 안타까워했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지만 당시에는 엄청 서러웠다. 배는 고프지, 빈속이라 속은 더 울렁거리지 그래서 무언가 먹고 싶어 이것저것 메뉴를 고르자니 사진만 봐도 속이 매스꺼워지고 배는 더 고파오고…… 정말 쳇바퀴 돌듯이 도돌이표가 계속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지옥 같았던 입덧은 20주가 조금 넘어가니 사라지는듯했고 그 보다 더 무서운 역류성식도염이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임신 전에도 역류성식도염이 있었는데 결혼 준비 하면서 식단 조절을 하니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확실히 밀가루 및 탄소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단백질 양을 줄이니 다이어트는 덤이고 위가 아주 편안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신을 하고 시작된 나의 입덧에는 밀가루 처방만이 살길이었으나 나의 숙면에는 최악이었다. 밤마다 역류하는 위산으로 약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약은 많지 않지만 직구로만 살수 있는 이 제산제는 임산부도 하루에 5알까지 먹을 수 있으며 딸기 맛, 블루베리 맛 등 다양한 베리 맛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탕처럼 입 안에서 녹여 먹거나 씹어 먹을 수 있다. 나는 항상 입 안에서 녹여 먹었었다. 입안이 텁텁해 져서 아주 불쾌 했지만 그 텁텁함이 침과 함께 내려가면서 타오르는 나의 위를 진정시켜 주는 듯 했다. 마치 소화기안의 용액이 화재를 진압하듯이 말이다. 때로는 제산제를 먹으며 잠이 들어 그 텁텁함에 자다 깨 구토를 하기도 했지만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밀가루를 서서히 줄여 갈 때쯤 나는 임신 중후반기에 들어 섰으며 뱃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아기는 나의 위를 밀어내며 이전 보다 더 극심한 역류성식도염의 고통을 주었다. 임신 초 중반에는 자기 전에 한번 괴롭히던 역류성식도염이 중 후반기에 이르자 무언가 먹기만 하면 바로 위산이 역류하는 고통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때부터 외출을 할 때면 꼭 제산제를 넉넉히 챙겨가야 했다. 하루 5알 이상 2주 이상 지속적 복용 금지라고 써있었지만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고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는 자로서 2주 이상 지속적 복용했다라고 쓴다. 아직까지 아들에게는 큰 이상이 없고 앞으로 혹시 있다 하더라도 당시 나의 선택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고통을 생각하면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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