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신이 넘어지고 일어나고 또 넘어지면서 무수히 늘어선바리케이드를 넘어온다. 그리고 마주한 전두광에게 군인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자격이 없음을 일갈한다. 이에 전두광은 몇 초 정도 이태신을 바라보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승리의 축배를 들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함께 가던 절친 노태건에게 먼저 가서 파티 준비를 하라고 하며차에서 내려잠시 걷는다. 영화에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할 수 없다. 아마도 잠시 잠깐이었을 것이다. 다음 장면에서그는신군부 반란자들의 축하 잔을 받아 든다.
그가 왜 차에서 내렸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혼자 파티장소까지 걸었던 듯한데 영화에서는 그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두광에게는 한 컷의 서사도 주지 않던 감독이 왜 이 장면을 그에게 주었을까? 적어도 이태신의 마지막 말이 그의 폐부를 찔렀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인간이면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순진한 우리들의 바람을 담았을지도 모르겠다.
반란군과 진압군의 대치와 이태신이 전두광에게 한 당연하고도 담담한 저 말 한마디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이자, 천만 관객이 뒷목을 부여잡으며 영화를 끝까지 본 목적이 아니었을까.너무도 당연하고정직해서 누구도 벨 수 없을 것 같은 저 말이오히려 전두광의 눈빛을 흔든다.
출처: 네이버
명분과 정당성을 가진 이태신과 '사후승인'종이 한 장 가진 전두광의 대결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관객들은 꽤 오랫동안 생각할 것이다.전두광 그는 훗날한 줌의 재가 된 자신의 육신이편히 뉠 곳 없어 떠돌게 될지짐작했을까? 짐작했다 해도번들거리는 눈을 빛내며 또 이렇게 외칠 게다. "마!싸나이로 태어나서 원 없이자알 살았다 아임미까." 그는 사나이가 되었어야지 군인이 될 자격은 없는 사람이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관객들은 빠르게 일어서서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출입구 통로에 늘어선다. 어서 빨리 전두광의 그 추악한 웃음소리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다. 아무 말 없는 우리들 뒤로 군가 한 곡이 서글프게 울린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군대도 가 보지 못한 내가 군가인 <전선을 간다>를 들으며 상영관을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마치 반란군에게 무장해제를 당한 진압군처럼 고개를 숙이고.
하늘을 나는 철새만이 약속을 지키는 세상,이태신이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가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