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죽어 있는 것 같았던 아파트 뒷산도 기실 살아 있었던 것이다. 봄이 산을 오르고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아직까지는 차가운 바람이 잠깐씩 몸을 움츠리게도 하지만, 얼굴에 스치는 바람에 위로를 받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언제나 계절은 오고 간다. 그러나 계절의 순환은 슬픔의 기억뿐 아니라, 기쁨의 기억까지 함께 가지고 무심하게 간다.
꿈을 꾸었다. 몽이가 떠나고 두 번째 꿈이다. 녀석을 보낸 보름쯤 후에 고맙게도 꿈에 와 주더니, 어젯밤 꿈에 또 만났다. 어떤 곳의 카운터에 아이를 맡겼는데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다. 왜 그러냐 물으니 이 아인 봉황이 될 아이라서 짝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빛이 나는 아이를 보면서 꿈은 아니겠지 했는데 꿈이었다. 깨고 나니 그리움이 목젖까지 꾸역꾸역 차 오른다.
3년 넘게 약을 먹고, 마지막 3개월은 걷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다가 녀석은 떠났다. 한 줌 재가 된 아이를 바람에게 맡겼다.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고, 바람과 함께 날며 꽃도 만나고 나비도 만나라고, 그리고 가끔 별을 보던 우리 집 베란다에도 들러달라고...
한 달 전, 열여섯 살 우리 집 반려견 몽이는 그렇게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앓아누웠을 때부터 매일매일 헤어지는 연습을 했는데, 역시 이별은 연습이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