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아빠가 네 발 자전거를 사줬다. 언니는 곧 보조 바퀴를 떼고 두 바퀴로도 잘 달렸다.
"아빠가 붙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나 혼자 가고 있었어."
아빠랑 두 발 자전거를 연습하러 나갔던 언니가 신기한 듯 말했다. 얼마 뒤 두 발 자전거에 익숙해진 언니가 말했다.
"태워줄까?"
끄덕끄덕.
두 발 자전거는 안장이 삼각형이 아닌 긴 직사각형이었다. 아예 뒤에 사람을 태울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뒷자리에는 쇠 봉으로 등받이까지 있었다. 언니가 먼저 자전거에 오르고 뒤이어 내가 탔다. 나는 손으로 등 뒤에의 봉을 힘껏 잡았다.
"간다."
"오예!"
언니가 발을 구르자 시원한 바람이 온몸에 확 닿았다. 곧게 뻗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둘 다 내려서 자전거를 돌렸다. 그러고서 다시 집 방향 쪽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휘청휘청.
"어?"
"악!"
순식간에 몸이 한쪽으로 쏠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물이 잘 대진 논에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 뒤였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자 옷, 특히 엉덩이 부분에 진흙이 덕지덕지 묻었고, 내가 주저앉았던 부분의 벼가 쓰러져 있었다. 몸 어딘가에서 개구리가 놀란 듯 튀어 올랐다. 언니가 중심을 잘못 잡으면서 그대로 논두렁에 곤두박질친 것이다.
"괜찮아? 미안."
언니는 길가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언니 옷은 먼지도 없이 깨끗했다. 넘어지는 느낌이 들자 자전거와 나를 내팽개치고 혼자만 길가에 살아남았다.
이후에도 언니는 두 발의 이동장치와는 인연은 아니었다. 중학교 들어갈 때는 아빠에게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웠다. '택트'라 불리는 작은 오토바이였다. 몇 번 아빠와 도로주행을 마친 언니가 말했다.
"나와 봐. 오토바이 타는 거 보여줄게."
대문 밖 마당을 빙빙 돈다고 했다.
부릉부릉.
"어? 왜 출발을 안 하지?"
언니는 오토바이 손잡이를 끝까지 당겼다. 언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토바이가 발사된 로켓처럼 앞을 향해 돌진했다. 언니는 마당을 지나쳐서 그대로 변소 벽을 들이받았다.
"괜찮아? 괜찮아?"
가족 모두 언니에게 달려갔다. 무릎이 크게 까졌고 피가 흘렀다. 언뜻 보기에도 꽤 큰 상처였다.
"아파, 엉엉."
언니에게 박힌 변소 벽에도 금이 가 있었다. 아쉽게도 나와 동생은 오토바이 타는 법을 영영 배울 수 없었다.
To. 언니에게
언니, 그날 많이 아팠지? 그래도 똥통에 빠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나는 논두렁에 그대로 처박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