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꽃 Mar 29. 2023

결혼 조건. 결혼 등급?

수치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할 것들_


자본주의 사회.

스펙도 실력이고 경쟁력이 스펙인 우리나라.

지독한 서열주의.

이 시대 현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의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글이다.



'둘 중 어떤 사람 조건이 더 괜찮은 걸까요?'

상대를 번호로 매겨가며 1번이 더 좋은지 2번의 조건이 더 좋은지, 본인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수치화한 조건들을 나열하고 답변을 기다린다. 글쓴이야 오죽 답답해서 올렸겠냐마는 온라인에 올려진 글쓴이의 고민에 아주 심플하게 1번, 2번으로  매기는 댓글만 오간다. 거기에 요즘은 제사 없는 것도 스펙에 들어간다는 얘기까지 얹어진다. 그러한 글이나 댓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결혼앞에서 스펙이 전부인 것처럼만 보인다.



또 이러한 부류의 글로는 본인과 상대의 수치화한 스펙을 나열해 놓고 비교 분석(?)을 해봐 달라는 글이다. 그리고 한치의 깊은 고민없이 우르르 달린 댓글에 따라 자기식으로 해석한다. 내 수치가 월등하면 내가 아까워서 못할 연애일까? 애초에 그 정도의 글을 올릴 정도의 마음이라면 올리기도 전에 끝내야 하는 사이이지 않을까? 그런 글을 가끔 접하다 보면 이게 현실인 건가 싶어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올라온다.





2022년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발표한 결혼에 성공한 남녀의 표준모델이란다. 손쉽게 나의 위치를 확인한다. 누군가는 써진 항목들을 보며 본인은 허들을 넘었다며 우쭐댈 거고, 누군가에겐 저 항목의 턱을 넘지 못했다며 좌절할 것이다. 가볍게 평가하고 쉽게 나의 위치와 상대의 서열 매긴다.



아래의 표를 보고 안도하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불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사람이 더 많을까?

아무리 결혼이 현실이라고는 하지만 표면으로 드러난 수치가 우선인 세상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상대가 얼마나 성실하고 진실된 사람인지. 나와 대화코드가 잘 맞는지 나와 얼마나 가치관이 맞는지 하는 그곳에 사람 자체는 없다. 마치 시장에 내놓아진 소 등급표를 보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라는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 이효리, 이상순, 비, 노홍철이 제주도 어느 숙소에 함께 모여있다.  식탁 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한 근황토크 시간. 이효리가 노홍철에게 묻는다.



이효리 : 여자친구 없어, 홍철이? 얘기 많이 들었어. 외모랑 스펙 본단 얘기 많이 들었어.


노홍철 : (어쩜 그렇게 정확히 알고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어? 잘 들었네?


이효리 : (웃으며) 외모랑 스펙을 왜 보는 거야, 네가 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