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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을 Sep 16. 2023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어

소설 만세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한 문단을 제대로 정리하기 어려운 하루였다.


집에서 도서관으로 도서관에서 또 집으로.

장소를 몇 번이나 옮겼지만 그도 먹혀들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답답한 마음은 커져만 간다.


하루를 망치고, 도피하듯이 잠을 청하려는데 그도 녹록지 않다.

책장에 꽂힌 책을 훑어내리다 '소설 만세'라는 책을 들었다.


소설을 쓰고 읽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초라하고 세련되지도 않은 것 같고
그래서 경쟁력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 나쁜 전망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럴 가치가 있어요.
당신이 소설을 그렇게 지킨다면 소설 역시 당신을 그렇게 지켜 줄 것입니다."

소설 만세, 51p


운명처럼 만난 구절에 벌떡 다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호기롭게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고작 몇 줄을 끄적이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흔들리는 순간에 반복해서 되뇌어 볼 문장을 발견해 냈다.


오늘은 그것으로 되었다고 자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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