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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이 Nov 05. 2024

소설




영원히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고

현재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아야 하고

떠날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

그런데 나는 왜 지반이 무너지는 것 같을까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하면 이런 거려나

누군가 떠나고 한 세계가 붕괴되는 과정인 것이다

지반이 무너져서 끝없이 추락한 뒤에

두 다리가 닿는 그 땅. 그 땅은 또 다른 세계.

그러니까 모든 것이 반복.

새로운 세계에서 처음 보는 나무를 만지고

사랑에 빠지고 다시 추락.

새로운 세계에서 처음 보는 새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다시 추락.

새로운 세계에서 추락.

언제쯤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빠져있으면 옆에서 누군가 말한다.


넌 지금 추락하는 기분이 들어

비유법을 활용해 너의 감정을 묘사하고 있지만

사실 넌 지금 땅을 이미 발에 붙이고 있고

너의 감정은 서핑하는 것처럼 파도 위에 있어

그 감정이 바다 자체가 아니라

감정은 물결이야


그러니까 너는 지금 어떤 가치판단에 휘둘리지 말고 너를 지켜야 한다 그곳엔 상어가 없다 그곳엔 해일이 없다 그곳엔 너와 바다 그리고 살아 나갈수 있을 만큼 가까운 해변.



네 발로 나올 수 있을 만큼의 해변.



모래를 밟는다 발바닥이 따갑다.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내가 바다에 있었다는 걸 모른다.

모두 육지에 있다.



육지에 도착해 바에 갔다.

오늘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일순간 모두 눈빛이 변한다. 주인장이 텔레비전 안에서 벌어지는 축구를 보며 혼잣말.



누구나 골을 먹힌 적이 있지.



내 앞에서 술을 먹는 여자가 말한다. 나는 바다를 가본적이 없지만 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방금 막 들어온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문간에 걸려 넘어진다. 모두가 걱정한다. 남자는 웃으며 말한다.




“아하하 이거 왜 이렇게 칠칠맞죠? 그런데 아무리 조심해도 이렇게 당한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때 난 참 한심한 녀석이다 나는 다시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끝도 없단 말입니다. 그냥 에라잇 못봤네 웃기네 내 잘못은 아니지 안 다쳤으니까 됐다. 뭐 이래야죠.”



나는 바다에서 파도가 나의 발을 붙잡았다고 말한다. 멀리서 한 취객이 말한다.



“파도엔 손이 없는데 발목을 어떻게 잡어!”



그래 그래 그래



파도엔 손이 없어.



그리고 난 한번도 추락한 적이 없다.



그렇게 느낄 뿐



나는 바를 나간다. 술은 한모금도 마시지 않은 채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정신이 또렷하다. 사람들이 왜 벌써 가냐고 아우성이다. 나는 말한다. 할 일이 있어요. 주인이 컵을 닦으며 말한다.


“할 일을 끝내면 또 와.”



나는 문 밖을 나선다. 겨울의 찬 공기가 볼을 건드린다. 어둔 밤이 점점 선명해진다. 오늘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잠시 모른 체 하고 바다에 갔었다. 아 전부 다 끝낼 필요 없으니 그만 두려워하자. 내가 무언갈 못해도 나고 잘해도 나다. 성공을 해도 부랑자가 될 수 있고 부랑자여도 성공할 수 있다. 연애를 해도 외로울 수 있고 결혼을 해도 이혼을 할 수 있다. 평생 홀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고 이혼을 해도 재혼을 할 수 있다. 지인이 죽어도 세상은 돌아가고 내가 죽어도 지인의 세상은 돌아간다. 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해야 된다. 사랑하는 걸 자존심 상해하지 말자.



나는 발을 꼿꼿이 한 채로 걸어간다. 오늘 할 일을 다 마치면 무엇을 할지 상상해본다. 그 상상은 관념적 상상이 아니다. 할 일을 다하면 가장 좋아하는 책을 읽어야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 싫은 사람은 싫어해야겠다. 그러니까 난 지금 술 한방울 마시지 않았다. 찬 공기는 점점 익숙해져 볼에 시원하게 닿는다. 집 앞에 도착할 즘 깨닫는다. 이번 겨울은 나를 이해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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