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른손으로 시를 씁니다

01 쓰러진 새벽

by 현루

쓰러진 새벽


그날 새벽은
고요했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지요

창밖은 어두웠고
집 안은
어제의 숨결을
그대로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쪽의 세상이
기울었습니다

왼쪽 팔이
말을 놓고
다리가
먼 데를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떨어뜨렸는지도
몰랐습니다

시간은 멈추고
말은 안으로만 말했습니다

텅 빈 방에
컵소리 하나
파도처럼 퍼졌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은
그렇게
조용히
부서질 수도 있다는 걸

몸은 그대로인데
몸속의 내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불러야 했지만
목소리는
혓바닥에서만 울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내 안에 갇혔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이제부터
내 삶은
조금 다르게
써야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