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80만 원을 예상한다던 어느 의원의 말은 터무니없는 것이 되었다. 2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턱없이 부족한 예측이 되었다. 1심 법원은 물경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껏 조심스러웠던 일각의 진단을 훌쩍 뛰어넘는 형량이다. 최종심에서 집행유예의 형이 확정되면 피고는 의원직을 상실한다. 향후 10년 동안 피선거권 역시 제한된다. 2심과 최종심이 남았다. 피고는 다시 한번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을까?
지난 시절 피고는 김 모 씨를 통해 대법원에서 같은 혐의의 파기환송을 끌어냈다. 서민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돈을 대법원장에게 처바른 뒤였다. 이번은 한 발 더 나갔다. 법원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반면 검찰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한쪽에는 속칭 땡전 한 푼 안 주고 다른 쪽에만 돈을 건네면 큰돈이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양아치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피고가 간과한 게 있다. 재판부가 돈이나 바라는 속물로 본 것. 당시 대법원장에게서 학습한 효과다. 전 대법원장은 양심과 법리를 모두 버렸다. 이번 재판부는 그 둘을 모두 지켜냈다.공공연한 말장난으로 점철된 지난 판결의 주문을 주말하고 그 위에 선명하게 새로 주문을 적었다. "피고는 허위 사실 공포로 민의를 왜곡했다.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군더더기라곤 전혀 없다. 이로써 법원은 사법 정의를 다시 세우게 되었다. 반면 피고는 대선 출마의 꿈을 접어야 하는 입장에 몰렸다.
특히 예상보다 높은 형량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2심과 최종심에 불구하고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결의 의의는 또 있다. “진실과 차이가 나도 허위사실 공표라고 볼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판결(모종의 묵계 뒤에 나온 판결)이 더는 없으리라는 것이다. 당시 2심은 유죄를 선고했었다. 전 대법원장이 말 같지도 않은 요사스러운 언술로 유죄 판결을 바꿔놓았다. 삼권분립 하에서 사법부가 정치권의 가랑이 속으로 기어들어 가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그 뒤로 사법부는 정치권의 눈치나 보는 상갓집 개 또는 권위를 스스로 차버린 에서와 같은 취급을 받았다. 정치권은 대놓고 사법부를 돈이나 밝히는 집단으로 은근히 매도했다.
이번 판결로 그런 분위기가 바뀌었다. 반전의 기회는 피고가 아니라 사법부가 잡은 것이다.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 달 선고될 위증교사 판결의 시금석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동일 피고의 위증교사 혐의는 쟁점이 워낙 간명하고 증언도 복잡하지 않다. 이번 판결과 같이 A는 허위사실이지만 공표가 아니고 B는 허위사실 공표가 맞다는 식으로 사안을 분리해서 판결할 여지가 없다. 일찍부터 이번 선거법 위반 혐의와 달리 위증교사 혐의는 당선무효형을 벗어나기 힘들 거라는 견해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당선무효형이 내려졌으니 다음 달 선고될 위증교사 혐의가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쯤 되면 집행 유예 없는 징역형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게 생겼다. 피고가 말끝마다 하는 사필귀정이라든지, 진리를 어둠 속에 가둬둘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이 한 번 더 제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