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살아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래서 요즘엔 하루하루 마지막인 것처럼 산다. (그렇다고 뭐 대단히 비장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산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담담히, 화 좀 덜 내고,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해 주고...
어제는 휴일이라 남편과 아들에게 원 없이 애정을 퍼부었다. 두 남자의 귀지를 청소했다. 남자들은 차례로 내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얌전히 누웠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볼에다 마구 뽀뽀를 했다. 평소엔 제발 적당히 좀 하라며 도망치던 아들도 꾸욱 참고 나의 입술 세례를 견뎌냈다. ㅋㅋㅋ 왜냐면 귀지 청소만큼은 혼자 할 수 없거든. 혼자 하면 맛이 안 나. 이건 남이 해 줘야 간질간질 스륵스륵 기분이 좋다니깐. 그러니 고통스러워도 엄마의 스킨십 고문을 이겨낼 수밖에.
수해로 연일 안타까운 뉴스가 흘러나온다. 신혼의 30대 교사도, 친구와 여행을 가던 20대 청년도... 누구도 오늘이 세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비가 좀 많이 오는 보통날, 이번 주말엔 뭐 할까 기대하는 그런 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은 예고 없이 뒤통수를 쳤다. 잔인하게도.
오늘 하루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라 말한다면, 과장이라 생각할까.
암을 경험한 이후, '죽음'은 내게 '구체어'가 되었다. '사과'나 '식탁'처럼 셀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갑자기 들이닥친 물살처럼 언제라도 내 얼굴을 칠 것 같은. 그래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조차 입에 담기 아프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공허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리다. 저 마음을 감히 누가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조금 덜 아프고 덜 힘들길. 부디 잘 견뎌내시며 시간이 아픔을 씻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