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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Aug 08. 2022

나는 나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로 했다 (2)

두 번째 질문


'자기 불만족 감(感)'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자가 안녕 점검'.


'충분히 잘 자고 있는가?'라는 첫 번째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하자, 내 마음은 기다렸다는 듯 내게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과 같이 너무 당연하고도 쉬운 질문인 듯했지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는 건 반박할 수 없었다.




두 번째 점검 질문, '잘 먹고 있는가?'


엄마는 나와 동생이 어렸을 적부터 반드시 아침 식사를 한 후에 등교를 하도록 시키셨다. 식사 준비가 귀찮거나 힘들 때면 한 번씩 배달 음식을 먹거나 외식을 해도 될 텐데,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집밥을 먹었다. 그리하여 우리 자매는 집밥-순이가 되었고, 하루 세끼 중 두 끼 이상을 집에서 먹어야 속이 편했다.


내가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나니, 엄마의 '집밥론'이 대를 이어 내게 넘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집밥을 한다는 건 철저히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일이었다. 밥은 내게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밥은 먹었어?"라고 던진 나의 안부 인사에는 늘 진심 어린 마음이 있었다. 밥을 제때 잘 먹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스핑크스, 아니 마음이 내게 던진 질문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란 말이다. 나의 안위를 묻는, '잘 먹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사뭇 진지해질 필요가 있었다.


보통 나는 아침 식사는 남편과 간단하게, 점심 식사는 혼자, 저녁 식사는 남편과 함께 먹는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던 남편을 '아침 먹는 사람'으로 길들인 지 1년이다. 남편은 이제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면 오전이 너무 힘들단다. 나도 그 공복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지.


사실 남편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펴봐야 할 시간은 바로 나 혼자 식사하는 점심시간이다.


갓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땐, 집에서 혼자 점심을 챙겨 먹는 게 쉽지 않았다. 나 혼자 먹는데 이것저것 꺼내 '잘 차려 먹는 일' 자체가 굉장히 귀찮게 느껴지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동기인 주애언니(샤이니 맘)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되었다. 한참 수다를 떠는 중 언니가 대뜸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 혼자 있다고 밥 대충 먹지 말고."


그날 그 한마디가 마음에 콱 박혀버렸다지. 언니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혼자 점심 먹을 땐 굉장히 대충스러워진다는 걸. 거기에다가 점심시간마다 전화를 해서 식사를 잘했냐고 묻는 남편에게 '혼자서도 잘 챙겨 먹었노라' 대답을 하려면 정말 혼자서도 밥을 잘 차려 먹어야 했다.


그렇게 혼자서도 잘 먹기 위해 하루 이틀 노력하다 보니, 어느샌가 내가 진심으로 '나를 위해'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먹는 건데 대충 먹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지금은 '나에게 점심 상을 차려주는 행위'가 나 스스로를 아끼고 돌보는 일이 되었다. 오전을 잘 보낸 나는 이렇게 잘 차려진 밥상을 받을 만하다고, 오후를 잘 보낼 힘을 얻어야 한다고. 물론 지금도 혼자 먹으려고 밥상 차리는 건 귀찮지만 말이다.


어쨌든 점심 식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두 번째 점검 질문에 대한 사고 회로를 종료시키자, 마음은 '그럼 어디 세 번째 점검을 시작해보시지'라며 마음과 생각의 연결지점을 더욱 뿌옇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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