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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많은얼룩말 Jul 22. 2023

친애하는 나의 친구에게

Dear my friend in Savanna

Long time no see!

오랜만일세! 참 오래간만이야. 자네, 잘 지내고 있었나?


내가 이렇게 오래도록 연락을 하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그래, 자네가 예상했던 대로 아주 정신없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네. 7개월째 말이야. 간간이 소식을 전하려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주길 바라네.

 

그나저나, 인사이동이 있었다는 소식은 들었나? 새 식구가 생기면서 일어난 변화였지. 채 달인으로 살던 내가 셰프직을 내려놓는다는 건 참 유의미한 일이었어. 아, 물론 언젠간 복직은 할 걸세. 여전히 정갈한 채 썰기는 아직 나를 따라올 자가 없다네. 물론 이곳에서 말이지.


어쨌든, 나는 셰프직을 내려놓고 새 식구 양육의 큰 부분을 맡게 되었어. 난생처음 해보는 일이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으니 너무 걱정은 말게나.


아, 그럼 내가 하던 셰프직은 누가 맡게 되었는지 궁금할 테지. 바로 미스터 밤이라네. 그래, 미스터 밤의 업무량이 증가되었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네. 우린 모두 초과 근무자들이니 말이야.


물론 그가 처음부터 '셰프'라는 이름을 얻었던 건 아니야.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야만 했지. 처음엔 재료 손질에 시간을 한참 쏟더군. 덕분에 내 엉덩이가 들썩거린 게 한두 번이 아니란 건 비밀이 아닐세. 내 상황도 녹록하진 않아 나서진 않았지만, 그래도 난 그를 믿었다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네! 어느새 7개월이라고. 그간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었을지 눈에 선하지 않은가? 시간이 적절히 쌓이고 나니 미스터 밤은 정식 셰프가 되었다네. 물론 나의 채 썰기는 따라올 수 없지만(이 부분만큼은 명확히 하고 싶네만), 그는 이미 나를 능가했다네. 미스터 밤은 내가 이곳에서 만들었던 요리보다 훨씬 더 다양한 요리들을 척척 만들어내고 있다는 거야.


미스터 밤, 아니 밤 셰프의 메뉴판에 메뉴가 새로이 추가될 때마다 나는 참 기쁘다네. 새로운 요리가 눈앞에 놓일 때, 그 두근거리는 마음을 알겠는가? 나도 나이지만, 밤 셰프의 성장은 이루 말할 수 없어. 그리고 그의 요리를 마주할 땐 나도 굉장한 도전심이 생긴다고나 할까.


밤 셰프의 모험심과 실행력에 대해선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네. 물론 우리 앞엔 밤 셰프의 요리가 있어야겠고 말이야.


자, 그럼 이만 글을 줄이겠네. 밤 셰프가 다음 요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나는 우리의 새 식구를 돌보러 가야 하거든.


Sincerely,

Earl



https://brunch.co.kr/@thinking-zebr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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