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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준 Aug 03. 2021

알며도 못하는 것

나는 운이 좋게도 집과도 거리가 가까웠고, 자주 왕래했기 때문에 친숙했던, 서울에서 군생활을 하였다. 게다가 조금은 특이했어서, 남들 다 한다는 그런 훈련들 없이 21개월을 보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실내에서 근무하는 근무자들만이 가장 추운 시기에 외부에서 근무하는 근무자와 함께 동참 근무를 서는 것으로 혹한기 훈련을 대신했다.



어리바리했던 첫 동참 근무가 지나고, 군대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이젠 내가 꽤 선임이 되어버렸을 때, 나는 두 번째 동참 근무를 서게 됐다. 함께 근무를 섰던 초병과 여러 가지 시답잖은 대화들을 나눴었다. 그러다 하늘에 별이 있을까 하고, 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소에는 꽤 보였던 것 같은데 그날만큼은 하늘이 정말로 칠흑 같았다.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옆에 있던 초병에게 말을 걸며, 이제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농담을 했다.


‘하늘 좀 봐봐, 니 남은 군생활 같다 그치..’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을 장난을 친 다음 고개를 내렸을 때,  하늘이 칠흑이었던 탓인지 유달리도 밝게 빛나는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서울의 야경을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새삼 참 예뻤다.



많은 생각을 했었다. 별을 꼭 하늘에서만 보아야 하는 건 아닌데, 나는 왜 하늘의 별만 고집했지? 별들은 내 발아래에도 있었는데, 불과 얼마 전에도 내가 저 별들 사이에 서있었는데, 저곳이 내가 자주 가곤 했던 곳들 일 텐데. 맞지, 내가 있는 곳이 어두워야 하늘에 있는 별이 보이는 거지, 내가 있는 곳이 밝을 때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별을 찾으면 안 되는 건데.



나는 항상 별들 사이에 서 있었으면서도 하늘의 별을 찾다, 내 세상엔 별이 없다며 울음 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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