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2

메뉴 짜기와 주문 노하우

by 말라

일요일에는 제가 본업 하는 날인데~ 가끔 이렇게 집중이 안 되는 날에는 손도 풀 겸 딴 일을 하기도 하죠.

딩굴딩굴 언제 일하지? 하고 있는데 자꾸 브런치 알람이 오길래 토요일은 연재 안 하는 날인데 왜 알람이 오지? 알고 봤더니 제가 5월의 직원식에는 토요일까지 연재일로 설정해 두었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우리 회사 토요일 특근이 자주 있어서 그렇게 설정했었지~ 하고 기억나더라고요.

금요일 석식과 토요일 중식을 올리면서 혹시나 도움 될까 해서 메뉴 짜는 저만의 요령을 알려드려야겠다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답니다.


작가들에게는 이런 말이 있답니다.

마감날에는 바둑티브이도 재미나다.

제가 지금 딱 그렇답니다. ㅎㅎ


우선 저희 식당에는 무슬림인이 3명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 분이 퇴사하셔서 2명이 되었어요.

그리고 돼지고기를 선택적으로 드시는 한국인 한 분이 계시고요.

용역으로 오시는 분들 중에서 몇 분 있으나 매일 오시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돼지고기 요리보다 생선류 하는 것이 덜 번거롭겠죠?

그러나 돼지고기도 자주 해드려야 하는 중요한 식재료긴 하죠.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사실 매일 올라오는 찬 중에서 고기가 없으면 안 되는 게 직원식의 국룰이죠.

중식과 석식 중에서 한 끼는 고기, 한 끼는 생선으로 구성을 했습니다.


월요일

하루 쉬고 오는 월요일에는 가장 한국적인 밥상을 짜야겠다 생각했어요.

이유는 일요일 집에 가시는 분들은 분명 식구들과 외식을 하시거나 고기를 드시겠죠?

그래서 월요일 중식은 무조건 소고기 미역국과 자반고등어를 기준으로 잡았어요.

그리고 월요일 석식은 식자재 마트의 할인상품과 매주 즉흥적인 새로운 메뉴

화요일은 돈전지 덩어리로 만드는 수육, 간장맛 수육, 김치찜 이 세 가지를 돌려서 하고요.


화요일

석식은 코다리와 생선가스를 격주로 돌려합니다.

해산물 중에 가장 원가가 싼 식재료가 코다리와 생선가스 이거든요.


수요일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입니다. 원래 수요일쯤 되면 좀 힘들잖아요.

그래서 이날은 고기치료 가야겠죠?

이날 메뉴는 무조건 갈비양념 전지조림입니다. 뼈 없는 돼지갈비 같은 메뉴인데 우리 식구들이 좋아하는 메뉴랍니다. 전날 수육인데 다음날 또 돼지고기인 이유는 상추 한 박스를 사면 3번에 걸쳐 소진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연달아 메뉴를 이렇게 잡은 거지요.

중식을 고기로 했으니 석식은 해산물로 가야 하는데 이날의 석식은 절단 주꾸미와 오징어를 격주로 냅니다.

절단주꾸미의 가격이 조금 비싸다 보니 이런 날에는 반찬들을 좀 싸게 가야 하죠.


목요일

중식의 메인은 국중에서 식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왕창 뭇국입니다.

이 날에는 반찬에 고기를 넣지 않기에 조금 신경 써야 하는 날입니다.

물론 돌아오는 목요일에는 메뉴를 바꾸었답니다. 소고기 뭇국 대신 닭고기 15마리.

제가 자주 안 하는 요리 중에 하나가 뼈가 붙어 있는 닭으로 하는 닭볶음탕인데요 이유는 잔반처리 할 때

뼈분리를 잘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드리는 메뉴입니다.

석식은 열기(볼락) 혹은 가자미를 격주로 냅니다.


금요일

중식은 고등어조림입니다. 사실 조림은 한꺼번에 조리하기에 하나하나 구워야 하는 구이보다 훨씬 편하죠.

그리고 중식을 해물로 했으니 석식은 고기가 가야 하겠죠?

이날은 저녁에 소불고기를 합니다. 원래 중식고기, 석식 해물이 기본인데 이렇게 바꾼 이유는

저희 회사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타 지점 직원들이 오시는 날입니다.

그러나 석식에는 차 밀리는 문제로 저녁을 드시지 않고 일찍 가시거든요. 그래서 나름 수를 쓴 거죠.

비싼 메뉴는 식수가 적은 석식으로 돌렸습니다. 저 천재죠? ㅋㅋㅋㅋ


토요일

토요일은 웬만하면 그 주에 조금씩 남겨놓은 재료들을 꺼내는 날이죠. 일명 냉장고 파먹기라 하여 냉파 하는 날입니다. 야심 차게 사 두었으나 시간문제나 현장상황에 따라 하지 못한 재료들을 소진하는 날입니다.


디저트

사실 꼭 드려야 하는 건 아니나, 저희 회사는 정확한 식수가 공지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찬밥이 자주 남습니다. 그럴 때는 남은 찬밥을 볶은밥으로 쓰기도 하지만 저는 매일 식혜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게 어떤 날 못할 수도 있다 보니 매실차를 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감귤주스를 내기도 하고 그렇게 돌려가며 냅니다. 디저트의 가격은 만원을 넘지 않게 ~


챙겨두는 세일 상품

식자재 마트는 자주 세일 전단지를 돌립니다.

이럴 때맞춰 사둬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꽈리고추

꽈리고추의 경우에는 박스당 만원 이상의 차이가 나니까 무조건 시켜놓습니다.

한 달에 한번 시킨다고 보면 됩니다. 멸치를 볶거나, 생선을 조릴 때 유용하죠. 물론 꽈리고추가 메인이 되는 찐 꽈리고추 무침을 해도 되지만 사실 안 합니다. 그렇게 반박스를 쓰기에는 조금 아깝더라고요.

그리고 꽈리고추 꼭지 딸 시간도 아깝고 해서 양념용으로만 사용한답니다.


바나나

칠천 원대의 바나나가 오천 원대나 사천 원대로 떨어지는 날에는 꼭 한 번씩 시킵니다.

두 송이면 우리 회사 식구들 한 끼 가능하거든요.

이유는 간편하게 배식대의 한자리를 차지해 주거든요.

저번 달에 싸다고 한 박스를 시켜놓고 후회했답니다. 이유는 이게 한꺼번에 숙성되다 보니까 연달아 바나나를 내야 하는 욕먹을 일이 생기더라고요. ㅎㅎㅎ


토마토

한 번씩 세일하면 5박스를 사둡니다.

이유는 여름철에 과일처럼 드시기 좋고, 샐러드로 하기도 좋고, 토마토 달걀볶음 하기도 좋은, 건강한 식재료이기 때문입니다.


가지

무조건 삽니다.

요즘 야채가 비싸다 보니 이런 호불호가 있는 식재료를 비싼 가격에 사두기는 너무 아깝거든요.

지삼선을 할 때도 있고, 가지볶음을 내기도 하고, 가지나물로 나가기도 합니다.

식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가지튀김으로 만든 지삼선이지만 그건 정말 각 잡고 해야 하는 요리인지라 시간과 노동이 많이 들죠. 그리고 비싼 피망이 필요하다 보니까 단체식으로 하기에는 좀 망설이게 됩니다.

거기다가 무슬림이 있는 우리 회사에서 돼지고기를 안 넣을 수도 없고 넣기에는 제가 또 귀찮은 일이 생기고....

어렵죠? 그래서 가지를 사는 날에는 제가 많이 심란해지죠. ㅎㅎㅎ

튀긴 가지를 볶는 일은 속도전인데 저는 항상 30분 전에 요리를 마쳐야 하는데~ 튀긴 가지 볶음이 배식대에서 1시간을 버텨줘야 하거든요. 이걸 50인분을 만들어야 하니 저 혼자서 너무 힘든 일이죠?


애호박

언제부턴가 애호박 한 개가 3.000원 정말 후들후들하죠?

여름이 좋은 이유가 이런 야채들이 싸서 좋습니다.

기름값이 올라가다 보니 비닐하우스로 재배되는 겨울에는 정말 꿈도 못 꿀 식재료라 된장찌개 하는 날에 한두 개 사는 것도 손 떨리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세일 때는 무조건 한 박스 구매해 둡니다.

그때만 내는 반찬이 애호박두절새우볶음입니다.

물론 구매할 때 저의 의지는 애호박 전을 해드려야지 하고 삽니다만~

애호박이 귀찮은 식재료인 이유는 바로 개당으로 포장된 압착비닐 때문입니다.

20개를 벗겨내는 것만 해도 십 분이 소요되고, 그걸 자르고 나면 메뉴변경을 합니다.

이걸 다시 밀가루 묻혀 계란물에 넣어 하나하나 굽는다? 아니야. 쉽게 가자~ 그냥 볶자.

이렇게 되다 보니 저의 애호박 전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해드린 적 없는 귀한 메뉴가 되었지요.

그리고 애호박 전은 1인 10개 드신다에 제 손모가지를 걸겠습니다.

결국 50명이 드시려면 전 500개를 구워야 하기에 늘 메뉴가 볶음으로 바뀌게 되죠.



식용유

식용유는 저가를 삽니다. 대신 자주자주 갈아드립니다.

고가와 저가 식용유의 가격차이는 거진 두 배이다 보니 어쩔 수 없죠. 물론 고가의 식용유가 튀김 할 때 훨씬 더 좋다는 걸 느끼지만 좋은걸 여러 번 쓰는 것보다 자주자주 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여 자주 갈아드리는 걸로 전 택했답니다.


미원

저는 미원을 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뭐 그게 제 요리철학? 이런 건 아니고 이미 제가 쓰는 많은 대기업소스에 미원이 함류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굳이 따로 미원을 사용하진 않습니다.

물론 쓰는 곳이 한 곳 있습니다. 짬뽕할 때인데요. 그건 제가 처음부터 그 요리에 어느 정도의 미원을 넣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꼭 넣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미원을 주문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임자가 사둔 미원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짬뽕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저... 중식 배운 여자랍니다. ㅎㅎㅎ 그런데 짬뽕을 자주 안 하는 이유는 짬뽕하는 날이라고 반찬을 깍두기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사실 4월 까지는 메뉴를 짜지 않고 그날그날 기후에 따라, 기분에 따라 짰습니다.

매일 저녁 메뉴를 짜고 사입을 주문하는 한 시간이 저에게 꽤 즐거운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주문을 하다 보니 제가 좀 힘들더라고요.

일찍 주문을 하면 마트에서 어느 정도 컷팅을 해주거든요.

닭을 컷팅주문하면 마리당 500원의 가격이 올라가지만, 예전처럼 노동으로 그 모든 것을 하고 힘들어하는 것보다 조금 요령껏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사실 대부분의 직원식당에서는 냉동 수입 야채들을 사용한답니다.

썬대파까지도 말입니다. 감자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전 그런 재료를 사는 게 힘들더라고요.

요리를 엄청 잘하지 않아도 맛있다고 해주시는 이유가 바로 재료가 열일해주기 때문이겠죠?

제가 비록 노동강도는 세지만 울 회사가 좋은 이유는

국산 김치 사용하라고 해주시고~ 사입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믿어 주기기 때문이랍니다.


힘들어도, 퇴식대에 식판을 주시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맛있어요~라고 해주시거나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해주시는 식구들 때문이겠죠?


다들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늘 올리는 글에 라이킷 해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오늘도 힘내서 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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