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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호리 Sep 29. 2021

아무튼, 치앙마이 갑니다.

육아휴직 42일 차 기록

육아휴직을 한지 무려 42일이 됐다.

맙소사.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던가.

육아휴직을 하기만 하면,

막! 수영도 하고!

막! 영어도 공부하고!

막! 유튜브도 하고!

막! 글도 많이 쓰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산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드라마도 정주행하고

금주도 하고, 서핑도 배우고..

못 만났던 사람들도 만나고

가족 앨범도 만들고...


하고 싶은 것들이

이천삼천사만오천칠백이십일곱가지가 있었더랬다.


하지만 현실은

일상에 쫓겨 육아 휴직한 지

42일 만에 두 번째 글을 올리고 있는 중.




아무튼


매우 노력은 했다.

수영의 실패로 뭔가 어그러졌다만..


https://brunch.co.kr/@dooholee/126


내가 너무 '휴직'이란 말에 흥분해서,

'육아'라는 우선과제를 망각했었다.


집에 있어보니,

모든 것이 할 일이다.

휴직을 했으니 각종 가사(家事)를 피할 도리가 없다.


지금은 어쩌다 짬이 나는 상황이라,

뭔가 도망치듯 글을 쓴다.

무슨 옥중편지 쓰듯 쓰고 있다.



아빠의 무게라니..


나는 옛 선조 아저씨들이

'남존여비' 따위를 하면서

후세에 어마어마한 업보를 쌓아버린 것이라고…

조상님들... 늬들님 때문에..

이 세상에 남자가 설곳은 없나이다..


나의 육아휴직 42일을 되돌아보면,

'설거지'가 가장 기억에 남..




아무튼


뭔가 거창하게

'저 치앙마이 가요! 이 와중에!'라고

엄청난 발표 같은 것을 해보고 싶었지만,

찬란하게 글을 쓸 시간이 없다.


육아에서 도피해

숨어서 글을 쓰는 상황이니 말이다.


10월 말경에 치앙마이에 가기로 했다.

이미 휴직전에 계획되어 있었다.


나의 이런 계획을 전해 들은

태국 정부에서 너무나도 감사하게

11월부터 태국 개방 플랜을 가동한단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4&oid=277&aid=0004974736



할렐루야


치앙마이에 가서 1년을 지내고 온다.

2021년 11월 - 2022년 11월...

뭔가 꿈만 같은 시간이 펼쳐질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육아' 휴직이니

어떤 일이 펼쳐질지 대충 예상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설거지와 청소를 할 것이고,

아이들 등교 셔틀을 할 것이며,

아이들이 학교 가 있는 동안

겨우 주변에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다니다가

4시경에 아이들을 태우러 학교에 올 것이고

아마 저녁식사를 하러 함께 나갈 것이고,

들어와서 애들을 정리시키고

.

.

.

.



.

.

.


아내와 슬리퍼를 끌고

주변 재즈바나 술집을 찾으러 나갈 것이고..

주말에는 교외로 나가 각종 액티비티를 할 것이고,

치앙마이에만 있는 '탁센 마사지'로 힐링을 하고..


치앙마이 타페게이트 부근 우메슈를 팔던 작은 술집 ⓒ Dooholee 2020


빠이에서 어떤 재즈바


히히히히.. 좋네..


하지만,

아무리 '육아' 휴직이라지만..

1년간 셔틀로 살 수는 없다.

나도 '존엄성'이라는 것이 있고.

귀한 남의 집 아들내미고...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그래서..


'치앙마이 대학교'에 지원했다.



무슨 학위 과정은 아니고..

치앙마이 대학교 어학원에서 운영하는

1년 기간의 '태국어 학습' 과정이다.


https://www.learnthaicmu.com/


치앙마이 대학교는

태국에서 매우 유명하고 수준 있는 대학이다.

1964년 지방에 설립된 최초의 종합 국립대학인데

20개 학부가 있고, 3만 명이 넘는 학생이 있다.

의학과 공학이 유명하단다.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 '잉낫 칭나왓'이

치앙마이 대학교 출신이다.

그 외에도 유력 정치인, 연예인 등을 다수 배출.

뭐 그것까지는 우리가 알 것은 없지만,

여하튼 수준 있는 대학이다.


캠퍼스가 매우 아름다워

치앙마이를 찾는 이들의 필수 관광지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유는

일단 치앙마이에서

'누군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무슨 어려운 일이 있을때

'제도권'에 비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친구도 사귀고,

태국의 전통문화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아주 '지대루' 태국을 배우는 것이다.

영어나 일어, 중국어를 하는 사람은 흔해도

'태국어'를 하는 사람은 희소가치가 있다.


지난 여행 때 태국어 숫자를 외웠는데,

술자리에서 주변인들에게 '숫자'만 말해도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재밌어한다.


'능쏭쌈씨하록쨌뻇까오씹'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숫자만으로 주목을 받을지인데,

초급 떼고 오면.. 뭐 이건 거의

태국 대사로 보내라고 아주 난리가..


요즘 블랙핑크 LISA의 'LALISA"가

역대급으로 터지면서,

태국 총리가 '한국처럼 소프트파워를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총리님. 제가 한 알의 밀알이 되어

태국의 소프트 파워를... 어떻게 좀..



아무튼
애스순애즈파서블




나는 치앙마이로 가기로 했다.


여러분!! 제가 치앙마이를 갑니다.

동네 사람들! 제가 이 시국에 치앙마이를 가요.

한 달도 안 남았어요!!!



https://brunch.co.kr/@dooholee/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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