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걷는다.
걸어서 이동하고,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도 대체로 걷는다. 뛰는 건 보통 버스를 놓칠까 봐, 약속시간에 늦을까 봐, 급한 일 생겼을 때 정도.
가벼이 산책을 하거나 운동 삼아 아침저녁으로 걸을 때마저도 달리는 사람을 보면 왜 땀나게 달리나... 하고 생각하던 분류 중 하나가 나였다.
지금도 주로 걷지만, 이제는 달린다.
나에게 달리기는 걷기의 반대가 아니다. 동적 명상의 시간이고, 루틴이고, 도전이다.
그리고 달리기는 내 인생에 선물이다.
2021년 조금씩 서툰 달리기를 시작했다. 좋아하던 을숙도 생태공원을 살포시 뛰었다. 심박수가 올라가는 것을 가슴 뛰는 일로 착각했을 것이다. 그날의 설레는 감정이 내 달리기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달리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빠르게 멋있게 따위가 아니라, 달리는 행위는 왠지 낯설었다. 바쁜 일이 없는데 걷는 사람들 사이를 피해 달리는 일은 튀는 행동 같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기는 분명 높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땀과 숨과 심장박동이 증명한다.
2022년 달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당시 기획자의 집을 수료 중이었고 당시 절영마라닉(영도에 그림자가 끓어져 보일 정도로 빠른 절영마가 있었으니 지금은 사라진 절영마가 되어 영도의 아름다운 곳곳을 달려보자)을 기획하게 된다. 1킬로 거리감조차 없던 나라 유명한 달리기 밴드에 가입하여 마피아(마라톤을 피크닉처럼 달리는 아이들)의 한 멤버가 되어 함께 달리며 달리는 방법을 배웠다. 코시국을 지나오며 모두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숨어 지내던 때, 나처럼 세상 밖으로 나온 이들도 많았다.
어쩌면 나는 코시국 이전에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가둔 채 안위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코로나를 겪으며 어제 살던 생이 오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았다. 울타리 밖으로 나오자 비로소 내 삶이 보였다.
망설이는 나를 향해 손짓하는 그들이 있다. 허들 같은 울타리는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고 힘차게 응원한다.
"파이팅"
할 수 있다고 소리친다.
나는 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무채색 옷을 벗어지던지자 주홍의 바람막이는 날개가 되어 나를 가볍게 만들었다.
흐르는 삶을 살던 내가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르자 비로소 나의 길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