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걸 좋아했다.
동이 트기 전 숲을 걸으며 어둠을 밀어내고 해를 끌어 올리는 새벽을 좋아했다.
숲의 기지개.
이른 새벽 새들의 지저귐,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나뭇잎 스치는 바람의 움직임, 강직한 바위, 깨어나는 도시.
해의 온기.
구원같은 달빛.
꽃잎 이불 덮고 잠든 벌을 깨우고, 애벌레와 조우하고
한순간도 같은 모습이지 않은 구름을 기억하고 싶었다.
나는
도시 옆, 외딴섬에 산다.
파도가 달음질하는 해안길 따라 걷다보면
파리한 어둠을 뚫고 출항하는 배들을 자주 목격한다.
걷는 걸음이 빨라지는 순간이다.
갈매기의 힘찬 날개짓을 따라 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고, 사뿐사뿐 가벼이 발을 띄우다
두 발이 허공에서 파도를 탄다.
달린다.
그렇게 지면으로 부터 자유로워진 두 발은 도통 달리기를 멈출수가 없었다.
내가 달리는 이유에 대해 여러 달 동안 생각했다. 빠르기는 커녕 조금만 스피드를 올려도 터질듯한 심장은 아팠고, 바람에 휘갈긴 두볼은 유독 시뻘게졌다. 땀을 흘릴 정도의 거친 운동을 싫어 했고, 콧땀을 질질 흘리는 꼬마야 같기도 했다. 겨우 걸음마 떼고 잘 걷는데 달리기는 유독 힘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달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달리는데 이유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찾아야했다.
자유가 고팠다.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었고, 두발에 내 자유를 실어 띄어보내고 싶었다.
사회적 인간으로 잘 짜여진 틀에 맞춰 나의 본분을 상기하며 성실히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사회의 규범과 규칙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러한 사회적 인간이기 이전에 나는 무엇을 꿈꾸었나... 내가 진정 원하는 무엇과 내가 진정 느끼고 싶은 감정은 무엇이었나. 내안에 일렁이는 파도를 타고 싶었다.
달리는 순간은 그런 원초적인 나를 만나는 순간이다.
나는 나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땅에 짓눌린 내 못난 발이, 내 아픈 영혼같기도 하여
너에게도 바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고, 허공에서 자유로이 네가 원하는데로 발 길이 닿는데로 가능한 한 오래 너의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다.
달리는 시간이 30분이면 그 절반은 허공에서 자유롭기를.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걸 기억해야한다.
자유를 위해 일상은 또한 최선의 노력으로 달려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자유를 향하여
오늘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