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dsommar Jan 22. 2022

데이트폭력범죄 신상공개: 당신이 누군지 알고싶지 않아요

원하는 것은 데이트폭력이 없어지는 건데..

최근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있던 원룸에서

전 여자친구와 화장실에서 다투다가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의 피의자는 신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별로 공유하고 싶지 않은 뉴스라 링크는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기사의 댓글은 피의자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를 쓴 피의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겨라거나,

피의자의 증명사진이 "뽀샵"이 된 것이 틀림없다며 머그샷을 공개하라거나,

피의자의 인권은 필요 없으니 당장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등 분노의 댓글들이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관련 기사의 베스트 댓글 중에 제 시선을 끄는 아이디가 있었습니다.

역시 소개하고 싶지 않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여성혐오적 시선이 드러나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던 그가

가해자 남성의 잔혹성을 소리 높여 비난하는 것은 약간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지만 사람 마음이 간사한지라 그가 작성한 댓글 이력을 살펴보았습니다.

여성혐오적 시각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작성한 "여성은 죽어야만 동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갑자기 와닿았습니다.


신상공개 범죄자를 소리높여 비난하던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핍박받는 여성들에 대한 기사에서 "불쌍한 아프간 여성들 대신 한국의 페미들을 저기로 보내야한다"라는 댓글을 작성한 것을 보며 그가 가지고 있는 소위 "꼴페미"에 대한 증오의 깊이가 소름끼치도록 무서웠습니다. (이 댓글이 굉장히 많은 추천을 받았다는 것 또한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


살인자를 비난하는 여성혐오주의자가 있는데 신상공개가 무슨 의미일까요?

그의 신상이 공개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힘 약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살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이는 더 극단적이고 급진적인 남성혐오주의자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일부 극단적인 남성혐오주의자가 있다는 것은 저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 한다고 합니다.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데이트폭력 범죄가 멈추는 것이지 데이트폭력범의 얼굴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남성들이 "그래도 난 죽이지는 않았잖아"라며 거리낌없이 혐오의 단어를 내뱉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는 그 데이트폭력범이나 이 일부 남성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의견 일치를 보기 힘든 남성과 여성이 "신상공개된 범죄자 비난하기"라는 주제 하나에서만이라도 의견 일치를 보는 건 기쁜 일이겠습니다만,

여기서 의견일치를 본다고 성별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