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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Feb 27. 2022

코로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이려면

현장에는 우리 모두가 있습니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방역당국을 작심 비판했다고 합니다.

출처: 이재갑 교수 페이스북

그에 따르면 보건소 직원들이 비명을 지르고, 늘어나는 확진자로 병동의 문을 닫아서 축소 진료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으며, 요양원, 요양병원은 감당 못할 정도의 집단발병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하며, 사망자가 99명으로 올 들어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코로나인데 분만해야 하거나 심근 경색이거나 암이거나 수술해야 하는 환자가 부지기수로 발생하는데 병원들은 이 분들이 코로나 환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할 만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코로나 환자 전용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이 해결책일까요?


1. 코로나19로 인한 죽음과 코로나19를 가진 죽음

우리나라 인구의 10% 수준인 덴마크는 현재 입국통제와 증상 있을 시 검사, 확진되면 격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규제를 해제하였고, 우리 2.5배 수준의 확진자를 보이고 있으며, 사망자 수는 우리보다 약 5배 높으며, 백신 2회 접종률은 82%(한국 86%) 수준, 부스터샷 접종률은 62%(한국 60%) 수준입니다.

최근 덴마크 세럼연구소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코로나19로 인한 죽음(deaths due to covid-19)과 코로나19를 가진 죽음(deaths with covid-19)을 나눠서 발표했습니다.

덴마크는 감염을 확인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죽는 사람들을 모두 사망자 통계에 집어넣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한 이후부터 코로나19를 가진 죽음의 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음을 보고합니다. 가령, 암을 앓던 사람이 증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한 후 곧 사망하였는데, 입원 시 검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면 이 분은 암으로 사망하였지,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Deaths with Covid-19로 계산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출처: 덴마크 세럼연구소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죽음과 코로나19를 가진 죽음을 나눠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재갑 교수의 말에 의하면 코로나19가 이미 다른 호흡기질병과 유사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이나 덴마크에 비해 우리나라는 오히려 통제의 역설로 "코로나19를 가진 죽음"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가령 이재갑 교수의 말대로 분만을 해야 하거나, 심근 경색이거나, 암이라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상관 없이 주된 증상을 돌봐야 합니다. 얼마 전 코로나19에 확진된 산모가 확진자 전용 병원이 부족해서 구급차 출산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는데요, 그래서는 안되겠으나 만약 어떤 분이 출산과정 중에 적절한 의료제공을 받지 못해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다면 이 분은 코로나19라는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에 따른 통제조치 때문에 사망한 Deaths with covid-19의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7개월 된 확진 아기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실제로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을 찾았으나, 격리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17km 떨어진 병원까지 이동해야만 했고, 그 사이에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했다고 하는데요, 이 아이의 죽음은 무엇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코로나19 증상이 있었던 만큼 코로나19가 사망 원인에 상당한 기여(deaths due to covid-19)를 했겠으나, 코로나19로 인한 통제조치(deaths with covid-19)도 책임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전용 병상을 찾아 헤매는 것 대신 일반 응급실에 수용해서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재갑 교수의 대안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은 코로나19를 독감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 감염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코로나19 환자라는 이유로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치료받고 싶었던 바로 그 이유에 대해 치료받을 권리가 있으며, 심각한 호흡기 증세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코로나19이든 독감이든 간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2. 지나친 공포심은 독

코로나19를 독감이나 RS바이러스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기존 의료체계 안에서 취급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가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비교하여 (더 까다롭기야 하겠지만) "이렇게까지 할 질병은 아니다"라는 인식을 시민에게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지나친 공포심을 낮추기 위한 의사소통은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는 오늘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0.18%이며, 3차 접종을 완료하면 0.08%로 계절독감 아래의 치명률이라고 했는데요, 위험성을 낮추려는 정부의 이러한 발언 또한 이재갑 교수는 물론 여러 의료 전문가의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가령 천은미 교수와 김우주 교수 등은 숨겨진 확진자가 매우 많을 수 있으므로 거리두기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고 하며, 정기석 교수는 심지어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그런데 "실제 감염자가 훨씬 더 많으니 거리두기를 유지 또는 강화해야한다"라는 주장의 맹점이 있습니다. 숨겨진 확진자가 많다면 사실 확진자가 아닌 감염자 기반 "진짜 치명률"은 더 낮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증상이 심해져서 사망에 이를 정도라면 병원 치료를 구할 것이고, 따라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감염자의 경우 확진자 통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입니다. 무증상이나 경증의 경우 감염되었지만 검사 없이 넘어가서 확진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무증상이나 경증자가 확진 판정을 받지 않는 것을 고려할 때 확진자 통계의 정확성은 거의 모두가 통계에 반영될 사망자 통계보다 부정확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만약 천은미 교수의 말대로 확진자보다 실제 감염된 사람이 3~5배 많다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확진자 대비 감염자가 4배가 많음을 가정할 때, 코로나19의 감염 경험이 있지만 확진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감염자"들의 "실제 치명률"은 0.18%이 아니라 0.045%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이는 분명히 계절독감 이하의 치명률로서 코로나19가 "생각만큼이나 위험하지는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감염된다면 거기에 따라 사망자 규모 또한 늘어납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의 매우 낮은 치명률이라는 특성,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모든 호흡기감염병이 유행하는 겨울이 지나고 곧 봄이 오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할 때, 모든 시민들은 손 씻기와 혼잡 상황에서의 마스크 착용 등 (의무화가 아닌) 최소한의 권고만 남겨둔 채 "건강한 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위험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아픈 사람은 집에서 쉬면서", "정말 아픈 중증 환자는 의료체계가 집중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재갑 교수는 계절독감과 유사한 치명률일지라도 계절독감 또한 위험한 질병이라고 하며 위기를 강조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계절독감에 방역 패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영업 제한 등을 시도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그 의도는 이해합니다만 일반 시민의 공감을 사기는 힘든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공포는 독입니다.

3. 지금은 코로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일 때


이재갑 교수의 말에 유일하게 공감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건 그들만이 아닙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저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까지 모두는 저마다 각자의 코로나 현장에 있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2년 넘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들의 비명을 우리 사회가 귀기울여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의 폐쇄로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커졌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낮아졌고 부자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높아졌습니다. 학교 폐쇄에 따른 장기적 건강과 학력 감소로 신음할 아이들의 비명을 우리 사회가 귀기울여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위험이 매우 낮은 청춘들은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자신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잃었습니다. 2020년에 2년제 대학교에 입학한 청년들은 동기의 얼굴도 제대로 모른 채로 졸업했고 좁아진 관계와 사회 자본으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비명을 우리 사회가 귀기울여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의료진 또한 코로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임은 분명합니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며 그들 또한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확진자 전용 출산병동을 만들고, 확진자 전용 소아과병동을 만들고, 확진자 전용 기타 등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19를 다른 호흡기질병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통제할 수 있는 위험으로 다루는 것, 그래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에 코로나19를 흡수시키는 것이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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