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 낭만, 젊음, 사랑
고요한 밤이 찾아와 아무도 몰래 멀리 떠나자 아침 햇살이 우릴 비춰도 계속 춤추자 너를 사랑해 우린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젊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우린 사랑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 거야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린 괜찮을 거야 길을 잃어도 우린 서로 꼭 붙잡고 있어 나를 안아줘 따스한 아침 햇살과 우리 둘의 사랑은 영원할 거야 낭만젊음사랑-이 세계
"너는 너무 낭만적이야."
고3 입시를 준비하던 내게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학교는 내 점수로는 부족하니 너무 높은 곳을 희망하지 말고 눈을 낮추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어쩌면 학생 때부터 나는 낭만을 좇으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서른이라는 나이에 다시 낭만을 꿈꾸기로 한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를 찾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부단히 부정하고 부단히 현실만을 마주하려고 했으나 그 현실 속에서 낭만 없이 살아가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했다. '이성적, 현실적, 개인주의적, 체계적, 결과론적, 절대주의적'이라는 것들로 낭만을 대신해 채워 넣은 보따리가 부풀면 부풀수록 무게와는 달리 무엇인가 공허하게만 느껴졌다. 그리하여 다시 나의 마음을 채우기로 한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무서우리만큼 정확하다.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핸드폰 안에 내장되어 있는 칩은 24시간 동안 깨어있어 우리의 대화를 엿들어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내 마음도 읽고 있나?
퇴근길 버스 안에서 온전히 내가 바라보는 풍경과 생각들에 마침표를 찍어줄 노래를 찾던 중 이 세계라는 가수의 낭만젊음사랑이라는 곡을 듣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로만 만들어진 이 곡은 결국 낭만이라는 배를 타고, 젊음이라는 배를 타고, 사랑이라는 배를 타고 끊임없이 항해하겠다고 말한다. 나는 우주의 티끌에 불과하지만 그와 함께하고 있는 순간에는 둘 만이 우주의 중심이 된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또 그렇게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라면 그는 달이고 나는 별이 되게 해 달라고 소망한 적이 있었다.
'사랑'이 지닌 힘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허상이지만 실존하기에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바라보기로 했다. 노래 가사처럼 낭만, 젊음, 사랑이라는 배를 타는 것은 얼마나 황홀한 일일까. 누군가는 살면서 스치듯 떠나보내게 될 배를 나는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어느 날 배가 '사랑'이라는 선착장에 정차하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탑승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