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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인 Jul 16. 2021

카르나피다사나

마음 속 고요함이 필요할 때,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이 필요할 때

카르나피다사나 | Karnapidasana


할라사나(Halasana / 쟁기자세)에서 두 무릎을 구부려 양쪽 귀를 누르는 자세.

양 발 뒤꿈치를 모아 발등으로 바닥을 누른채로 머문다.

매트 위 나의 숨소리만 존재하는 시간.

보통 수련의 마무리 아사나에 포함된다.



누구나 한 번쯤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막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을 때, 들으면 안 되는 소리를 들을 때.

그땐 무언가를 피해야 하는 차단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나의 숨소리를 가만히 들어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내 숨소리를 듣는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수년 전 요가를 접하고 처음 카르나피다사나에서 머물렀던 순간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보통 긴 수련을 마무리할 때 이 아사나를 만나게 된다. 할라사나에서 발은 붙인 상태에서 무릎을 열어 자신의 귀를 살짝 눌러 닫아주라는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무릎을 조여 귀를 막는 순간 어느새 주위의 소음이 모두 차단되고 수련하며 거칠고 가쁜 나의 호흡소리만 들렸다. 넓은 수련실 안 수많은 수련생들은 온데간데 없고 매트 위 나 혼자 홀로 남아 있는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턱이 쇄골과 가깝게 밀착되었을 때의 밀려드는 안정감. 그리고 호흡의 깊이도 어찌나 깊어지던지.


가만히 이 아사나에 머무르다 보면 자연스레 다시 수련 시작 전 명상했을 때의 안정된 호흡으로 천천히 숨을 고르게 정리하게 되고, 호흡이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요동치던 마음도 평온해진다. 한숨을 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처럼 나에게는 이 아사나가 그렇다. 숨과 내 마음 깊은 곳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해준 아사나.

그래서 수련할 때 더욱 호흡에 집중하게 만들어준 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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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팔을 위로 뻗어 발날을 잡으면 팔의 힘을 통해 무릎이 조금 더 강하게 귀를 막게 되어 더 깊은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카르나피다사나 기본자세가 익숙한 수련자는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좋을 것 같은 변형 자세.


오늘 하루는 정신없이 달려온 한 주를 마무리 하며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대신 손으로 귀를 가볍게 막아 나의 호흡소리를, 나의 마음 깊은 곳의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모두가 안온한 하루가 되길,

nam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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