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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18. 2024

자기 불안

어떡하냐. 그게 난데 뭘 

산뜻하게 씻고 거실에 있는 베란다 문을 시원하게 여니 5월 중순에 맞게 따뜻한 바람이 살짝 들어온다. 


차갑지 않고 따뜻한 라때 같은 바람. 놀이터에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맑디 맑은 하늘색의 파란 하늘이 조금은 지쳐 있던 내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맞이한다. 밉고 속상한 감정이 요즘 부쩍 생긴 금쪽이 같은 진중한 남자가 보고 싶은 마음. 아니.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남자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 불안을 일으킨다. 혼란형 불안정 애착의 전형적인 패턴인가. 멀어질수록 다가가고 싶고, 다가가면 상처와 공격받을까 겁이 나는 아주 여린 아이의 마음을 가진 애착이다. 안정되고 편안하게 애착 형성이 돼야 정상인데, 이 혼란형 불안정 애착은 오히려 안정되고 편안한 애착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진다. 오히려 안정되면 불안하다. "왜 안정되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불안하면 걱정된다. 참 힘이 든다. 지쳐 막. 




"어떡하냐. 그래도 그게 난데. 뭘. 이렇게 평생 살아야지 뭐 어떡하겠어."




완연한 주말이다. 햇살이 따뜻하고 평온하고 여유로운 주말의 이 방해받지 않는 느낌이 꽤 황홀하다.


학교를 졸업하니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가고 있지 않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쳐지는 느낌이 날 때마다 정신을 차리고 해야 할 일을 한다. 지금쯤 대학 생활시간표는 중간고사를 치고 한창 과제를 하고 있을 시즌이다. 과제를 하고 몇 주만 더 있으면 바로 기말 시즌이 다가온다. 학교라는 틀에서 빠져나오니 세상 속 울타리가 생각보다 넓어진 느낌.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있는 지금 또 살며시 들어오는 봄바람이 마음을 일렁이기에 충분하다. 신녹 스트레스 밤을 바르고 괄사로 내면에 있는 스트레스 찌꺼기를 없애는 작업을 한다.


이젠 인생을 좀 즐겁고 웃으면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살아야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인지 방향을 좀 잡아야 될 것 같다. 


아니다. 그냥 인생 버킷리스트를 분야 별로 아얘 세팅을 다시 해야 되겠다. 

.

깊은 우울의 여파로 지금도 멍 때리는 횟수가 생각보다 잦다. 

멍을 때릴수록 감정의 저하가 나타나는데 시간과 날씨.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 따라 우울의 짙음과 옅음, 

강도와 세기. 그리고 말투와 표정이 변화한다. 될 수 있으면 최대한 스스로 조절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어디야. 기분까지 왔다 갔다 안 하는 걸로 감사하게 생각해" 

2024년 5월 18일. 나는 여전히 글에 감정을 녹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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