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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r 18. 2024

대학 8년

인내의 산실


8년간의 긴 대학생활이 드디어 끝났다.




휴학하고, 복학하고, 다니던 학교에서 나와 새롭게 학교를 바꾸고 무사히 졸업을 했다. 그 어린 나이었던 20대 초반인 23살에 삶의 대한 방향과 가치를 찾기 시작했고 다행히 2번째 대학에서 그 가치관이 잘 맞았는지 아무 탈 없이 남들처럼 무사히 4년간의 학부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8년.


의대를 갔으면 졸업을 하고 의사가 되었을 시간이고, 올림픽을 2번이나 할 수 있는 긴 시간이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이 단단해진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나의 길은 어디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재밌어하는 건 뭐지?" "하고 싶은 건 있긴 한 걸까?"의 대한 본질적인 물음부터 진정하고 싶은 것을 찾는 과정과 하고 싶은 공부를 탐색하는 과정. 그 끊임없는 탐색을 통해 전보다 훨씬 더 맞는 전공을 찾았고, 학교를 찾는 그 일련의 과정의 시간들은 참 긴 여정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실현시켰던 과거의 나날들. 자신의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은 생각보다 치열했고 힘들었고 두려웠고 때로는 참 많이 지쳤었다. 그렇게 어두운 터널을 지나 드디어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터널 밖으로 나왔을 때, 그 눈부신 햇살이 수고했다고 마치 환하게 반겨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내 나이는 고작 24살이었다. 학교를 바꾸니 당연히 교수님들도 다 다르셨고, 전공을 바꾸니 배우는 학문도 다 달랐다. 당연했다. 그 전과 다르게 이젠 온전하게 내가 선택한 학교와 전공이었다. 전 학교랑 다르게 위압감이나 압박감이 없었고 심리적으로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그렇게 2020년의 봄은 남들과 조금 다른 시작이었고 이젠 같은 나이가 아닌 4살이나 어린 동생들과 같이 공부를 하고 학교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래도 대학을 한번 다녀봤다고 교수님들이 내주시는 과제들을 척척 다 해냈고, 발표도 하면서 수업을 잘 따라갔고, 시험도 곧 잘 쳤다. 가끔은 교수님이 과제를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2번째 대학에서의 1학년은 처참하게 망가졌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2학년은 45-60% 정도 치유가 된 시점이었다. 3학년 때부터는 문득 졸업을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슬슬 학교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26살이었던 대학교 3학년. 어느 순간 지겨워지기 시작했어도 무너졌던 내 마음은 아직 100% 치유가 안되었단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았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잔잔하고 천천히 걸으면서 지냈다. 그날 정해진 하루하루 놓인 과제와 시험공부를 하면서 말이다. 오히려 눈앞에 해야 할 일이 있는 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잔잔하고 고요하게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었고, 4계절이 올 때마다 예전처럼 그 계절의 분위기와 향기를 고스란히 맡을 수 있었다. 그 내면의 고요한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니 이제야 조금은 숨이 쉬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고 항상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 있는 거 마냥 답답하고 숨이 잘 안 쉬어졌는데 내면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던 2-3년 정도의 시간을 자극 있는 감정을 받지 않으니 사람이 숨이 쉬어졌다. 그러니까 3학년 2학기쯤 되니 온전히 마음이 괜찮아진 걸 느끼고 있었고, 4학년쯤 되니 드디어 마음이 스스로 컨트롤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가끔 숨이 턱 막히고 숨이 안 쉬어지는 듯한 느낌은 존재했다. 그래도 그동안 얼마나 마음을 단련시키려 스스로가 애를 썼을까 싶다. 물론 때로는 마음이 아프고 컨트롤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조절이 가능하게 만들기까지 얼마나 혼자 노력을 많이 했을까.


2번째 대학교에서의 처음 맞는 4학년은 27살이었다. 난 분명 예전보다 훨씬 더 단단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그 단단함의 결실은 비록 짧은 직장이었지만 방송 작가라는 조기취업에 한걸음 더 나아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날. 과제 하고 있는데 친한 동생이 이렇게 얘기한다. “언니! 언니가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진게 느껴져요. 그래서 좀 많이 멋있어 보여요!”


20대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냈다. 다른 사람들보다 다양한 교수님들의 강의 스타일과 설명하는 방식, 강의하실 때의 교수님들의 자세를 알 수 있었고, 보다 더 많은 전공 지식을 공부했고, 선택 과목을 자유롭고 폭넓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ㅇㅇㅇ교수님처럼 멋진 교수님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신 교수님도 분명 계셨다. 다년간의 대학 생활로 인해 많은 교수님들의 수업을 듣다 보니 교수님들의 특성만 봐도 어떻게 수업을 하실지. 내가 이 수업을 들었을 때 교수님 스타일이 나랑 적합한지 알 수 있는 궤도에 이르렀다.





아프고 힘들었고 지치고 불안하고 확실하지 않은 미래에 두려운 적도 없다면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8년이라는 대학생활 끝에 '졸업'이라는 마무리를 짓고 나니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감정도 많았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견뎌내고 이겨내야 되는지.

속이 너무 답답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 어떻게 하면 더 긍정적인 방법으로 이겨낼 수 있는지.

한 번씩, 다른 사람들 이미 저 앞에 가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는 어떤 생각을 해야 나한테 좋은 방법인지. 쓰러지고 넘어지면 어떻게 일어나야 더 좋은 방법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방법이 무엇인지 참 많이 깨닫고 그만큼 더 알게 되었다.


새롭게 일을 도전하는 사람을 항상 응원한다. 그리고 그 도전은 절대 의미 없는 도전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한다. 분명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깨달음과 감정들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도전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분명 한단계 성장시켜 줄 것임을 믿자. 혹시 아나. 그 생각의 가치들이 미래의 멋진 나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말이다. 단단함의 가치는 앞으로 세상 살아가는데 생각보다 꽤 크게  쓸모있는 녀석이 될 것이라 감히 확신해본다.  


4년동안 수고했다. 나 자신아 !




(_진짜_학교랑(만)_연애_8년_했네 _ㅎ 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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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비슷한 것 같아 응원하는 메세지를 주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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