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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Nov 16. 2023

우울증

죽고싶은 생각

“뛰어내리고 싶다.”

“도로 위에 차들 다니는데 그냥 지나가면 어떨까?”


왼손의 초록색 동맥을 보고,

책상위에 가위와 칼을 동시에 보는 내가

너무 무서웠다.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살아있는게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2019년 나는 우울증과 조울증의 감정 기복을 견디고,

너무나 치열하게 혼자 싸우고 있었다.



우울증.


마음을 갉아내고 자신을 부정적으로 비하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의 진흙에 훅훅 빠지는 듯한 느낌. 아주 험난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정신증이다.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한 마음의 병이라 일단 치료가 시작되는 시점은 자신이 병을 겪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해야 된다. 그래야 인정을 하고 나아지려고 노력을 하기 때문. 다른 정신증도 그렇겠지만 우울증이 진짜 무서운 건 자살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정신증의 대해서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 싶은 만큼. 그리고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되서 정신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알테니까. 그래서 이 드라마가 방송된다는 소리를 듣고 작가는 어떻게 정신증의 관해서 표현을 할까라는 물음이 계속 들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를 어느 정도 기간을 두어 보려 한다. 박보영 언니가 연기했던 '다은'이란 캐릭터가 예전의 나와 참 많이 닮아 보였다. 




다은이는 본인이 우울증이란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피곤하고 무기력해서 잠시 침대에 누워있는 건데 일주일이 지난 것. 나는 그런 병에 걸릴 이유가 없다고 얘기한 것. 극 중 다은이가 도로에서 차를 향해 돌진한 장면과 우울증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진흙탕에 훅훅 빠지는 장면. 주위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생각. 며칠 동안 밥을 안 먹어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 것. 숟가락조차 무거운 느낌. 평소에는 전혀 힘들지 않았던 일상생활들이 너무 힘들고 움직이기 싫었던 날들. 잠을 평소보다 많이 자는 것. 다은이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꼈던 것들을 나도 똑같이 느꼈었다. 침대라는 동굴에서 빠져나올 생각도, 의지도 없었던 아주 어두운 세상밖에 보이지 않았던 날들. 세상에 나 혼자 불행한 느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엄마한테 했었으니까. 




다행스럽게 난 다은이 처럼 횡단보도 앞에서 차를 향해 죽으려고 돌진하진 않았다. 다만 차들을 보면서 "내가 저기 한가운데 지나가면 과연 무슨 느낌일까. 죽을 수 있을까.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한데. 만약 저기 중간에 들어가면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엄마는 다시 볼 수는 있을까. 근데 난 지금 차들을 향해 돌진해도 뭔가 상관없을 것 같아."라는 생각은 들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던 게 천만다행이었을지도. 학교 끝나고 나 혼자 있을 때 횡단보도에서 그 생각을 했으니까 말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다은이에게 예전의 내가 투영되 보여서 마음이 따끔따끔했다. 그래서 지금은 결국 드라마 보는 것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당시 나는 정신과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6개월 동안 집에 있었다. 병의 대한 인지도 못했고 자퇴하기 전, 학교에서 교수님이 우울증도 사람들이 많이 겪는 거라고 너무 힘들면 병원에 가봐라는 권유, 엄마와 동생이 괜찮으니까 병원과 약의 대해서 계속 얘기해도 약을 먹어 버리면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인정하게 되니까 끝까지 먹지 않았고 병원도 가지 않았다. 드라마 안에서도 다은이는 처음엔 본인의 병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얘기한다. '저는 제가 너무 가여워요.'라고 말이다.


나도 정말 똑같이 다은이처럼 생각한 부분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이 드라마가 정말 우울증을 겪으면 느끼는 감정의 시각적인 표현과 현실적인 묘사를 잘했구나 싶었다. 실제로 우울증을 겪으면 생기는 심리 변화. 평소랑 다른 행동과 말투.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던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점차 나아지는 과정까지. 모든 게. 정말 모든 게 나와 거의 일치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너무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힘들어도 나아지려고 고군분투하는 다은이의 모습이 꼭 나 보는 것 같아서. 너무 대견했고 기특했고 나아지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이 말은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의학적 도움 없이 6개월 동안 우울증이란 깊고 어두운 동굴에 갇혀 지낸 시간 동안 인생의 대한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 힘든 시기를 겪어내고 다시 새로운 학교에 가기까지 사실 꽤 큰 용기와 각오가 필요했다. 인생의 가치는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되니까. 혼자 오롯이 힘들게 벗어난 동굴에서 천천히 일어나 바깥세상으로 나오려고 애쓰다 보니 빛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밝았고 공기도 상쾌했다. 지나가는 초록색 나뭇잎이 너무 싱그러워 보이고 어쩌다 들은 아기들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은 소리인 줄은 미처 몰랐다. 아무리 작은 생명이어도 그만한 존재의 가치와 이유가 있음을 깨달았다.


 



여전히 기분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 기분이 축 처지지는 않는지. 우울한 기분인지. 우울하면 어느 정도 깊이의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지. 무기력이 오늘따라 너무 심하진 않는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무시하고 침대에 가만 누워있지는 않는지. 밥 먹을 때가 지났는데 아무것도 안 먹는 것의 대해서 인지가 있는지 없는지. 우울증의 여파인 듯한 느낌. 어느 날 갑자기. 깊고 거센 우울증이 왔다 갔다. 가끔 보면 아직도 감정을 예민하게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울증을 겪기 전에도 예민한 편에 속했는데 앓고 나서 더 예민해진 기분은 기분 탓일까. 스트레스를 조금만 받아도 기분과 감정의 강도가 움직이는 것을 예민하게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 관리도 어느 정도는 필요한 듯하다. 우울증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현대인들이 정신증을 앓고 있다. 내과나 외과 같은 경우는 아프면 티가 나는데 정신건강의학과 같은 경우는 아파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병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좀 많이 속상하다. 병의 증상이 순간적인 반응으로 행동이 표현이 되는 것을 '엑팅아웃'이라고 드라마에서 배워버렸다. 찾아보니 '행동화'라고 하는 방어기제다. 정신증의 엑팅아웃. 그러니까 방어기제인 행동화는 유일하게 정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의 눈물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사실 여전히 정신증의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냉정하고 시선이 따갑지만 그래도 반드시 나아지는 사회적 환경이 구축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의 다은이에게 전한다.


다은아. 그동안 우울증을 이겨내느라 너무 수고했고 기특해.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너무 대견하고 노력해 줘서 고마워. 우울증이란 건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거더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많이 힘들었지? 본인이 겪었던 우울증을 사람들한테 서슴없이 말하는 부분이 되게 멋져 보이더라. 물론 나도 주변에 아무렇지 않게 말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말할 때만큼은 고민하고 스스로 주저하게 되더라고. 사실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되는데 말이야. 먼저 겪어본 사람으로서 우울증의 증상이 조금 완화되더라도 여파가 가끔 오긴 하더라고. 그럴 때마다 자신의 기분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더라. 네가 칭찬일기를 썼듯이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때로는 이렇게 글 쓰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해. 끝까지 우울을 잘 관리해 보자. 알겠지?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우울증이 왜? 뭐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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