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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Oct 14. 2023

혼란형 불안정 애착

애착유형 / 성격구조

'연애 할 수 있을까'



남들에게 다가가면 나중에 거리가 멀어질까 봐 겁이 난다.

가까워질수록, 친근감을 가질수록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렵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도 가까워지고 친해지고 싶은데 그럴수록 거리를 둬야 될 것 같다.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지만 남들을 완전히 신뢰하거나 남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남과 가까워지면 내가 상처를 받을까 봐 너무 걱정된다. 누구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다가가면 공격을 받을까 두렵고 공격받을까 봐 무서워서 멀어지면 다시 다가가고 싶고, 다가가면 공격받을 것 같은 혼란 그 자체. 그렇다. 내 애착유형은 혼란형 불안정 애착이다. 편안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맺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고 불가능하진 않으나 시간이 꽤 많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릴 적 '부모님의 잦은 부부싸움'이 원인일까. 불안했다. 집안을 감싸고 있는 차가운 분위기. 화가 나면 말을 할 때 필터링이 전혀 안 되는 아빠. 냉랭한 집안 분위기에 어린 나는 눈치를 봐야 하는 날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나도 주변에 큰소리가 나거나 주위에 분쟁상황이 생기면 안절부절 불안한 모습을 주변 사람에게 쉽게 보인다. 그렇게 부모님이 다투시고 또 어떤 날 보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사이가 좋아진 것을 보면 "진짜 부부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절대 결혼하면 애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으리."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부모님이 싸울지 모르니 어느 순간 긴장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나를 발견한 날들이 어릴 적 기억에 꽤 차지를 한다.


아님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해 외할머니 손에 키워진 주양육자의 부재가 이유일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부모님의 출퇴근에 나를 돌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부모님은 당시 가깝게 살고 있던 외할머니에게 나를 맡겼다. 그러니까 월요일 - 금요일은 할머니집에서 지냈고 유치원도 그곳에서 다니다 주말이 다가오는 금요일 저녁엔 항상 부모님이 할머니집에 있는 나를 데리러 오셨다. 토요일 일요일을 집에서 보내고 월요일 새벽엔 할머니 집에 나를 데려다주고 부모님은 출근. 지금도 할머니는 나에게 말씀하신다. '너 그때 엄마가 니 데리러 왔는데 집에 가기 싫다고 엄청 울었다고. 숨넘어가면서 자지러지듯 가기 싫다고 울었다고.' 기억한다. 그때의 생생한 상황을 전달하자면 할머니가 엄마보다 더 좋았었던 것 같다. 분명 난 일주일 동안 엄마가 너무 보고 싶고 어린 나는 너무 기다렸는데 막상 엄마가 오니 할머니랑 헤어지기 싫었다. 다시 주말에 엄마랑 지내다가 월요일 새벽이 다가오면 또 헤어져야 되니까. 그래서 더 집에 가기 싫었던 것 같기도. 어린 나는 뭔가 엄마보다 할머니가 더 편했다. 그래서 지금도 할머니는 나에겐 너무 중요한 존재다. 생각만 해도 편하고 안락한 느낌.


'아빠의 감정적 기복'인가. 아빠의 평소의 기분은 잔잔하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크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어릴 적의 아빠는 항상 잦은 짜증과 신경질을 내는 횟수가 잦았고 그로 인한 아빠의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아빠를 이해하다가도 갑자기 불현듯 예민하게 신경질을 내고 크게 화를 내는 충동적인 모습을 이젠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어릴 땐 그냥 아빠의 감정을 가만 듣고 혼자 풀고 정리했는데 지금은 자동반사적으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거나 그냥 그 상황자체를 회피하는 나를 본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나름 혼자 생각정리 하고 있는데 또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아빠를 미워하고 이해가 도저히 가지 않고 이 같은 루트가 계속되니 그냥 다 모르겠고 포기하고 집을 확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버렸다.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가 이제 더는 상처받는 게 싫어서 아빠에게 완전히 마음을 주지도 못하겠는 이 상황이. 혼란형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게 했을까. 생각보다 어릴 적부터 이런 마음을 가졌었는데 이제야 글로 표현해 본다. 뭔가 가슴이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남들에게 쉽게 의지도 못하고 어떻게든 혼자 이겨내려는 '혼란형 불안정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의 파트너가 될 생각이 만약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일단 이 애착 유형의 대한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이해와 왜 이런 성격구조로 발달했는지 생각이 필요하다.


1. 회피 반응적절한 거리 유지하기 : 회피 반응이  일어나면 거리를 두고 기다리자. 사랑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 겁을 먹은 어린아이처럼 연인이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돌아온다면 그때 따뜻하게 안아주자.


2. 불안 반응에 대응하지 않는다 : 사랑한다 말해도 불안해한다면 연인은 답답한 나머지 하소연을 하거나 나무라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적인 태도로 사랑을 계속 표현해 주기.


3. 상대의 실망에 과민 대응하지 않는다 : 아주 작은 실수도 일반화의 오류로 당신을 평가할 수 있다. 이럴 땐 해명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는 형태로 상대의 생각을 오히려 지지해 주기.


4. 불가능한 기대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자 : 변명으로 피하는 것보다  그럴 수 없는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고 미리 말해서 계획을 만들면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다음을 명확하게 계획하도록 하자.


5. 상대를 돕기로 마음먹었다면 끝까지 시행한다 : 만약 당신이 인내심을 잃고 잘 이어나가다 중간에 포기를 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이렇게까지 노력한 사람도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이  추가된다면 그 어떤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6. 가장 중요한 것을 '일관성'이다 : 예측이 불가한 부정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성격 구조임을 이해했다면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연인을 수용하고 거부한다면 그들이 과거 경험한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나의 부모님을 사랑한다. 아빠는 감정적 상호작용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지 경제적으로 단 1퍼센트도 부족하지 않게 성장하는데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셨고, 엄마는 아빠가 주지 못했던 부분인 감정적 상호작용을 해주었고 그때 상황에 감정을 전달하면 온전하게 받아주었다. 어떻게 보면 부모님의 맞벌이 덕에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었고 물질적으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의 경제적인 부분이 우리를 향한 사랑이었고, 엄마가 해주었던 감정을 받아주는 역할이 아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릴 적 주말마다 만나는 부모님은 주말마다 볼 수밖에 없기에 더 깊이 사랑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혼란형 불안정 애착은 겁이 참 많은 어린아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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