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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Jun 13. 2024

가진 것을 나누면 행복합니다

ft. 입양원 아이들

입양원 봉사하는 날이었다. 산 언덕으로 도심이 내려다보였다. 요새처럼 된 공간에서 입양원 입구들어섰다. 일층에는 직원들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식당이 있었는데, 식당아주머니는 반찬에 정성을 들였지만, 직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복도에는 사람의 온기별로 없었다.

아이들을 보러 갔다. 2살부터 3살아이들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남자아이들이 많았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낯선 봉사자틈사이로 아이들은 놀기도 하고, 시간에 맞춰 율동도 웠다. 봉사자들은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되어 아이들과 시간을 냈다.


한 아이는 뭔가 재밌었는지, 배시시 웃는다. 그러다가도 잘 못된 행동에 대해서 안된다고 하면, 울고 짜증을 부린다. 또 어떤 아이는 밥을 잘 먹고 순한데, 누가 장난감을 빼앗아 가면 입을 크게 , 대성통곡하면서 드러눕는다. 막무가내다. 그냥 드러눞는게 아니고, 머리를 쾅하고 바닥에 드리 받는다. 교사들도 한두 번이 아었는지 그냥 내버려 두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했다. 그런데 머리가 다칠까 우려스러웠다. 몇 번 이런 행동을 반복하니, 뭔가 본인이 원하는 데로 안될 때 드러는데, 그 타이밍에 뒤로 넘어질 때쯤 바닥에 손을 갖다 고 있었다. 원래 같으면 그 타이밍에 머리가 하고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면, 내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겠지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예상과 달리 아픔이 느껴지지 않으니 아이는 울려고 하다가, 콧물을 흘리며 멋쩍어서 어리 둥 했다. 그렇게 다시 몸을 세워서 장난감을 돌려주자 해맑게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논다. 신기한 녀석이다.


장난감을 빼앗은 아이는 한 살 나이도 많고, 머리도 크고 영리했다. 정해진 규칙을 잘 따르기 때문에 별 탈도 없었다. 때쓰지도 안고, 막무가내로 울거나 화도 내지 않았다. 다만, 집중하는 장난감을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다른 아이 장난감이 더 재미가 있어 보이면 빼앗는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난을 빼앗길 때는 울먹거리며 선생을 보면서 손가락을 가리키며, 자신이 빼앗긴 것이니 어떻게 좀 해달라는 안쓰런 표정으로 재스쳐를 보낸다. 언젠가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길래, 그 아이처럼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슬며시 가지고 가는 것처럼 하니, 아이는 약이 올랐는지 가져가지 말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계속 가져가겠다고 하자 아이는 덜컹 겁이 낫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었다. 장난감을 다시 돌려주었더니 이내 안도감을 되찾는다. 


아이는 인영처럼 앉아 시름거리기만 했다. 그 아이만 혼자 밥을 먹지도 않고, 다른 아이에게 밥을 빼앗기거나 이유 없이 울기만 했다. 평상시에는 아무런 때를 쓰지도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으며, 특별히 활동적이지도 않는 조용한 아이였다. 가까이 가면 겁을 내거나 움츠려드는 모습에 멀리서 바라보고, 칭얼대면 다독여야 하는 조심스러운 아이였다. 그런데 유독 2살도 되지 않은 아이의 얼굴에 그늘이 있었다. 늘 슬픈 표정을 하고, 엄마라는 단어를 어설프게 외쳤던 아이의 모습에 안타까웠다. 슬픈 표정을 짓던 아이에게 왜 밥을 안 먹니, 걱정스러운 말로 물었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가끔은 방끗 웃는 표정지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잠시, 휴게실에 앉았다. 산자락이 내다보이는 창문에 앉아 쉬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사랑을 주려고 왔는데, 오히려 사랑을 받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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