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30분쯤 되면 일어나서 머리감기까지 여유롭게 끝마치며 등교준비를 하는 8살아들.
오늘아침엔 큰이모가 사준 검정색 저지를 입겠다고 한다. 9월에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은 대낮에 더운데 굳이.. 싶어 말렸다.
다음 단계로는 무릎 위로 한뼘쯤 올라간 반바지를 입고있다. 너무 짧아서 춥지않겠냐니 기어코 입겠단다. 몇번을 더 칠부바지를 권했다. 그러다 포기했다.
다른 영역에서만큼은 엄마말에 순종하게끔 하는데 옷고르는 영역은 두는 편이다.
가방을 메고 나가려는 아들을 붙잡고 가방을 열어보니 그림일기장과 다른 숙제, 필통을 안 챙겼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물통은 스스로 챙겼는데 그전부터 화가 좀 나있던 나는 숙제들을 가방에 집어넣으며 필통은 어디갔냐고 짜증을 냈다.
아들은 괜찮다며 친구OO이가 빌려줄꺼라고 호언장담하고는 다소 반항끼있는 뒷모습을 드러내며 문을 나섰다.
"필통 없어서 선생님께 좀 혼나봐야지..." 나는 혼잣말을 하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몇분 지나, 학교에듀택시를 타고 등교하는 아들이 기사님 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아까 미안해..."
"응? 뭐가~~~~?"
"아까 대든거"
"아냐 괜찮아. 엄마도 필통얘기 하면서 좀 화낸거 미안해~그거 얘기하려구 기사님 휴대폰 또 빌린거야? 감사하다구 말씀드리구~ 사랑해.."
"응 엄마 끊어~"
가는 길이 못내 마음쓰였던 아들. 시간이 더 지나면 흐려질 것 같은 자신의 미안한 마음을 곧장 전해준 것이 참 고마웠다. 지금껏 살아오며 받아왔던 그 어떤 사과보다 달콤하고 적당히 잘 익은 것이.... 매우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한번 더 느낀다. 뭐든 자존심을 내세우는 나보다, 거침없이 달려들지 못하는 나보다, 늘 자신을 드러내며 앞서있는 네게 아직도 배울게 많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