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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T Apr 06. 2024

"당신은 중요한 존재"...친구 만들고 설득하는 법

데일 카네기의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사람들 '인정 욕구'에서 시작하는 인간관계론
비판으론 사람 못 바꿔...칭찬 통해 인정해 줘야
자기 잘못은 빨리 인정해야 상대방 너그러워져
인간을 비판 수용 못하는 비논리적 존재로 보며
그런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라"는 모순 내재
1930년대 美남성 중심...일괄적용 어려워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 한다"

1936년 발행돼 현대적 자기계발서의 시초가 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말하는 인간의 특성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인간관계 원칙들은 모두 여기에서 파생됩니다. 데일 카네기는 '인정 욕구'에 기반해 △사람을 다루는 3가지 기본 방법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6가지 방법 △사람들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기분 상하게 하거나, 적개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사람을 바꾸는 9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비판으로 사람 바꿀 수 없다..."비판 대신 칭찬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제시하는 "남을 비난도, 비판도 하지 말라"는 원칙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 어떤 일에 대해서도 자신을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1931년 총잡이 살인자 '쌍권총 트롤리'도, 미국 시카고의 마피아 조직 '아웃픽'의 두목 알 카포네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판을 통해 사람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게 데일 카네기의 지적입니다. 오히려 그 사람의 적개심만 불러일으키는 부작용만 낳는다는 것이죠.


비난이난 비판 대신 진심으로 칭찬하는 것이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데 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제안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임을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이를 인정받는다면 그 칭찬을 해주는 이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이 들고 너그러워지며, 그 기대에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도 든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또 한 가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려면 그 사람의 관점에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라고 제안합니다.

가령 중학생 자녀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막기 위해 "담배 피우지 마"라고 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겁니다. 대신 "담배를 계속 피면 폐가 나빠져 네가 좋아하는 야구팀 활동에 장애가 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자녀의 관심사와 엮어 설득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이를 응용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라는 조언을 이를 응축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가장 많기 때문에, 자신에 관심을 보여주면 마음을 열죠. 상대방이 이름을 꼭 기억하고, 상대방의 관심사에 맞춰 이야기하며 잘 들어주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이자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 이름을 몇 벗이고 써 보며 그 이름과 그 사람의 특징, 표현, 외모를 연결하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또 그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면 나중에라도 그 사람의 이름을 종이에 쓰고 쳐다보며 완전히 새긴 후 종이를 찢었다고 합니다.


당신이 틀렸다면 빨리, 분명히 인정하라

데일 카네기가 제시하는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 역시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임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대원칙에서 파생됩니다.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도록 만들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의 아이디어를 그 스스로 생각해 냈다고 여기도록 만들고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려 애쓰며 △다른 생각과 욕망에 공감하고 △상대방의 고상한 동기에 호소하라는 제안은 모두 상대가 중요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접근입니다.


데일 카네기는 또 "당신이 틀렸다면 빨리, 분명히 인정하라"라고 하는데요. 당신이 납작 엎드린다면 상대방은 한층 너그러워집니다. 또 당신의 잘못을 맹렬할게 비판하는 대신 당신의 잘못에 관용을 베풀어주는 것이 자신의 중요함을 재확인하는 방법이 됩니다.


상대방과의 대화를 일단 우호적으로 시작하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에 대해 그 의견을 받아들일 확률이 훨씬 높아지죠.


대화를 시작할 때는 상대방에게 '동의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시작하라는 조언은 유용합니다. 일단 그 사람이 "네, 네"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한다면, 관계의 관성에 따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화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바꾸는 방법'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나옵니다. △직접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질문을 하고 △그 사람의 체면을 세워 주고 △기꺼이 부응할 만한 평판을 부여하라는 제안은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임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비판을 해야 한다면 먼저 칭찬을 하라" "잘못을 간접적으로 지적하라"는 원리, 혹 주변 선배나 상사로부터 활용 대상이 된 적 있지 않나요? '결국 이 선배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이걸 잘못했다는 거였네' 싶어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그래도 바로 지적을 하는 경우보다는 기분이 덜 상하는 건 맞습니다.


인간을 '비논리적 존재'로 획일적 규정...성 역할론도 지금과 맞지 않아

개인적으로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내용도 꽤 있습니다. "논쟁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라는 지적. 사람은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며 논쟁은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든다는 차원의 제언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고 감정적인 존재일까요? 그렇다면 너무 슬픈 현실이지만, 당장 이 책에서도 반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18세기 미국의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사례입니다. 젊은 시절 그의 친구가 그를 따로 불러내 따끔하게 꾸짖었습니다. "자네는 구제불능일세. 자네와 다른 모든 사람이 자네의 의견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네. 이제 모욕적인 말까지 서슴지 않으니 모두 무관심한 지경에 이르렀지".


데일 카네기는 이 사례를 벤저민 프랭클린이 독선적인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계기로 설명하는데요. 그런데 인간이 모두 단순하고 감정적인 존재라면 벤저민 프랭클린도 저런 지적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 진심 어린 지적을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 따끔한 태도에 적개심만 가져야겠죠. 데일 카네기가 제시한 '단순하고 논리적이지 않은 인간론'에 따른다면요.


데일 카네기가 주장하는 "절대로 그 사람이 틀렸다고 이야기하지 마라"는 제안도 이 사례에서는 틀린 주장이 됩니다. 벤저민 플랭클린의 친구는 그에게 아주 적확하게 "너의 지금 행동양식은 틀렸어"라고 얘기하고, 이는 벤저민 플랭클린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됩니다.


데일 카네기는 '상대방을 진신으로 존중하고 인정하라'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의 인간관계론은 "인간은 남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비논리적 존재"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비논리적 존재인데 진심으로 인정하고 존중한다, 진정 가능한 일일까요?


그 외에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직설적인 화법이 보편적인 1930년대 미국 남성 사회'를 대상으로 한 원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물론 그는 당시 이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으니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이를 다른 시대, 다른 문화권에 적용할 수 있느냐에서 시작되죠).

데일 카네기는 '늘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향을 가져라'라고 하는데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서 '눈치 문화'까지 발생하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과는 그 토양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동아시아 사람들에는 오히려 '너무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똑바로 피력하라'라는 조언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1930년대에 나온 만큼 시대적 한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후반부는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이 제시돼 있는데요. 지금의 한국에서 새로 발행됐다면 당장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이 쏟아졌을 겁니다. '잔소리하지 마라'는 원칙의 사례로 나폴레옹 3세와 그의 아내 마리 외제니 등의 사례를 제시하는데, 잔소리하는 악처 때문에 역사적 위인들이 삶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내용들입니다.


이상적인 여성상은 남성의 기를 살려주는 데에서 찾습니다. 데일 카네기는 폴 포페노 로스앤젤레스 가족관계연구소 소장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합니다. "회사 임원인 여성이 오찬에 초대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대학 때 배운 '현대 철학의  주류' 같은 이야기나 재탕하고, 심지어 자신이 먹은 것은 자신이 내겠다고 고집할 것이다. 그런 여성은 그 이후 모든 점심을 혼자 먹게 된다."


사실 이 책은 데일 카네기 사후 그의 아내인 도로시 카네시가 1981년 개정판을 냈고, 최근 딸인 도나 데일 카네기가 증보개정판을 냈는데요. 이 증보개정판에서는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이 빠졌습니다. 성 역할 관념이 현대와 맞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와 별개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당시 4살밖에 되지 않았던 딸 도나 데일 카네기가 '10대 소녀를 위한 카네기 인간관계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등으로 아버지 책을 계속 출판하는 것은, 저작권료 때문이지 않을까 해서 한편 씁쓸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자기 존중감'은 시대 떠나 교훈적 가치 지녀

데일 카네기는 생전 이 책을 인간관계의 '바이블'로 만들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이 책을 잘 활용하기 위한 9가지 제안'을 제시합니다. △인간관계의 원리들을 정복하겠다는 깊고도 절실한 욕망을 가져라 △읽는 도중에 가능한 한 빈번하게 읽기를 중단하고 각 제안들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보라 △달마다 이 책을 다시 읽어라 등 '실천'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양한 인간군을 '논리적이지 않은 감정적 존재'로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그에 맞춰 각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인간관계 방법을 획일적으로 제시하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장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이 현대에는 더 이상 그대로 통용될 수 없듯 데일 카네기의 제안도 비판적 수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 이 책에서 얻어 갈 점은 분명히 많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끊임없이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 지점에서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중할 것을 제안한 책,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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