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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T Mar 30. 2024

"고객은 당신의 선언대로 믿는다"...기준제시 마케팅법

쇼호스트 출신 마케터 장문정의 '한마디면 충분하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마케팅
이미지 선언 통해 내 제품 각인 시키고
구매기준 제시해 내 상품 사도록 유도
"골라드릴까요?" 같은 폐쇄형 질문 던져야
홈쇼핑 첫 고객은 호구...GAP인증 친환경 아냐
쇼호스트·대기업 마케팅 경험서 건져올린
생생 잡학상식 쏟아져...읽는 재미도 솔솔
소비자 착각 이용 등 '합법적' 변칙 기술들
적자생존의 고백...소비자, 알고 경계해야

"세일즈에서 교양을 찾지 마라. 마케팅에는 원래 품위란 없다. (중략) 그저 전쟁을 치르듯 팔아야 살아남을 뿐이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 남긴 말이 무척 강렬합니다. 이 책은 'LG그룹, 미국 월마트, 일본 JVC 등 국내외 대기업에서 세일즈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고 CJ오쇼핑에서 일할 대는 1시간 최고 매출 기록을 수차례 갈아치운 레전드 쇼호스트'라고 소개된 마케팅 전문가 장문정 씨가 전작 '팔지 마라, 사게 하라'에 이어 낸 세일즈 마케팅 서적입니다. 오랜 마케팅 현장에서 살아남으며 업계 최고로 오르기까지의 산전수전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저자 스스로 설명했듯 저자는 이 책에 "우리 삶과 동떨어진 대기업 이야기보다는 홍대 좌판에서 액세서리 파는 방법이나 통인시장에서 두부 한 모 파는 기술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미지 선언기술, 기준 제시, 폐쇄형 질문, 이름 짓기 등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바로 써 먹을 수 있는 기술들입니다. 


이미지 선언 기술...고객의 구매 기준을 먼저 제시하라

이 책의 핵심은 '고객의 구매 기준을 내가 제시한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선언기술'이 대표적입니다. 상대방은 내가 선언하는 대로 믿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죠.


저자는 이미지 선언의 위력을 실감케 하기 위해 자신이 한 기업 강의에서 한 실험을 제시합니다. 기업 강의를 희망하는 지명생 4명에게 고객 기업의 강의를 맡긴 것이죠. 처음 두 명에게는 강의 처음 자기소개 때 자신을 이 분야의 전문가라며 당당하게 자신감을 피력하게 했습니다. 뒤의 2명에게는 "제가 지금 배우는 입장이라 저도 부족합니다만" 등의 표현과 함께 소극적으로 자기소개를 하게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청중에게 설문조사를 하자 후자가 전자보다 아마추어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먼저 이미지를 선언하면 사람들은 실제 상태나 본 모습과 상관없이 그 선언을 그대로 믿습니다. 물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 입장에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가령 다이소는 가격을 높이지 않습니다. 다이소에서 파는 3만여개의 품목 중 80%가 1000원대 이하라고 합니다. 1000원 가게의 정체성을 깨면 다이소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죠. 


당신이 제시한 정보가 고객의 구매 기준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맥락 효과'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들어온 정보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의 처리 기준이 되는 것이죠. 


이런 실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8×7×6×5×4×3×2×1의 값과 1×2×3×4×5×6×7×8의 값을 두 실험군에  5초를 주고 물었습니다. 전자 그룹의 평균 추정치는 2250, 후자 그룹의 추정치는 512였습니다. 큰 숫자부터 출발하면 그 기준점이 커 보여서 예상되는 답도 커진 것이죠. 


판매자로서 상품을 제시하기 전에 그것을 쓰지 않았을 때의 불편한 상황을 크게 강조한 뒤 제시하면 고객 입장에선느 그 편리함, 이득, 가치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을 인위적으로 설득하려 않는 것입니다. 고객이 내 상품을 사용하기 전과 후의 차이를 크게 느끼도록 해 스스로 수긍하고 구매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모든 것을 끝까지 다 설명하려 하지 마라. 최소한 결론만큼은 고객 스스로 내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고객의 선택을 제한하고...제안하라

고객의 선택 폭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식품점에서 한 유명한 실험도 소개합니다. 해당 식품점은 한 번은 24종의 잼을 진열하고 다른 날은 6종의 잼을 진열했습니다. 잼 매출은 6종만 진열했을 때 더 많았습니다. 잼 종류가 24종이나 되면 고객들이 선택이 혼란을 느끼고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죠. 


또 저자는 판매자로서 독자에게 폐쇄형 질문을 던질것을 제안합니다. 만약 정육점 주인이라면 고기를 사러 온 손님에게 "골라보세요"라고 하지 말고 "골라 드릴까요"라고 하라는 것이죠. 비즈니스 약속을 잡을 때는 "언제가 편하세요?"가 아닌 "목요일이 편하세요? 금요일이 편하세요?"라고 물어야 약속 날짜를 잡기 쉽습니다. 


이 같이 고객의 구매를 촉진시키려면 '시간 제한'을 걸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필요해야 행동을 하기 때문이죠. 홈쇼핑 방송에서도 마지막 10분 매출이 그 전 50분 동안의 매출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데, 지금을 강조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물건을 팔지 말고 그 물건의 가치를 팔라고 강조합니다. 가령 나이키는 신발이 아니라 스포츠맨의 전율과 활력을,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그 문화를 누리는 행복을 판다는 것이죠. 


이 같이 제품의 가치를 끄집어 내기 위한 방법으로 포모도로 기법을 제안합니다. 알람을 30분으로 맞춰놓고 무슨 말이든 그 상품의 장점을 마음껏 써보는 겁니다. 여러 측면에서 속성을 다양한 의미로 대입합니다. 30분이 지나면 5분 쉬도 또 이를 반복합니다. 


 ㅇ추가로 꼭 기억해 둘 사안들

-꿀팁을 제공해 신뢰를 쌓고 그 종착역은 내 제품 구매로 이어지게 할 것

-눙치기(마음을 풀어 누그러지게 하기) 기술. "가게가 망했다"가 아니라 "문을 닫았다"

-자신의 결점을 먼저 드러내는 '자폭성 멘트' 절대 금지

-'비록 ~지만은'이라는 표현은 절대 쓰지 말 것. 불안감만 안겨준다. 

-조건달지 마라. 조건달기는 "잔소리라 생각하지 말고 들어"라고 하면 뒷 말은 잔소리로 들린다. 

-"누구를 닮았다"고 하지 마라. 미남 미녀를 닮았다해도 100% 손해다. 


"65세 이상 여성 사망 원인 1위는 암 아닌 혈관질환"...전문가의 품격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이 판매를 맡은 상품을 팔기 위한 저자의 집요한 노력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노력이 묻어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필의 대가인 저자가 일부러 적절한 위치에 써 놓은 것이니, 소비자-독자인 우리가 그저 '저자의 의도에 넘어갔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겠지요.) 


저자가 홈쇼핑 쇼호스트로서 '오메가-3' 판매를 맡았을 때가 특히 인상적입니다. 그는 이 제품을 팔기 위해 통계청 통계 지표를 뒤져 몇 시간이나 계산한 끝에 '65세 이상 여성 사망원인 1위는 암이 아니라 혈관질환' 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저도 종종 통계청 국가통계포텅(KOSIS)를 찾아볼 때가 있는데 꽤나 공력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이 수치는 그 다음날부터 다른 홈쇼핑에서 받아 쓰고 저자가 이 책을 쓰는 순간까지도 인용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악당이 따로 없는...소비자는 꼭 피해야 할 변칙기술들

홈쇼핑 쇼호스트 경력을 지닌 저자는 '법적으로 합법'인 변칙 기술도 소개합니다. 올림픽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나가지만 돈을 받고 뛰는 프로 선수들은 변칙을 얼마든지 활용한다는 서두와 함께요. 

이 내용들은 판매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쓰고 싶지 않은 내용들도 많습니다. 적어도 소비자로서 알아 놓고 피해가야 하니 꼭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 착각 이용하기'는 소비자로서는 끔찍한 마케팅 방법입니다. "물 한 방울 넣지 않고 생과일을 그대로 착즙해 과일을 직접 갈아 마시는 '듯'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엔 생과일이 없거나 아주 조금만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자는 '마치 ~한 듯한 느낌이라는 표현'은 방송심의를 피해가려는 꼼수 멘트라고 말합니다. 여성 브레지어를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때는 일부러 수요가 적은 C컵과 D컵은 30장 정도만 입고하고 방송 시작하자마자 매진하게 해놓고 "일부 품목이 벌써 매진됐습니다"하며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하네요.


보험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서달기'는 초두효과와 결합해 악용하는 방식입니다. "1억원 보장! 단, 가입 후 2년 이상. 상해 1급 기준일때만 보장"이라고 한다면 그 1억원은 사실상 받을 수 없는 보험금이지만 고객 입객에게는 뭔가 1억원을 보장받는 듯한 이미지가 각인됩니다. 상해1급은 거의 식물인간 수준이라고 합니다. 홈쇼핑에서 매일 하는 '특집 방송'과 백화점에서 이틀에 한번꼴로 하는 세일을 두고 저자는 '합법적 사기'라는 표현을 씁니다. 


'모호하고 낯선 용어로 교란하기'는 소비자로서 우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모르고 당하는 기법일 겁니다. 대형마트에서 과일을 판매할 때 표기하는 GAP 인증. 이 표기는 왠지 유기농, 친환경적일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상은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를 모두 써도 받을 수 있는 인증 마크입니다. GAP인증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이력을 추적 관리하는 농산물에 부여하는 마크일 뿐 유기농과는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가격 취소선 긋기'는 잘 알려진 변칙 기술입니다. 저자는 어떤 대형마트에서 회 뜨는 직원이 가격표를 붙인 뒤 5분만에 그 위에 새 가격표를 붙이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대담하게도 책에서 그 대형마트 이름까지 밝혔습니다. 


그에 비해 '떡밥 던지기'는 정말 양반입니다. 맛집으로 유명한 츄로스 가게. 츄로스는 가격도 착해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먹습니다. 그런데 막상 츄로스를 제외한 커피류는 다른 가게들보다 비쌉니다. 원래 츄로스만 하나 사가려던 손님들은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커피까지 사갑니다. 떡밥을 문 것이죠. 


쇼호스트·마케터 경험서 건져올린 소비지식...감탄 절로 나와

개인적으로 이 책은 또 다른 의미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 소비 잡학상식 백과로서 말이죠. 이 바닥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지식은 정말 살아있습니다. 


전직 쇼호스트인 저자는 "홈쇼핑에서 첫 론칭 때 사는 이들이 제일 바보"라고 합니다. 이럴수가!

첫 론칭 때 쇼호스트들은 추가구성을 해주거나 혜택을 많이 주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홈쇼핑 상품은 론칭(가장 비싸고 추가 구성도 없음)→추가 구성 판매→가격 흔들기(가격할인, 가격세일, 가격인하)→시즌오프·절판(온갖 혜택을 다 주고 상품을 끝내기)라는 사이클로 돌아간다네요. 상품의 가장 끝물에 사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게 '전설의 쇼호스트' 출신 저자의 조언입니다.  


백화점에서 옷을 살 떄는 그해 시즌상품이 깔리자마자 먼저 사는게 싸다고 합니다. 가령 여름 의류는 봄 정기 세일 마지막주에 사는게 제일 좋다네요. 의류업체는 물류비용을 줄이려 하고 백화점은 세일 끝나고 매출이 확 꺾이는 걸 막기 위해 할인을 늘리고 상품권을 주는 등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또 대형마트에는 일요일에 장보는 것은 피하라고 합니다. 모든 마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상품을 입고한다네요. 토요일에는 일요일 판매량까지 감안해 물건을 2배로 들여놓고 일요일에는 보관창고에 있던 하루 묵은 재고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일요일에 산 신선채소의 신선도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외에도 알아두면 좋은 소비 상식이 많습니다. 일반 계란은 좁은 양계장에서 스트레스 받은 닭들이 병들지 않도록 항생제를 잔뜩 맞은 채 낳은 것이지만, 농림축산식품부 마크에 동물복지라는 인증을 받은 달걀은 농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난 닭이 낳은 닭걀이라고 합니다. 전체 생산량의 0.7%밖에 되지 않는 귀한 달걀이라네요. 

'무항생제 고기'는 사실 일반 축삭물보다 도축 전 항생제를 투약한 기간이 일주일 더 긴 상품이라고 합니다. 모든 축산물은 도축하기 7일 전부터 항생제를 투여하면 안 되는데, 무항생제 인증 고기는 이 기간이 2주로 긴 정도라고 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시다. "마케팅에는 원래 품위란 없다"는 저자의 말이 다시 한번 맴돕니다. 책 후반에 나오는 변칙 기술은 일단 소비자로서는 경계하는 의미로 알아두고, 판매자로서는 활용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게 어떨까요? 


고객에게 각인될 제품와 구매 기준을 선점할 것을 강조한 세일즈 마케팅 도서 '한마디면 충분하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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