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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미 작가 Oct 22. 2024

내가 소개팅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I

To: '커플팰리스' 찍는 남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참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여자 주인공이 짝사랑했던 남자들에게 몰래 썼던 연애편지가 발송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다.

생각만으로도 아슬아슬 간질거린다. 


나도 한 번 해볼까 한다. 

일명 ‘내가 소개팅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랄까.

소개팅 중 차마 다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던 이야기들.

상대방과 주선자를 배려하느라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던 내 진짜 속마음을 이제 풀어놓는다.

모든 소개팅을 다 풀기엔 케이스가 너무 많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관계로,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자리 잡은 Top 3 소개팅 에피소드를 뽑아보고자 한다. 

뚜-둥!


Top 3. ‘커플팰리스’ 찍는 남자 

나는 선을 보지 않는다. 

결혼을 전제로 여러 조건들을 노골적으로 펼쳐놓고 만나는 것에는 조금 거부감이 든다.

그에 반해, 친구들이 해주는 소개팅은 부담이 덜하고 가벼운 편이다.

그러나 어디든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한 번은 소개팅하는 내내 마치 내가 상대방의 아내가 될 자격이 있는지 아닌지 면접을 보는 듯한 묘한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요리는 잘하세요?”

“결혼하고 일은 계속하실 건가요?”

“자녀에 대한 생각은 있으신가요?”

그래, 이 정도 질문까지만 해도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남녀라면 오갈 수 있는 통상적인 대화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소개팅 역사상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 나에게 던져졌다.

“혹시 잔병치레 같은 건 잘 안 하세요?”

엥? 이건 무슨 의도지?

내가 장난으로 “혹시 제가 아파 보이나요? 하하” 하고 웃으며 넘겼지만, 상대는 꽤나 진지했다. 

나도 건강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첫 소개팅에서 이런 질문은 조금 실례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 싸함의 절정을 찍는 질문이 이어졌다. 

“혹시 뭐 타고 오셨어요? 집에 갈 때는 어떻게 가시나요?”

나는 집까지 태워다 주려고 배려해 주시는 줄 알고,

“괜찮아요. 제 차로 운전해서 왔어요.”

그런데 돌아온 질문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아, 차가 어떤 거예요? 저는 K5요.”

의도가 뭐지? 본인 차 모델을 말했으니 내 차 모델을 말하라는 건가?

“저는 준중형이요.”

나는 절대 순순히 말해주지 않겠다!


순간 나는 Mnet ‘커플팰리스’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줄 알았다. 

결혼은 현실적인 조건과 여건을 따지게 마련이지만, 대화 중간중간 내비치는 노골적인 욕망은 첫 소개팅 자리에서는 무례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소개팅남에게


조건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먼저 알아보는 질문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는 잔병치레 같은 거 안 해요! 저는 큰 병치레 했어요. 암이요! 물론 지금은 다 나아서 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덕분에 조건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았어요.

그리고 제 인연이 아니어서 감사해요.

당신은 탈락입니다.



아직 나의 인연은 이븐하게 무르익지 않았나 보다. 

그럼 다음 Top 2 소개팅 남 얘기로 돌아올 때까지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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