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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띠의 하루 Nov 19. 2024

[엄마 편지] 100일의 기적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아.

100일까지만 힘내봐.
100일의 기적이 찾아오니까.

선배 엄마들이 꼭 하는 말이야. 아기가 100일이 퇴면 통잠도 자고, 의사소통도 조금씩 되기 시작한다고 덧붙이면서 말이야. 하지만 반대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더라.



100일의 기적은 없어.
아이가 갑자기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능숙해지는 것도 아니야.

그냥 서로가 익숙해지는 것뿐이야.


엄마는 이 말이 더 와닿더라. 100일을 기점으로 네가 엄청난 성장을 보여준다거나, 엄마가 수십 명의 아기를 길러낸 능숙한 스킬을 얻게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 가족이 함께 점점 맞춰가다 보니, 어느새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을 시간이 생기고, 행복을 만끽한 순간이 찾아온 거라 믿어.



● 너는 잠 안 자는 신생아였어.


조리원 퇴소 후 집에 온 첫날. 엄마, 아빠는 정말 무지했어. 이 시기 신생아는 먹이고 토닥이면 잘 자는 줄 알았지. 이 시기에는 대부분 하루를 잠으로 보낸다는데 너는 말똥말똥 빛나는 눈동자로 우리를 쳐다보기만 하는 거야. 그래서 너는 잠이 별로 없는 신생아인 줄 알았어. 


정말이었을까? 그럴 리가. 우리 예상과는 정반대였지. 전혀 아니었어. 너는 아직 잠자는 법을 몰라서 눈을 뜨고 있었을 뿐이야. 어떻게 알게 됐냐고? 저녁에 네가 자지러지게 울었거든. 그 이후로 엄마는 수면 교육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 네가 태어난 지 47일째 되는 날이었지.



아기는 문제가 없다. 원인 제공은 당신이 했다.



엄마가 처음으로 읽은 책에 있던 말이야. 전적으로 동감해. 너는 잘 못한 게 전혀 없어. 모든 건 무지했던 우리가 원인 제공을 했지. 아빠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어. "링키는 절대 이유 없이 울지 않아." 


맞아. 넌 모든 표현에 원인이 있었어.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다거나, 심심하다거나, 배고프다는 식이었지. 그걸 알아차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어. 책을 보고 지식을 쌓기도 하고, 하루 종일 기민하게 너를 관찰하면서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네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찾아가기 시작했지.



이 시기에 이렇게 잠을 잘 자다니, 역시 링키! 
너도 육아 잘할 줄 알았지만, 정말 대단하다.



어제 엄마 친구가 그러더라. 맞아. 링키는 정말 대단해. 엄마가 제시하는 방법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70일 만에 낮잠을 스스로 자는 아기가 됐어. 방에 들어가 링키 주제가를 2번 불러주고, 쉬 소리를 내며 쓰다듬고 방문을 나서면 너는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멍하게 창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잠이 들지. 등을 대고 낮잠을 5시간 이상 자는 네 모습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물이야. 누군가는 70일에 기적이 찾아왔다고 하겠지만, 전혀. 엄마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


너와 나 그리고 아빠. 
셋이서 노력했기 때문에 얻은 성취야.


엄마와 아빠만 공부하고, 실행했더라면 실패했을 거야. 반대로 링키만 노력하고 엄마, 아빠가 배우지 않았더래도 실패했을 거야. 한 명만 잘해서 이뤄낸 결과가 아니야. 우리 모두가 노력했고, 서로 합을 맞추려 노력했기 때문에 찾은 보석인 거야. 


엄마가 공부하고, 아빠와 함께 일관성을 갖고 실천하고, 링키가 잘 따라와 줬기 때문에 잠 안 자는 신생아가 스스로 잠자는 어엿한 아기가 된 거야. 



눕히고, 토닥이고, 안고, 다시 눕히고.



처음엔 무작정 아기를 울려서 스스로 잠들게 하는 것이 수면 교육인 줄 알았어. 그래서 부정적이었지. 무지로부터 시작된 위험한 발상이야. 수면 교육은 아기를 울려서 잠을 잘 자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란 걸 알게 됐지. 


물론, 누군가는 그 과정 안에 울게 되는 것은 필연이라 했어. 엄마도 동의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꼭 필요한 울음에는 반드시 반응하겠다고 다짐했다는 거야. 불필요한 울음이 없도록, 링키가 힘들어하지 않도록 노력했어. 그래서 처음엔 너를 눕히고, 점차 울음이 번질 것 같으면 토닥이고, 그래도 안되면 안았지. 이후 네가 진정되면 다시 눕히면서 앞에서 말한 것들을 반복했어.



다섯 시간이 넘도록 너를 안았다 눕혔다를 반복한 날도, 아기띠를 한 채로 울다 지친 네가 자는 동안 의자에 앉아 함께 꾸벅꾸벅 졸 때도, 엄마 가슴 위에 너를 올린 채로 침대에 누워 부족한 잠을 채울 수 있도록 망부석처럼 있으면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어. 


이 때 짐볼을 타면서 네가 완전히 잠들면 내려놓으면 분명 편했겠지. 하지만 타협이란 없었어. 무조건 네가 침대에 누워 자는 걸 인식한 채로 잘 수 있도록 엄마 손목이 아프고 허리가 찌르르하고 등에 담이 베겨도 너를 잠든 채로 눕히지 않았어. 수면 교육과 관련한 내용은 다음에 더 상세하게 써 볼게. 


23일. 약 3주.
수면 교육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데 걸린 시간.



3주간 우리 가족은 정말 노력했어. 하지만 "무조건 수면 교육을 잘해서 목표를 달성해야지!"라는 마음은 아니었어. 오직 링키 네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 거지. 그래서 가끔은 후퇴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 머물기도 했지만 상심하지 않았어. 조급해하지 않고, 네 속도에 맞춰 천천히 그렇게 한 거야.



● 수면 교육 그런 거 없어도 돼.


맞아. 수면 교육 없이도 잘 자는 아기들은 분명 있어. 조리원 동기 아기가 그래. 수면 교육을 시작하려고 한 날부터 11시간 통잠을 자더래. 대단한 일이지만 이런 케이스가 표준이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 특별히 잘 하는 아기인 거야. 그걸 못 한다고 해서 부족한 아기가 아닌 거지. 



수면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처음 합을 맞추고,
함께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야.


엄마가 수면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유야. 만약 시간이 더 걸렸다 해도 엄마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을 거야. 이 단계를 잘 지나면, 앞으로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야. 


● 수면 교육을 성공했더니, 의사소통이 따라왔어.


네가 낮잠에서 일어난 직후, 집안에 점점 네 울음소리가 퍼지기 시작하는 게 당연해. 배가 고플 테니 말이야. 그런데 오늘은 다르더라. 밥을 먹은 지 3시간이 지난 뒤라 많이 허기졌을 텐데, 너를 찾아간 내게 쉼 없이 웃어주는 거야. 


엄마가 올 거라고 믿었어. 
보고 싶었어.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 복도를 걸어가며 "링키야, 엄마 가고 있어."라고 말할 때 네 소리가 잠깐 멈추더니, 눈이 마주치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어주더라. 온몸을 쭉 펴고, 손을 흔들면서 말이야. 커튼을 걷으니 내가 더 잘 보였는지, 연신 반달눈과 3자 입매를 만들지 뭐야. 


엄마는 그 모습에 행복해서 계속 너를 쓰다듬다가 눈물이 날 뻔했어. 정말 행복해서.



육아는 나 혼자 달려간다고 되는 게 아니야.



엄마가 이번 수면 교육을 너와 함께하면서 얻은 교훈 중 하나야. 사실 모유 수유를 할 때는 엄마 혼자 전속력으로 달려갔었거든. 그래서 실패한 게 아닌가 싶어.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말이야. 


우리는 앞으로도 쭉 함께 레이스를 할 거야. 엄마, 아빠 그리고 링키가 서로 꽉 손을 잡고서 말이지. 도중에 넘어지기도 하고, 늪에 빠지기도 할 테지만 잡은 손을 절대 놓치지 말자. 엄마는 자신 있어. 링키도 함께해 줄래? 


얕은 렘 수면을 하다 눈을 반짝이고 있다가, 이내 다시 잠으로 빠져드는 너를 보니 "물론이지 엄마. 잘 해보자!"라고 말해주는 것 같네. 네가 따라오는 길에 의심을 가지지 않도록 엄마도 더 많이 공부하고 최선을 다할게. 



● 우리는 분명 후퇴할거야. 그래도 괜찮아.


사실 오늘 엄마가 욕심을 내버려서 링키가 세번째 낮잠을 오래 자지 못했어. 140ml가 적정 식사량인데 링키가 오늘 170ml를 먹더니 더 깊은 잠을 오래 자는 거 있지? 다음 수유에도 그렇게 진행하고, 좀 더 트림을 오래 시키고 터미타임까지 했는데 링키에게 너무 무리였나봐. 30분 뒤에 울음으로 엄마를 불렀지. 그리고 1시간 내내 나를 내려 놓지 말라고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봤어. 그런 모습 조차 귀여운 너를 안고 있으면서 생각했어. 


욕심 부리지 말 것. 
조급해 하지 말 것. 
너의 속도를 존중 할 것.


매 번 마음에 새기는 데 가끔 잊어버리나봐. 엄마에게 힘들다고, 버겁다고 알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빨리 달려갈 수 있었어. 


알지? 엄마 주특기가 '최선 다하기'인 거. 아무리 후퇴해도 절대 머물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게. 게다가 아빠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지. 엄마, 아빠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어. 오직 너를 위해서 말이야. 앞으로도 최선주의자로 살아갈게. 너를 위해서. 또 우리를 위해서 말이야. 




오늘도 정말 사랑한다. 우리 아들 링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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