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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띠의 하루 Aug 28. 2021

착한 신입사원 병을 조심하세요.

열정 때문에, 딜레마를 겪은 슈퍼 신입사원

첫 회사,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 중반의 나이는 '착한 신입사원 병'에 걸리기 딱 좋은 나이다.



학생이 아닌 '신입사원'이라는 첫 사회생활 인생 타이틀을 달면, 눈물이 가득한 서류심사/1차 실무 면접/최종 임원 면접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험난한 취준생을 탈출시켜준 회사에 애정이 샘솟고, 모든 열정을 바치리라 다짐하게 된다. 내 '착한 신입사원 병'은 이렇게 시작됐다.



"대리님, 제가 하겠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하는 신입사원의 순수한 열정은 슈퍼 신입사원이 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업무란 업무, 잡일이란 잡일에 모두 내가 하겠다며 앞장섰다. 이런 열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엄청난 사회생활 딜레마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신입사원은 정말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신입사원 때는 양질의 업무 습득에만 열심이어야 한다. 소모적인 업무까지 열심이면, 제풀에 지치기 쉽다. 영업 직무로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 양질의 업무 : 월 말 마감, 매출 분석, 판촉안 분석, 가격 조정 요청 등등
2. 소모적인 업무 : 탕비실 정리, 유인물 복사, 사무실 환경 관리 등등


양질의 업무는 회사 내 업무를 깊게 이해할수록 신입사원이 점점 성장할 수 있는 업무들이고, 소모적인 업무는 꼭 필요한 업무긴 하지만, 신입사원의 업무 능력 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소모적인 업무가 쓸데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양질의 업무와 소모적인 업무에 할애하는 시간 비율을 적절하게 유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슈퍼 신입사원이고 싶었던 나는 양질의 업무와 소모적인 업무 모두에 100% 힘을 쏟고 말았다. 

다 같이 했던 탕비실 정리를 10분 일찍 출근해 혼자 정리해 둔다든지, 유인물을 출력하러 가는 김에 옆자리 대리님의 자료까지 얹어갔다. 그 누구도 내게 부탁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소모적인 업무를 자청한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회사에 대한 깊은 열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 생각했다.




'첫 사회생활, 슈퍼 신입사원의 딜레마를 겪다.'


어느 순간부터 탕비실을 정리하고, 유인물을 복사하는 것이 당연하게 내 일이 됐다. 탕비실이 어지럽거나, 유인물이 부족하면 회사 선배들은 늘 나를 찾곤 했다. 매출 분석을 하다가도, 탕비실을 정리하러 가기 일쑤였다. 자연히 업무 시간에는 양질의 업무에 쏟는 시간보다 소모적인 업무에 쏟는 시간이 많았다.


덕분에 신입사원 시절 내내, 야근을 달고 살았다. 선배들이 모두 악덕 상사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더 잘 알았다. 슈퍼 신입사원이고 싶었던 욕심이 내 성장을 앗아갔다.




"야근은 진짜 필요할 때만 하는 거야, 다들 빨리 퇴근해!"


당시 부서 부서장님의 말버릇이다. 업무 처리 능력도 월등하고, 리더십도 뛰어난 부서장님이셨는데 오후 9시까지 퇴근하지 못하는 신입사원인 나를 보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신입사원이 뭐 그리할게 많다고 이 시간까지 있어?"


차마 유인물 복사하느라,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가 없어 우물쭈물거렸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부서장님의 말은 그날 하루 스치듯 던진 말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분주히 뛰어다니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나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계셨던 것이다.




'슈퍼 신입사원의 비자발적 은퇴'


신입사원은 양질의 업무를 빨리 습득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날 이후, 부서장님은 내가 소모적인 업무에바빠 돌아다닐 때마다 나를 부르곤 하셨다.


"너 월 말 마감할 줄 아냐? 나한테 설명해봐!"


큰 소리로 양질의 업무에 관한 질문을 내게 하곤 하셨는데, 신입사원의 지식이 부서장의 지식수준에 닿을 리 없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조사 해오라는 말씀 또한, 사무실 내 모든 인원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씀하셨다. 


부서장의 업무지시는 최우선 순위 업무가 된다. 내게 소모적인 업무를 부탁한 선배가 어서 부서장님께 자료를

가져다 드리라 말했다. 부서장님 덕분에, 슈퍼 신입사원은 점점 사라졌다.





'착한 신입사원 병을 조심하세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과거 20대 중반 신입사원인 나와 같은 마음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착한 신입사원 병을 조심하시라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착하고,

누구에게나 호감 가고,

누구에게나 매력이고 싶은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를 원치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수단을 절대로 나처럼 남의 소모적인 업무를 대신하는 것으로 삼지 마시길 바란다.


직장인의 매력은 신속 정확한 업무 처리 능력과 인간관계 대화법, 말투에서 나온다.


신입사원 때는,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 처리 능력을 하루빨리 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유가 된다면 생존 스피치를 활용해 상사에게 제대로 질문하고, 궁금증을 확장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그렇게 슈퍼 신입사원은 어느 곳에나 그 틈새에 맞게 몸을 끼워 맞출 수 있는 사회생활이 너무도 익숙한 직장인이 됐다.


회사에서의 성장 경험은 내 인생 성장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1인 사업가로서 생존 스피치를 강의하는 지금도 그때 배운 지식을 많이 활용한다. 출근하기가 싫어 출근길에 경미한 사고를 당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부딪쳤던 직장인 시절이 내 인생의 큰 자양분이 됐다. 혹시나 지금 회사생활이 너무 힘에 부친 분들이 있다면, 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보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오늘도 긴 글에 함께 해주신 당신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셀피디렉터 똑띠


https://www.youtube.com/channel/UCHDsgixK2gU1Vp93lr48e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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